한국어 가르치고 품삯으로 어묵 한 그릇
마음과 생각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외출하는 토요일 낮이었다.
" 부릉~ 끼이익! 부릉~ 끼~이익 !"
" 멍멍멍......."
오토바이 멈추는 소리가 두 번 났다. 곧이어 강아지도 짖어댔다. 그들이 벨도 누르기 전에 부지런한 도우미아줌마는 마당으로 달려가더니 대문을 열어 주는 것 같다. 가무잡잡한 한 여학생과 중년아줌마 둘이가 들어왔다. 우선 거실에 앉게 하고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그 중에 한 아줌마는 체구가 작다. 만날 때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창이 긴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일산에서 일할 때 산 한국산 모자라며 마주칠 때마다 나에게 자랑한다. 하긴 한국 제품을 한국 사람에게 자랑해야지 누구에게 자랑하겠는가, 비록 체구가 작으나 의지가 강하여 백혈병을 이겨낸 대단한 사람이다. 마실 물을 항상 병에 넣어 다니고 그날도 우리는 음료를 마시는데 그는 구기자 삶은 물을 꺼내 마셨다.
또 한 아줌마는 믿음이 아주 좋다. 그렇다고 예수에 미친 사람이 아니고 못생겼지만 얼굴에는 은혜와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나는 여자들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을 믿음이 좋은 아줌마에게 했다.
" 지난주보다 얼굴이 더 예쁜 것 같네요"
" 다 주님의 은혜지요"
우리는 거실에서 한참 농담과 진담으로 담소를 즐겼다.
그들이 내게 온 목적은 믿음 좋은 아줌마의 딸, 여학생에게 한국어를 공부를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여학생은 한국을 너무 좋아하며 한국에 가서 대학을 하고 싶은 계획이라고 했다. 아줌마 둘이서 한국어롤 아주 잘하며 쓰는 것도 읽는 것도 할 수 있다기에 아는 글자를 적어 보라고 했더니 소녀시대. 수퍼 주니어. 동방신기. 원빈. 송혜교....... 연예인들 이름 몇 팀을 적었다.
내가 받아쓰기를 해 보자며 '어머니. 아버지'를 불렀더니 제대로 쓰지를 못했다. 기초는 없고 아무래도 좋아하는 연예인들 이름만 연습하여 적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아직 고등학생인데 꿈은 뚜렷하고 사정을 들어보니 거절하기에는 미안했다. 게다가 집까지 찾아 왔는데 그래서 매주 토요일 낮에 가르쳐 주기로 했다. 믿음이 좋은 아줌마는 공부 가르쳐 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먹을 것까지 대접받으면 미안해서 안 되며 나에게 고마운 표시로 학생 올 때마다 한 가지씩 가져온다. 과일 빙수도 가져오고 지난주에는 밭에서 딴 옥수수 몇 자루 그리고 어제는 바소(어묵) 한 그릇을 포장해 가져왔다.
바소는 2억 4천만이 즐겨먹는 인도네시아 국민음식이다. 바소는 어묵과 같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내용물은 두부 튀긴 것과 쇠고기 미트볼 찐 것과 튀긴 것, 튀김만두와 사리 등 기호에 따라 국물에 말아 먹는다.
바소가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으니 몇 해 전에는 바소 미트볼에 쥐고기와 포르말린 사용한다는 루머가 퍼져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때 보건복지부장관과 협동장관 및 국회의원들이 시장에 가서 직접 바소를 먹는 모습이 뉴스 채널마다 보도되기도 했다.
나는 인도네시아 살면서부터 내 자신이 귀하다는 많이 느낀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한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마치 내가 귀한 달란트를 가진 것처럼 남의 나라에서 이렇게 대우를 받다니,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 말을 하고 사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국으로 가면 또 귀한 쓰임이 될지도 모르겠다.
교육도시 말랑에서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중, 고등학교가 많다. 배우고 싶은 학생들도 많지만 한국어 가르칠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정규과목으로 원하는 학교도 있고 제 2 외국어로 선택과목이나 특별활동 수업으로 원하는 학교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전문인력을 파견해 주면 좋을 터인데. 이런 일이야 정부에서 하는 일이지만 현지에서의 내 생각을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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