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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글로 쓴 편지

이부김 2011. 7.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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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글로 쓴 편지


                                                별과달

어제는 나에게 한국어 배우는 여학생이 편지 한 통을 가져 왔다

중국으로 어학연수 간 오빠가 한국 여학생에게 받은 편지인데 한국말로 적혀서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으니

동생이 한국어 배우는 것 알고서 번역해 달라며 메일로 보내온 것이라며 보여줬다.

아이콘까지 재미있게 그려 꽃무늬에 또박또박 쓴 손글씨였다.

[오빠 안녕?

오빠(인도네시아 사람)가 이 편지의 뜻을 이해할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글로 편지를 쓰겠어. 왜냐하면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이니까!!!…….]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남자에게 보내는 내용이었다.

 

대방이 알든 모르든 나는 한국인이니 한국말로 편지를 쓴다. 국여학생이 쓴 그 편지첫줄을 읽으면서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이렇게 사랑하는 절믄이, 나는 상당한 도전을 받았고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마 전 인도네시아인으로부터 한국어 가르쳐 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 사실 이곳에 살면서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아 왔지만 그때마다 나는 성가신 일 같아서

적당한 핑계대며 거절했다.

 

그런데 지인의 친구 딸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국으로 어학연수 가고 싶은데 그 전에 한국말을 배워서 가고 싶다는 것이다.

게다가 배울 학생은 우리 아들과 같은 또래였다. 자식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과 교육에 대한 열정은 그 어머니도 나와

똑같으리라는 생각에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날 밤에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덩치가 워낙 커서 혼자 들어오는 모습이었는데 뒤에 가냘픈 여학생이 얌전히 따라

들어왔다. 학생의 어머니는 한국사람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진작

데위(나의 친구)에게 부탁할 걸 하면서 아주 반가워했다.

 

얼마 전 쇼핑몰에서 한국 사람을 봤는데 처음 보는 분이라도 붙잡고 한국어공부를

부탁하고 싶더라는 말을 들으면서 엄마의 교육 열정이 얼마나 뜨겁고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내가 그 학생에게 한국어 가르쳐 주기로 마음 먹은 건 아주 잘 한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여학생은 경희대학교 한국어과정 입학하여 1년 배운후 원하는 대학교로 입학하고 싶다고 했고 어머니는 내일부터 당장 스케줄을

잡자는 것이었다.

 

다음 날 가르쳐보니 쓰기 읽기는 조금 할 수 있었다. 한국말을 인도네시아 사람에게서 배웠다는 것이다.

한국어 가르쳤던 사람은 한국에서 3년 동안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배운 한국말이라고 했다.  

 

 

그 인도네시아 사람은 한국에 살면서 주경야독을 하였으며 귀국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어를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가르친다는 건 상당한 지혜요 보기 드물게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나는 찬사를 보내면서 나름대로 많은 도전을 받았다.

 

 

한국에 3년 살았던 경험으로 저렇게 훌륭한 일하는 그 사람도 있는데 네배나 더 살고 있는 나,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한국인들이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소통을 위해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그리고 나에게 상당한 도전을 준 그 인도네시아인이 고맙기 그지없다.

한류열풍이 인도네시아 중소도시까지도 회오리바람치고 있다. 방학을 틈타 단기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으로는

떠나는 지방 대학교 학생들이 늘고 있으며 한국어 배우려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현지 텔레비전을 보면 홈쇼핑 채널에는 여러 가지 한국제품들이 광고 뜨고, 한국드라마들이 인기몰이 하고 있어 사극드라마

때문인지 한복을 사고 싶어 하는 중, 고등학생들 상당이 많다.

 

순간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반성해 본다.

연예인이나 스포츠맨들은 국익을 위해 비행기 타고 세계로 나가서 한류열풍을 일으키는데, 이미 외국에 사는 내가

한국어 배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던 지난날들이 오늘은 괜스레 국가에 대하여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아주 진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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