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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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에게 어디 감히 개에게......

이부김 2011. 9. 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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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에게 어디 감히 개에게......

 

 

내가 사는 주택단지는 참 좋다.

누구나 자기가 사는 동네는 다 좋다고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우선 조용하고

 아침저녁으로 22도이며 한낮이라고 해도 30도를 훌쩍 넘지는 않는다. 매일 이런 기후이다.

아침저녁으로 야자수이파리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이 내 팔뚝에 스치면 싸늘한 느낌마저 드는 요즘이다.


허리와 배에 생겨날 나잇살이 무섭다며 앞집옆집 아줌마들과 가끔 산책을 한다.

집에서 5분 정도 걸어 나왔다. 우뚝 솟은 집이 보였다. 두껍고 넓은 대문과 담장이 높은 집 앞에 갓 낳은 송아지만한

개 한 마리와 아기염소만한 개 한 마리가 주인도 없어 산책하려는 길, 집 앞에 앉아 있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이들과 그 집 앞을 지나오다가

송아지만한 개가 덤벼들어 내 반팔소매에 침을 '질~' 흘려 놓는데 하도 무서워서 기절할 뻔했다.

어떻게하여 간신히 몇 미터를 걸어 나오니 경비초소에 경비가 있기에 개가 내 옷에 침 흘린 자국을 보여주면서

주인에게 단속을 부탁하는 멘트를 남겨주고 왔다.


그런데 오늘 그 개들이 또 나와 있어 우리는 경비에게 말했다.

" 저기 개들이 무서워요."

"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럼, 당신이 함께 가주세요"

경비는 거절을 하지 못하고 우리와 함께 그 집 앞에 가는데 개가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었다.

경비가 개를 꾸짖자 집안에서 키 작고 못생긴 남자가 나왔다.

 

무슨 일이냐고 경비에게 물었고 내가 말했다.

저기 개들이 너무 무서우니 풀어 놓지 말고 묶어두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남자는 싱긋이 웃으며 자신이 키우는 개는 어릴 적부터 사람을 절대로 물지 않았고 지금도 물지 않으니 괜찮다고

개를 무서워하는 우리들을 보며 오히려 즐거운 듯이 아주 여유롭게 말했다.

그렇다면 개를 묶지 않더라도 주인이나 일하는 사람이 개와 함께 있어 주면 우리가 지나가는데 안전하겠다고 말했더니

개를 너무 사랑하기에 묶어 둔 적도 없고 그럴 수 없다고 고래를 잘래잘래 흔들며 말했다.

 

나는 며칠 전의 일을 이야기했고 순찰하던 경비가 하나 둘씩 모여 셋이 되었고 남자와 우리 아줌마들이다.

개주인은 우리가 마을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 행인이라면 큰 소리 칠 모양이었다.

남자는 내가 개 때문에 놀랐다면 빈말이라도 미안하다고 해야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 개가 무서우면 이 길로 다니지 마세요."

" 아니, 이 길은 동네길이고 우리도 당신과 같이 관리비내면서 사는 이 동네주민이요"

못생긴 남자는 입을 씰룩거리면서

' 이제까지 개를 풀어 놓아도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고 당신네들이 처음이요'

입이 씰룩거려질 때는 키 작은 남자는 정말 못생긴 얼굴이 되었다.

그러면 개를 풀어 놓더라도 누군가 개와 함께 있어 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나는

우리 집에도 개가 있고 우리 개도 사람을 물지 않지만 남들이 무서워할 까봐 묶어 놓는다며 이야기를 건넸더니

당신이 왜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 하냐기에 명령이 아니라 이건 당신에게 제의하는 것이라고 나는 또박또박 말했다.

 

그리고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며 나는 물어보았다.

" 아저씨 지나가다가 개가 달려들면 어쩌죠?"

" 막대기로 때리세요. 때려 죽여도 괜찮으니 때리세요."

" 네 그래요, 그러면 막대기로 개를 때리다가 개에게 물리면 어쩌죠?"

" 그러면 법원에 가서 판결해야지요."

" 네. 그렇군요. 그러면 만약에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개에게 물려 죽으면 어쩌죠?"

" 그건 그 사람의 운명이지요."

".........."

그 못생긴 중국인남자가 이슬람인들에게 사람보다 개가 더 귀하다는 식으로 말헀다가는 아마 몰매맞아 죽었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렸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에게 어디 감히 개에게 물리면 그건 그 사람의 운명........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뇌까리는지.

차라리 개에게 비켜 달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우리는 산책하러 갔다.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서 보니 개들이 아직도 집 앞 길에 서성이고 있었다.

그 남자도 함께 그러다가 우리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개들을 몰고 다른 곳으로 우리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피해 주었다.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

그러나  정체성을 혼동스럽게 하는 사람도 있다.

가끔 밥그릇속에  밥알인채 하고 밥그릇속에 섞여 있는 돌같은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갑자기 조폭마누라 3편에서 들은 가훈이 생각난다.

"사람이면 다 사람인가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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