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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한인뉴스 기고

인도네시아 한인뉴스 2010년 07월호

이부김 2010. 6. 2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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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독특한 장례풍습 뜨루냔마을

 

                                                           별과달

 

  발리 섬에 가면 조상둘이 물려 준 풍습을 후손들이 구기지 않고 잘 이어가는 전통마을이 많다. 그런 마을은 대부분 깊숙하게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전통마을 중에서 장례풍습이 독특한 ‘뜨루냔’과 조경이 아름다운 마을‘빵리뿌란’을 소개하고자 한다.


  뜨루냔(Terunyan)은 “따루와 머냔(Taru dan Menyan)에서 가져 온 마을이름이다. 마을 위치는 낀따마니의 바뚜르(Batur)호숫가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마을에는 엄청난 거목 한 그루가 있다. 그 나무의 향기가 너무 진동하여 그들의 조상들은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 나무의 향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죽은 개를 나무 밑에 놓아두었다. 이상한 일이다. 시일이 지나도 죽은 개가 부패하여 썩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 나무가 신성하다고 믿고 그 나무 아래 사람들의 시체를 놔둘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드렸다. 그 후부터 그들은 오늘날까지 이르렀으며 지고 있다. 뜨루냔의 이런 장례풍습을 '머빠사(Mepasah)‘라고 말한다.

 

  뜨루냔의 무덤(kuburan)은 세 종류가 있다. 와야무덤(Kuburan Wayah) 응우다(Kuburan Nguda) 반따스무덤(Kuburan bantas)이다. 와야무덤은 무병장수한 분들만 놓아두는 곳인데 시체를 나무 아래 놓아두는 것을 말한다. 그 다음 응우다무덤은 어린아이부터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까지가 묻히는 곳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반따스무덤이다. 이 무덤은 교통사고나 자살, 또는 병으로 목숨을 잃은 쉽게 말하자면 제 삶을 다 살지 못한 이들의 무덤이다.

 

  와야무덤에는 시체를 놔두는 11구 장소다. 예전에는 위에 5구, 아래 6구를 놔두었다. 살아생전에 마을을 위해 공을 세운 분들은 위에 평민들은 아래 두는지 지금은 모두 나란히 둔다.  시체는 땅에서 약 20cm의 높이로 해두고 주위에 작은 도랑을 파 둔다. 비가 오면 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내리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시체를 짐승들로부터 훼손을 막기 위해 대나무를 엮어서 덮어 두는데 이걸 안짝사지(Ancak saji)라고 한다. 시체는 몸은 천으로 감싸고 얼굴은 위로 보이도록 위로 해 둔다. 그 이유는 죽은 것이 아니라 평상시처럼 잠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죽은 이를 땅 속에 묻지 않고 바람에 의해 사라지도록 하는 이 풍습, 저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취재를 위해 갔던 그날은 보름 전 세상을 뜬 81세의 할머니가 천에 싸인 채 하늘을 보고 누워 있었다. 그들이 잠자고 있다기에 정말 그런가, 해서 그 할머니의 얼굴을 나는 가만히 들여다봤다. 촬영된 영상을 편집하면서 보니 화면이 조금씩 흔들렸었다. 이유는 카메라맨이 대나무 사이로 클로즈업하기 위해 렌즈를 갖다 대었더니 시체가 살아서 움직여서 무섭고 떨려서 그랬다고 말했다. 발리는 신들의 나라이니까. 나는 그 발리인의 말을 믿어준다. 그런 경험을 나는 칼리만탄(kalimantan)섬 반자르마신에서 톡톡히 치룬 적 있다. 지금도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취재현장에서 나는 하나님께 기도를 한다.

  뜨루냔 마을에는 약 250가구가 있고 주민은 700여명 정도 살고 있다. 무덤은 약 11개뿐인데 마을에서 공로를 세운 분은 위쪽 평민은 아래쪽, 그러나 지금은 11구 시체를 나란히 놓아둔다. 머리는 북쪽으로 두고 11개 장소는 리필이 된다. 가장 오래된 유골을 꺼내고 그 자리에 금방 죽은 시체를 넣어 둔다. 아주 오래된 유골은 저절로 없어지고 현재 그곳에 있는 해골은 약 200여개 정도인데 잘 정리된 해골들은 마치 관광객들에게 인사라도 하는 표정들이었다.

 

 나 는 어딜 가나 궁금한 것이 많아 늘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 본다. 때론 얄궂은 질문을 하여 희한한 대답을 듣기도 한다. 그도 나는 마을 동장에게 수많은 관광객들 중에 간혹 나쁜 사람들이 있어 죽은 자들의 패물이나 그 외 것들을 훔쳐간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독일 한 관광객이 그곳에 있는 해골 하나를 몰래 가져갔다가 다음 날 돌려주었다고 했다. 이유는 해골을 가져가 호텔방에 두고 잠자는데 밤중에 해골이 마구 움직이더란다. 혼비백산한 독일인은 다음날 뜨루냔으로 와서 해골을 돌려주면서 그렇게 이야길 하더란다.


  뜨루냔을 관광지로 만들고자 발리관광청에는 보트의 가격을 정해 두었고 주민들이 관광객들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당부를 하고 있었다. 뜨루냔 마을에서 돌아 올 때  반대편에 있는 온천을 구경하고 와도 보트비용은 같다. 가급적이면 처음에 보트 탈 때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 그곳에 갈 때는 오전에 가는 것이 경치를 보는 것에 좋다 오후가 되면 운무가 내려앉아 풍경이 잘 보이지가 않는다.


  다람쥐도 쪼르르 뛰어다니고 산새소리도 아주 선명하게 잘 들리는 그곳, 왠지 나는 그곳에서 두 세상을 한꺼번에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 뭐랄까, 형언하기 힘들면서도 자꾸 설명하고 싶어지는 느낌을 내 글재주로는 도저히 정확하게 묘사해 낼 수가 없다. 아참, 뜨루냔에서 들리던 새소리는 아주 맑으면서도 날카로워 전화벨 소리에 길들여진 내 둔탁한 청각을 섬세하게 조율하여 주기도 했다.

 

            발리에 이렇게 예쁜마을 있다


                                                                  별과달

빵 리뿌란(Panglipuran)마을은 아직까지 발리사람들에게나 관광객들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는 곳이다. 파도가 바위를 만나면 하얗게 질려 물거품으로 변하는 울루와뚜(Uluwatu) 절벽이나 비키니차림으로 아무데나 나뒹굴어 있는 꾸따(Kuta)해변과는 달리 빵리뿌란마을은 동공이 넓어질 눈요깃거리는 없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세상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곳이다.


빵 리뿌란마을은 바뚜르화산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을에는 약 70가구가 살고 있으며 집집마다 대문의 크기는 높이와 넓이가 똑같다. 마을 조경은 뜨리 만달라(Tri Mandala)로 되어 있다. 북쪽은 힌두제단 동쪽과 서쪽 집이 마주보고  있다.

 

대 문에서 장정 남자가 허리춤에 손을 얹어 서도 무방한 넓이다. 발리 아녀자들은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풍습이 있는데 물건을 담은 광주리가 원활하게 잘 드나들 수 있는 넓이와 높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궁금하면 집의 안방 문을 열어 놓고 실험해보면 된다. 대문의 지붕은 대나무를 잘라서 만들어 기왓장처럼 덮어 두었는데 내 눈에는 마치 물고기비늘처럼 보여 졌다. 그런 모형을 빵리뿌란 사람들은 '앙꿀앙꿀(Angkul angkul)'이라고 한다.


자, 그럼 집안 전체 구조를 살펴보자. 대문을 들어서면 오늘 쪽에는 힌두 제단이 있다. 그 제단을 지나면 역시 오늘 쪽에 부엌이 있다. 부엌의 특징은 침대가 있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가장 어른이 할머니든 할아버지든 그 집안의 가장 어른이 잠자리다. 왜 어른이 부엌에서 주무실까. 화산 기슭이라 조석으로 선선한 기온을 아궁이의 온기로 몸을 데우기 위함이란다. 부엌에서 뒤로 돌아돌련 마루로 된 발라이(Balai)가 있다. 그곳은 예전에는 죽은 사람 시체를 두기도 했고 다용도로 사용된다.


빵 리뿌란의 집들은 이웃집과 서로 통할 수 있도록 담을 터 두어야한다. 윗집에서 아랫집으로 가는 길은 골목길 다니듯이 쉽게 다닐 수 있었다. 담을 터 두는 이유는 이웃지간에 서로 하모니가 되어야 하기 질투와 시기심을 없애기 위함이란다. 빵리뿌란의 마을 주민들 특히 젊은이들은 몸에 문신을 새기면 안 된다. 마을로 잡상인 출입이 금지되고 마을 분위기는 정숙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모범마을이었다.

 

                                         옴 수아스띠아스뚜(힌두교인들이 나누는 인삿말


 

발 리 사람들은 자녀들 이름을 정해 두었다. 첫째 이완(Iwan) 둘째 능아(Nengah) 셋째 뇨만(Nyooman) 넷째 끄뚣(Ketut) 이런 순서다. 그러니까 이름만 들어도 몇 번째 자녀라는 걸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다섯 명을 낳으면 어떻게 될까. 다섯 번째는 첫 번째 이름을 사용하고 여섯 번째는 두 번째 이름을 사용한다. 자녀는 수없이 낳을 수 있지만 이름은 되풀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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