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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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학교에서 생필품 팔고 있던 아들

이부김 2009. 11. 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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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비누 팔고 있는 여학생과 라면박스 들고 다니는 남학생 


    학교에서 생필품 팔고 있던 아들

             
                                                             별과달

모처럼만에 아들과 함께 피자를 먹을까 해서 하교시간 맞춰 아들학교로 갔다. 교문은 교복부대를 토해내듯이 학생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들이 나오지 않는다. 운전기사가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가 와서 하는 말

“ 한솔이 지금 친구들이랑 라면 팔고 있는데 다 팔아야 집에 갈 수 있데요.”

“ 뭐. 라면을 팔아?”

“ 네, 친구들하고 저기서......”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공부하라고 학교 보냈더니 웬 라면을 판다는 건지 아들을 잠깐 데려오라고 하려다가 살짝 가봤다. 여러 친구들이 라면 뿐만 아니라 물비누, 화장지 등등 생필품을 들고 다니면서 파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대상은 학교 앞 인력거아저씨, 자취생, 퇴근하는 선생님, 학생 마중 온 학부형들이에게.


교문 입구에서 학생들이 잔뜩 모여 있어 내가 다가가면 아들이 싫어할 까봐, 운전기사에게 아들을 불러 올라고 했고 조금 후 아들이 왔다. 손에는 팔던 라면 몇 봉지를 들고서. 나를 만나자마자 하는 말이 배고프지만 조금 남은 물건을 다 팔아야 집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아들이 배고프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져서

“조금 남은 물건 가지고 와 엄마가 사 줄 게”

“엄마는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지 엄마에게는 팔 수 없고 팔아서도 안 된다.”

“..........” 

그렇게 말하고 학교로 뛰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아들의 등판이 얼마나 넓어보였는지 형언할 수가 없다. 


인도네시아 각 고등학교에는 오시스(OSIS)라는 학생간부회가 있다. 간부회원이 되려면 우선 자격이 갖춰져야 한다. 그 자격은 4차례에 걸쳐 테스트가 실시되고 있다. 우선 성적과 용모로 1차 접수가 있다. 1차에 통과되는 학생은 2차는 접수와 함께 면접 후 한 달 동안 특별명찰을 달고 다니는데 그걸로 인해 선생님께 평가되는 행동발달상황까지다. 그 다음 3차는 캠프에서 담력과 친구들과 사교성 등등 테스트가 있고 마지막 관문이 마케팅 전략이라며 오늘 물건 파는 일이라고 했다.


어제 교회가면서 운전하던 아들이 “ 이렇게 발로 밟기만 해도 달리는 자동차가 얼마나 편리하고 감사한지 이제야 알겠다.”고 말하면서 오시스 캠프로 2박 3일 갔던 일을 들려줬다. 학교에 집합하여 캠프장까지 4km 되는 거리를 조별로 나름대로 방법을 동원하여 도착하라고 명령이었다고 한다. 모든 지갑 핸드폰을 압수당하였기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내는 트럭을 부탁하여 탔고 산꼭대기에서는 각자 배낭을 메고 걸었다고 한다.


3차 테스트로 밤중에 공동묘지를 다녀오는 담력훈련도 있었고 산속 마을에 가서 아이들에게 구구단을 가르쳐주고, 또 어른들에게 노래 불러 드리면서 한바탕 흥을 돋궈주고 대가를 받아오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 대가로는 돈도 있었지만 파파야 5개. 쌀 한 되, 감자 5kg, 고구마 반포대기로 받아왔다고 한다.


학교 학생회 간부가 되는 것이 무슨 사법고시 합격생 연수받는 것보다 더 어려운 코스 같아 보이면서도 희한하다. 그러나 다 학생들 교육을 위한 학교의 프로그램이니까 덩치만 커가는 아이들에게 죽어라고 공부만 하라는 것보다는 학교의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일 같다. 무엇보다도 학생이 많이 배우고 느낀 것이 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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