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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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라.”

이부김 2009. 12. 16.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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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라.”

 

12월 셋째 주 목요일부터 인도네시아 사립학교들은 전국적으로 방학에 들어간다. 그러나 국립은 이슬람교 명절(러바란) 때 방학을 길게 하였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때는 25. 26일만 휴교다. 사실 방학이라지만 한국의 겨울방학처럼 길지는 않고 보름정도다.


방학하기 전에 항상 시험을 치른다. 학기말 시험을 며칠동안 후다닥 치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 몇 과목씩 나누어 약 10일 동안 친다. 학교에서는 공부할 시간을 준다지만 그 기간이 길어 학생들은 지루함을 느끼곤 한다.


고등학생인 아들학교도 내일 모레부터 방학해서 2010년 1월 4일에 개학이다. 아들이 개학하는 날 엄마도 함께 가야하는데 1학기 성적표를 받으러 가는 것이다. 십년 동안 분기마다, 학기마다 3명의 아이들 성적표 받으러 다녔다. 앞으로 2년이 남은 이 일은 인도네시아에서만 유일하게 만들어지는 학부모에게 황금의 추억거리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닭을 사서 양념통닭을 만들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 온 아들이

“ 우와 맛있겠다. 엄마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라, 그러면 내가 공부를 더 잘해야 되고 

 점수도 잘 나와야잖아.”

“ 아니다. 네가 방에서 뒹굴며 공부하는 모습이 하도 예쁘고 엄마가 시간 있어 만들어 주는 거다.”

“ 그래도 엄마 요즘 나에게 너무 잘해 주면 나는 부담된다.......”

피자나 레스토랑에가서 스테이크 아무리 많아 사줘도 고맙다고 하지 않던 아들이 집에서 통닭 몇 조각에 즐거워하는 이 말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엄마로서 당연해 해줘야하는 것인데 아들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들게 만들다니 나도 참.......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일을 되돌아보며 생각해 봤다. 이곳에 온 후 나는 바깥 생활은 부지런한 사람이었고 집안생활은 게으른 사람이었다. 오래 된 해는 접어두고 최근 4년간 달력을 보니 방송일 한답시고 매달 평균 일주일은 밖에서 보냈다. 내가 출타 중이면 아이들 밥은 가정부가 집에 돌아오면 주로 함께 외식을 하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교복을 받아서 빨아주는 건 엄마가 아니라 언제나 가정부였고 밥 달라는 소리도 가정부에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학교생활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맏이가 동생을 둘째가 셋째를 그렇게 돌봐주고 공부도 가르쳐주고 했던 것이다. 

   

오늘은 학교에 다녀 온 아들과 함께 과일을 먹다가 말했다.

“ 엄마가 어릴 때 업어주고 네 코 닦아 준 것들에 대한 고마움, 전에 엄마가 다 갚아라. 했는데 이제는 반만 갚고 반은 나중에 네 아이들에게 갚아줘라”

“ 엄마 마음이 변했나, 알겠다. 엄마 고마워!”                                

                                            

    

 

 

 

별과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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