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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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미안하다'보다는 잘했다'로

이부김 2010. 1. 1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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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보다는 '잘했다'로                     

                                               

                                                별과달

둘째 딸아 미안하다!

너를 가졌을 때 ‘또 딸’이라는 꼬리표가 싫어 안 낳을까하고 산부인과병원까지 찾아갔던 일.


둘째 딸아 미안하다!

네가 어릴 적에 새 옷보다는 언니 입던 옷을 더 많이 물려받아 입힌 것.


둘째 딸아 미안하다!

첫돌사진을 사진관에 가서 멋지게 찍어 줘야하는데, 더 멋있는 추억거리가 될 거라며 가정경제를 핑계로 사과나무 아래 지프라기 위에 널 앉혀두고 장식품이라고는 사과 다섯 개로 돌 사진 때운 일. 그때 웃어라 한다고 엄마를 믿고 환한 웃음을 웃어줘서 너에게 더욱 미안했단다.


둘째 딸아 미안하다!

네가 두 살 때 엄마가 먹다 남은 볶음땅콩을 아무렇게나 놔둔 바람에 네가 그걸 집어먹었는데 보름을 폐병환자처럼 기침하는 널보고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단다. 그 땅콩은 식도가 아닌 기도로 통해 너의 폐까지 들어갔고 어린 너를 수술실로 보냈단다. 그때 네가 아직 말귀를 잘 모른다고 엄마는 제대로 미안하다는 사과도 하지 않았단다.


둘째 딸아 미안하다!

다섯 살 때 네가 놀이터에서 남자아이를 패주고 왔을 때 ‘잘했다’고 칭찬해준 삐딱한 엄마의 사고방식, 언니가 늘 맞아 울고 들어오기에 대리만족으로 그랬던 말 지금도 미안하단다.


둘째 딸아 미안하다!

인도네시아로 금방 왔을 때 일이다. 유급제도가 있는 인도네시아교육제도를 더 믿고 초등학교 3학년인 너를 초등학교 4학년으로 전학시키면서 어차피 4학년 두 해를 공부해야 5학년으로 진급할 것이라며 너의 실력을 얕잡아 본일 그러나 너는 그런 엄마에게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좋은 성적으로 5학년에 진급했었지.


둘째 딸아 미안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도 대회 수학경시대회에 나가서 1등 했던 너에게 전국대회가 아니라고 파티도 해주지 않았던 일과 졸업식 때 과목수석을 한 너에게 전 과목수석이 아니라고 약간 서운한 표정을 몰래몰래 지었었는데 아마 넌 몰랐겠지.


둘째 딸아 미안하다!

인도네시아최고 명문대학에 외국인특례 입학이 아닌 실력으로 수능 보았고 합격했다는 네 전화를 받고 더 많이 기뻐해주지 않고 그저 ‘그래 수고했다’는 말만 해준 일. 그리고 지난 번 피자집에서 일이다. 마지막 남은 콜라 한잔과 피자 한 조각을 콜라는 언니에게 부어주고 피자는 남동생에게 주고 뚱뚱하지도 않는 너에게는 그만 먹고 다이어트 좀 하라고 했던 일.


둘째 딸아 미안하다.

며칠 전 네가 아르바이트 번역 비용 받아서 엄마 생일 선물로 노트북 사주겠다고 했을 때 엄마가 네 노트북보다 더 좋은 것 골라서 미안해.


둘째 딸아, ‘좋은 생각’에서 ‘엄마(가) 미안해’라는 글 공모가 있다며 엄마가 꼭 글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네가 말해 왔을 때, 엄마는 미안한 일이 없어 싫다고 말했지,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있을지도 모른다는 네 말을 듣고 혹시나 해서 적어보니 세상에 엄마가 미안한 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대충 적어도 이정도인데 제대로 적으면 얼마나 많겠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 채워져 머리가 무거워들 수가 없구나. 네가 잘한 일도 참 많았는데 앞으로는 너에게 ‘미안하다 보다는 ’잘했다‘로 생각과 말을 바꾸도록 할게, 아무리 생각해도 널 낳은 일이 참 잘했다는 것처럼.


그리고 딸아 이번 기회에 엄마가 앞으로는 한 달에 한사람씩 정해놓고 그 사람에게 미안했던 일을 고마웠던 일로 바꾸는 계기를 삼아야 할까보다. 월간 좋은생각 책자가 사람을 제대로 회개시키는구나. 좋은 책 많이많이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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