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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어학연수는 내 언어습관 리모델링하는 것

이부김 2010. 4. 16.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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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학연수는 내 언어습관 리모델링하는 것

 

                                                               별과달

책 들고 공부하러 나가다가 대문 앞에서 마주친 옆집 중국아줌마와 대화내용이다. 어디 가느냐기에 학교 공부하러 간다고 했더니

“ 십년 넘게 살았으면 인도네시아 말 아주 잘하시겠네요.”

“ 뭐 의사소통만 되면 되죠 뭐.”

“ 어머 그래도, 오래 사시면 당연히 인도네시아 말도 잘하시는 것 아닌가요?”

“ 글쎄요, 오래 산 걸로 따진다면 노인들이 제일이고 말을 잘하는 걸로 따진다면 변호사가 최고 아닌가요?”

“.......”

말 잘한다는 뜻은 수다를 잘 떤다는 것인지 아니면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으면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뜻이 전달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해 놓고 ‘말이 안 통해서 속이 터져 이별하는 연인과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작년부터 시간 있을 때마다 나는 브라위자야대학교( Brawijaya University) 아담한 강의실에서 인도네시아어 교수와 둘이서 공부한다. 일주일에 이틀정도 2년 계획하고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시간 있을 때 백화점 쇼핑하고 커피 마시는 것 보다는 그 돈으로 강의실에서 교수하고 수다 떠는 것이 더 보람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살다가 무슨 어학연수냐 할지 모르지만, 오래 살다가 어학연수를 하는 건 어설픈 내 언어습관을 리모델링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낯선 나라에서 생활하면 할수록 호기심이 증가하고 배울 것이 많다는 걸 알았다. 더군다나 인도네시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나 정말 물어보고 알아들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오늘은 2단계 시험 치는 날이었다. 시험지를 받아드니 주관식, 객관식 듣기와 논술이었다. 듣기 내용은 내가 좋아하는 인물 중 인도네시아 초대대통령 수카르노였다. 마지막으로 논술은 고향에 관하여 한 페이지 글짓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고향에 대하여 적으라는 것은 가장 쉬운 문제이다. 지난  번에도 논술 점수가 제일 높았는데 이번에도 좋은 점수가 나와서 다음 단계로 올라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가끔 샤워 중에 머리를 감았는지 안 감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샴푸 칠하다 두 번째 머리 감는다는 것이 기억 해 낼 때도 더러 있다. 그럴 때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런, 내가 아무리 책을 가지고 공부한다지만 강의실 나오면서 교수와 농담하다가 단어 몇 개 잊어버리고, 핸드폰 통화하다가 몇 문장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캠퍼스로 들어서면 나무 그늘아래 소복하게 앉아 있는 젊은이들, 가끔 그들 옆에 앉아서 아무이야기나 나눌 때면 청운의 꿈을 품은 그들의 패기가 나에게로 전달되는 느낌이 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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