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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남고생 자가용 등교하면 놀림감 1순위

이부김 2009. 11. 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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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고교생 자가용 등교하면 놀림감 1순위


                                                       별과달

새벽이 전화가 왔다. 받으니 운전기사였는데 배가 아파서 출근을 못한다고 했다. 내가 자동차 열쇠를 들고 나서자 책가방 들고 나서던 아들의 얼굴이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라일락 잎사귀 씹은 표정’이 되었다.

학교 근처에 도착하자 교문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미리 차를 세워달라고 한다. 그곳에서 걸어가는 것이 엄마가 태워줘서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것 보다 낫다는 것이다.


초, 중학교까지 아무 말이 없더니 고등학생이 되자 변했다. 고등학생이 된 남학생이 아직도 운전기사가 교문 앞까지 태워주는 걸 친구들이 보면 수군덕거린다고 한다. 그건 남자가 ‘남자다움이 없다’는 뜻이라고 하단다.

그런데 하물며 엄마가 태워주는 걸 학생들이 보기라도 했다면 이건 완전 마마보이로 소문이 나고 놀림감 1순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기사가 태워주면 할 수없이 교문 앞에서 내리지만 엄마가 교문 앞까지 태워주는 것은 나에게 여학생 교복입고 등교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라고 말한다.

전교생 중에서 여학생이 아닌, 남학생이 기사가 태워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아니다 한 사람 있긴 한데 그 남학생보고 ‘여학생’이라고 놀린다며 나를 이해시키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  고등학교 오토바이 주차장


인도네시아 고등학생들은 거의 오토바이로 등하교한다. 우리 집은 학교와 거리가 멀어서 아들도 입학 기념으로 오토바이를 사 달라고 했지만 나는 사주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대형사고 때문에 사망하는 것보다는 병원까지 이동과 응급처치가 늦어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자가용처럼 많이 이용한다. 그것은 경제적인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교통이 아직도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에서 잠을 자는 사람도 있고 한 대에 일가족이 타고 가는 모습도 아주 흔하다. 오토바이 타고가면서 아기에게 젖병물리는 엄마도 종종 볼 수 있다. 또 세워 놓은 오토바이 위에서 편하게 잠까지 잔다.


시내버스는 대형버스도 있지만 아직은 거의가 승합차인데 미끄롤렛이라 부른다. 미끄롤렛은 배차시간도 없이 정류장에 서 사람 있으면 태우고 없으면 손님이 꽉 찰 때까지 한없이 기다렸다 출발한다. 재미있는 건, 가다가 손님이 손만 들면 아무데나 멈춘다. 심지어 손님을 지나치기라도 하면 후진하여 손님을 태우기 때문에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들이 차에 내리면서 하는 말 “엄마 수업마칠 때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 교복입고 걷는 뒷모습은 유치원복 입고 걷는 그때 그 모습인데 오지 말라는 그 말을 들으니 한편 서운해야할지 믿음직스러워해야할지 그저 멍하다. 하지만 놀림감이 된다는데 아들의 말을 들어야지 어떻게 다른 방법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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