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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한인들

용서와 이해

이부김 2008. 10. 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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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와 이해

글/별과달  

이른 아침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그리고 만남과 이별을 만들어 내는 공항으로 마중

채비를 한다. 오늘 오는 손님은 한국에서 오는 손님인데 젊은 남자가 셋이나 되는데 그 여느

보다 더 궁금하다. 그건......


보통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직접 촬영하러 올 경우에는 빠르면 이 주일 전에 부탁이 들어

온다. 그러나 내가 직접 할 경우에는 삼, 사일 전이면 충분한데 오늘 내가 마중 가는 이 제작팀

은 지난 8월 중순경부터 연락이 왔었고 그 훗날 나에게 메일을 보내왔던 것이다. 두 번 메일을

주고받고 내가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때부터 오늘까지는 약 두 달 동안에는 제작진 피디가 스케줄도 있고 나 개인 스케줄은 기존

하던 프로그램 진행으로도 바빴고 또 이곳 명절도 끼여 있었다. 그러다가 보니 연락이 좀 뜸해

졌다. 그리고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나도 그리 서두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틈틈이 나는 현장과

섭외 모든 것을 사전조사까지 확실하게 해 놨다.

 

이 주일 전, 제작팀 중에 한 사람이 실수를 하였다. 얼마 전 뉴스에 보니 겁없이 아무에게나 전화

걸어 건수를 잡던 보이스 피싱 사기꾼들이 검찰에 전화를 걸어 사기를 치려다가 아주 정확하게

잡혔다는 것이 떠올랐다.  왜 ?

그 제작팀들 중의 한 사람이 실수로 연락 한 사람이 바로 내 딸아이였으니까, 어안이 벙벙했고

다군다나 일단 책임자가 해외 출장 중이니 기다려 보고 결정하려고 하자며 메일을 남기고 나는

마두라 섬으로 촬영 떠났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고 소가 ‘음메~음메’하는 저녁나절에 핸드폰이 울렸다.

촬영 시는 웬만한 국내 전화는 수신 확인만 하고 잘 받지 않는다. 그런데 발신 번호가 없이 걸려

오기에 혹시 지금 소 촬영과 관련된 제작팀인가 해서 전화를 받으니 통화 감이 멀고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보니 아닌 것 같다. 그 제작팀은 어떤 회선을 사용하는지는 몰라도항상 국내

통화보다 더 또렷하게 상대방 침 삼키는 소리까지 잘 들리기 때문이다.


마구간 앞 망고나무 아래 대청마루에서 시골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

받았더니 소 관련 제작팀은 아니었다. 받은 전화이기에 통화를 하니 자무에 관련된 제작팀

책임자였다. 그는 실수에 대한 해명을 했다. 대충 그렇구나 하는 식으로 받아 넘기면서 3일 후에

집에 돌아가면 그 때 자세하게 통화를 하자고 한 후 끊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엔가 신기하게도 똑같은 형태로 똑같은 사람에게 똑같은 실수를 했다.

이번에는 하도 기가 막혀서 “ 한 번 실수는 인정하지만 두 번 실수는 인정 못합니다.....”

이 메일을 받고 분명히 제작팀장으로부터 전화가 빗발치듯 올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했고

감정은 거칠어 질대로 거칠어졌기에그런 상황에서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의 사과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후회 할 수 있는 막말을 할까 싶어 가능하면 나는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피했다. 그날

반나절은 그렇게 떠 밀듯이 보냈다. 늦은 밤에 전화기를 열어 보니 열다섯 번 이상 알 수없는

번호들이 부재중 통화로 찍혀 있었다.  


그 다음 날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벨이 울리는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결

되고 좀 더 생각해 보겠다. 오후에 연락 또 좀 더... 마지막으로 답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한참

고민했다.

내가 자존심이 상한다고 지금 그만둔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무척

골치가 아파 미칠 지경일 것이다. 내가 그들을 일부러 곤경에 빠뜨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래

사람의 실수를 책임자가 책임지고 사과하고 나서니......

그런 후 실수를 한 사람이 직접 전화를 해 사과를 했다. 이미 내가 다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전화를 받으니 나는 우리 집 대학생 두 딸아이들이 떠 올랐다. 내 아이들도 나중에 커서 그런

실수를 하였을 때 그때 누군가 지금 나처럼 너무 화가난다고 용서를 받아 주지 않는다면 내 아이도

마음이 많이 아프고 상처를 받겠지 그래도 나는 그들보다 더 어른이다. 나이를 먹어도 내가 더

먹었으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불만 덮는 것이 아니라 남의 허물도 덮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떠 올랐다.

순간 블로그를 보면서 나는 또 생각했다. 맨날 이상헌선생님 좋은 글 받아 남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고 지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받아 올려 실으면서 정작 본인은 그 글 내용대로

한 번도 실천을 하지 못한다면 그저 글 배달꾼에 지나지 않겠지. 래 도와주는거다. 까짓것 내가

한번 접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이곳으로 오고 나는 그들을 마중 가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궁금하기는 무척 궁금하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아랫사람의 잘못으로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 전화상으로만 나에게 그렇게(?) 사과를 한 책임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서로 그렇게 이유 있는 통화를 많이 하였으니 어쩌면 함께 진행하는 동안 더 친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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