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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한인들

<RE: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에게>

이부김 2008. 8. 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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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에게>

 

글/별과달 

오후에 메일함을 열었는데 특별히 색깔있는 글자도 아닌데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적힌 제목은

<RE: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여러 메일 중 그 메일을 제일 먼저 클릭하여

읽었다. 오랫만에 안부 묻고 전하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런데 그 아래에는 2001년 6월 07일 목요일.

그러니까 그 독특한 제목은 내가 보낸 메일 제목이었다.

 

‘하늘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 땅으로 떨어졌는데, 그것이 그만 별과달이가 되었네.’ 이렇게 시작하는

내용인데 그 사람이 인도네시아에 와서 어떤 일을 하겠다며 부탁을 해서 여기저기 일을 다 알아

봐주었고, 큰 약속을 해 놓나니 상대방이 일을 흐지부지하게 하는 바람에 내가 곤욕을 치루었던 것

같다.

그 메일은 화가나서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일이라는 것이다. 그 때 상한 감정때문에 그 이후 여러

번 메일이 왔었지만 내가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이 된다. 시처럼 짧은 내용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화를 내도 예쁜 말로 화 냈다는 것이다.

맑은 아이들의 흰눈동자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탁해지는 것과 같이, 그 때는 내가 지금보다 더 젊었고

삶의 때가 덜 묻었기에 때문이었을까?  

 

그 오랜시간들 속에서 어떻게 잊지 않았을까? 용서는 모래위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떠올랐다. 반가움도 없잖아 있었고 답장을 보냈더니 금방 또 메일이 왔다.

얼마 전 서울에서 인도네시아 투자설명회가 있었는데 성공한 기업도 많고 새로바뀐 투자 환경….

요즘 한국의 경제가 어려워 인도네시아로 사업을 해 보고싶은데 조언을 해 주던지… 함께 하든지…

이민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메일을 받고나니 사람들은 이민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민은 자신의 보금자리같이 좋은 내

나라를 두고 다른 나라로 옮겨 사는 것이다.

작게 보면 가정형편의 곤란함과 부모님의 잔소리가 싫다고 순간으로 집을 뛰쳐나가 자취를

하겠다면 그건 부모님의 가슴을 �고 나가는 가출이지 독립이 아니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이민도 이와같이 독립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민 생활에 대하여 덧붙이지만 이미 심겨진 나무를 뽑아 다른 곳에 옮겨 심는 것과 같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뿌리 뽑기도 힘들고 새로운 곳에 뿌리 내리기도 만만찮은 숙제다.

 

이민을 하려면 사전조사와 철저한 준비 넉넉한 자본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에는 언어가 더 중요

다고 생각한다. 까짓 것 부딪치면 다 한다는 식으로 무턱대로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날마다

언어의 벽에 부딪히는가. 더군다나 기억력이 흐려지려는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급하면 하기 쉬운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게 된다. 그리고 한국어와 외국어를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좋지

않다. 그런 것은 한국인과 본인만 아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기사에서 “까무(너) 뿔랑(귀가)하지 말라(한국어)” 말해 놓고 술한잔 하고 나오니 차와 기사가

안 보이자 황당한 주인은 택시 타고 집에 왔단다. 다음 날 주인은 운전 기사에게 엄청 화를 낸다.

자신이 분명히 뿔랑 하지마라고 했는데 뿔랑했다고 그런 말은 주인의 독백이나 다름 없다. 사실

운전기사는 잘못이 없다 그는 한국어를 모를 뿐더러 여기가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알 필요도 없다.

다만 인도네시아어로 뿔랑(귀가)이라는 소리만 들었기에 운전 기가는 귀가를 한 것이다.

 

외국으로 가서 산다는 것은 넓은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서철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는 것과 같다. 우선 보기에는 모래성도 쌓고 넘실거리는 파도와

사람들이 북적거려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러나 늘 피서지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글로벌 시대를 맞아 FTAT 협정으로 이곳에도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이민하기 위해서는

자본(돈,언어)을 철저하게 준비하여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의 조언도 받는다면,

또 내가 살고 아는 인도네시아는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파출부 오일 일당만으로도

인도네시아에서 한달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고용 할 수 있기에 누리면서 사는 삶이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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