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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한인들

설날만 되면

이부김 2009. 1. 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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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만 되면


 

설날이라고 시골에 계신 친정아버지께 문안전화 드렸다.

아버지가 여긴 삼동이라 춥고 눈도 수북하게 내려 방안에 가만히 있다고 하셨다.

나도 여기는 소나기가 급한 듯이 뿌린다고 말하는데 정전이 되었다. 그래서 정전까지 되었다고 설명했다.

돌아가신 엄마이야기부터 조카 군 입대소식까지 나누다보니 아버지는 전화요금이 비싼데 그만 끊자고 하신다.

내가 걸었으니 괜찮고 특별히 국제요금 싼 번호로 걸었다고 말씀드려도 '니 돈은 돈 아이고 돌이가' 하시며

일방적으로 끊어버리셨다.


나는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언니가 받아서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도중에 언니도 아버지를 닮았는지 전화요금 많이 나온다고 걱정을 한다.

전화요금이 아무리 비싸도 명절 풍경이 담긴 고향의 소식에 비할까, 그리움을 산다고 생각하면 너무 싼 값인데.

부모가 자식의 마음을 다 안다고 하지만 일평생 고향을 떠난 적 없는 아버지는 타향도 아닌 타국에 있는  자식의 

마음을 잘 모르시는 모양이다.

30분간 통화를 했다. 핸드폰에서 빠져나간 요금은 한국 돈으로 겨우 2.000원인데. 다시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내 마음을  모르시는 것이 아니라 국제 전화요금에 대한 인도네시아 시스템을 모르시는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고향집 문풍지까지 선명해지고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누군가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온 것 같다.  'Gong Si Fa Cai' 문자를 읽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며  설날만 되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우리 가족이 인도네시아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로 거슬러 가 본다.

모든 것이 낯설던 그 당시, 길에서 지나가는 세피아, 엘란트라 자동차만 봐도 어찌 그리 반갑던지.

시장에 가다가 등 뒤에 한글 적혀 온 입은 사람만 봐도 그 사람에게 말 걸고 보고 싶은 지나친 호기심과 그리움이

발광하던 시절이었다.

 

설 대목 무렵 외출에서 돌아 온 남편이 소식을 가져왔다.

“ 00백화점 현수막에 콩쥐팥쥐 연극하는지 적혀 있더라.”

“ 콩쥐팥쥐 ???”

“ 응……. 커다랗게 몇 군데 적혀 있었다.”

“ 한국에서 연극단이 왔었나? 어느 나라 말로 뭐라고 적혀 있던데.”

“ 인도네시아 말로 콩시파차이('Gong Si Fa Cai') 라고.”
나는 설날이 다가오니 설 특집으로 그런 것도 하는가 보다 생각하며 내일 가보려고 마음먹었다. 언제 몇 시에

하는지 자세히 읽어 보지 않고 왔다고 남편에게 잔소리까지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인도네시아에도 우리 전래동화 콩쥐팥쥐와 같은 것이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초등 5학년(지금 대학 3년)아이는 콩쥐팥쥐와 똑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붉은 마늘 흰 마늘(바왕메라 바왕부띠/Bawang Merah Bawang Putih)이라고 말했다. 맞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좋은 소식을 알려 준 남편이 고맙기까지 했다.

아이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아빠가 한국 연극하는 곳을 알아 두었는데 우리 다 같이 연극 보러 갈까 라고 말하자.

“ 아빠 연극 제목이 뭔데요?”

“ 콩쥐팥쥐인지 콩시파차이라고 적혀 있더라.”

“ 아빠, 그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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