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Bali)섬의 힌두 인들은 화장(Ngaben)을 위해 돈을 모으고,
술라웨시(Sulawesi) 섬 또라자(Toraja)족은 장례(Kemakaman)를 위해 돈 모으고,
자바 이슬람인들은 하지(Haji)를 떠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인도네시아에 사는 중국인들은 자녀들의 파티를 위해 돈을 모은다고 말해도 그리
세상에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마는, 우리 한국인들은 대체로
자식에 대한 사랑과 교육열이 높은데 비해 내가 겪어 본 인도네시아 중국계들은
이를테면 유치원 때부터 자식의 생일 파티는 그 가정의 큰 행사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일 때는 맥도널드, 피자 집으로 학급 전체와 선생님까지 초대하며
심지어 옆 반 친구들까지도 초대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초대 받은
친구들은 당연히 생일 선물을 가져간다. 잘 먹고 돌아 올 때 생일 친구가 마련한
선물과 작은 스낵 꾸러미까지 받아 가지고 온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모든 친구들이 그렇게 해서 처음에 나는 학교의 관례인
줄 알고 큰 아이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내내 그렇게 했다.
그러면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교까지는 생일이 평일이라도 파티는 무조건 주말 아니면 공휴일에 한다.
그것도 괜찮은 레스토랑을 반나절 통째로 대여한다.
그 다음 고등학생이 되면 17번째 대형 생일 파티가 있다.
이걸 ‘세븐틴 파티’ 하는데 여고생들에게만 벌이는 파티다. 대부분이 이 17번째
생일을 거창하게 되는데, 호화스럽게 하는 집에는 별 다섯 개 짜리 호텔을
행사를 주관해 줄 이벤트 사로 통해 연예인도 부른다. 그 뿐만 아니라 신부처럼
드레스에 전문 화장까지 미용실에서 하고 파티가 있는 호텔까지 가는 데는
경찰차가 호위하여 간다. 맨 앞에 경찰 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가고 그 뒤에 파티
주인공이 탄 차가 간다. 그때 경찰 차가 경적을 울리면 당연히 차들은 비켜서 준다.
행사 이벤트 사에서는 "네가 돈만 있으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된다."고
평생 한 번 공주가 되어 보는 기회라며 젊음에 불을 지르고 의욕을 부추긴다.
그런데 이런 파티를 열어 주는 부모님의 사업이 큰 사업장을 가졌던 시장 바닥에서
구멍가게를 가졌던 거의 같다는 사실도 덧붙여야겠지.
그러면 이런 파티에 간 친구들은 어떤 대접을 받을까? 우선 초대장을 받는데
초대장에도 초대되는 사람이 싱글 인지 아니면 남자 친구와 함께 가야 하는지
명시되어 있다. 초대장은 결혼식 청첩장처럼 큼지막하고 그 봉투 안에는 CD로
평상시에 중국인과 함께 식사하러 가면 아주 유명하고 맛있는 집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 보면 이건 도로 옆 포장마차와 같다.
그들은 핸드 폰은 비싼 핸드 폰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핸드 폰 살 때는
항상 시중에 파는 짝 퉁 케이스도 함께 산다. 그리고는 고급 핸드폰을 산 동시에
케이스를 바꿔 끼워 사용한다. 이유는 나중에 중고로 팔 때 원래의 케이스를
갈아 끼우면 그야말로 새것이니 값을 많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 집에 가 보면 좁은 문으로 들어가서 점점 넓어지지만 청결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로 이중으로 거실이 되어 있는데 바깥 거실은 손님용이다. 그 탁자에는 비스킷
자신들은 먹지 않고 손님 접대용으로 준비 된 것인데 일주일 후 방문하여도 약간의
양만 줄어 있을 뿐 거의 그대로다. 손님이 가면 생수나 준비된 과자를 내어 준다.
방학이었다. 아들이 친구가 우리 아들과 하룻밤을 함께 자고 싶어한다며 그의
부모가 허락 겸 전화를 걸어 왔다. 나는 친구 집이지만 폐를 끼친다 싶어 놀다
심심하면 친구와 함께 먹으라고 과일을 사 보냈다. 그런데 아들이 다음 날 집에 와
"엄마 어제 그 과일 못 먹었어! 친구 엄마가 우리에게 주지 않았어."
뒤늦게 중국인 자녀들에게 왜 그런지 물어 보라고 했더니 손님이 사 가지고 온
것은 손님이 돌아 간 후 그들만 먹는다고 했다. 그들의 음식 문화인지, 음식
인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고약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들 집에 가면 생수를 대접 받지만 인도네시아인들 집에 가면 자와 커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