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여행은 일이고 일은 여행이다

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거지들의 계모임 2

이부김 2007. 9. 28.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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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들의 계모임

 

                                               글/별과달

“ 얘야, 너 오늘은 세수했구나 얼굴이 더 예쁘네..”

“ 네, “

“ 엄마는 어디 가고 너 혼자 여기에서 일(구걸)하니?”

“ 엄마는 저기 친구들과 함께 소풍 왔어요..”

소녀는 짧은 때가 꼬질꼬질 묻은 팔을 들어 길 건너편을 알려 주었다.

정말 그 곳에는 아주머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둘러 앉아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열려진 창문으로 동전 200(20원)루피아를 소녀에게 주었다. 소녀는 여느 때처럼 고맙다는

말을 남겼고 신호등은 파란 불로 켜지고 내 차는 출발했다.

 

우리집 앞 네거리는 단과대학 캠퍼스 뒷골목이고 장애자 시범 초등학교이며 백화점 옆이다.

번화가라서 그런지 날마다 인력거 오토바이 자동차로 교통이 혼잡하다. 그 네거리에는 빨간불이

 켜져 신호 대기중이면 창문을 두드리는 소녀도 있고 여인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운전자들은 여인도 여인 나름인지 그들의 노크 소리에 그리 반가워 하지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그들은 누구인가, 바로 구걸하는 거지들이기 때문이다. 동전이 아깝다기

보다는 귀찮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백화점 앞 네거리에서 또 빨간불 신호등이 켜졌다. 이번에도 소녀가

건네 편에서 구걸하고 있다. 가게를 옮기기 전, 그러니까 3년 전 일이다.

소녀는 유치원에도 다니지 않았다. 해가 질 무렵 어둑어둑해지면 작은 가방을 메고 동생하고

우리 가게로 들어 왔다. 하루 종일 구걸한 돈을 가방에서 꺼내 동생하고 열 개씩 탑을 쌓아

세곤 했다. 셈을 하면서 코도 훌쩍거리고 그야말로 코 묻은 돈이다. 셈이 끝나면 우리 직원을

불러 전부 얼마이니 확인해 보고 지폐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들의 돈은 항상 ‘네 돈 내 돈’ 이 있었다.

 

어느 날 직원이 깍쟁이 언니를 골려 줄 생각으로 “ 동생이 훨씬 더 예쁘다”고 말했다가

언니가 삐쳐서 동생의 돈까지 자기 주머니에 넣고 나가버렸단다. 동생은 울며 뒤따라 가게를

나갔는데 그런 일이 있은 후 그들은 다시는 우리 가게로 돈 바꾸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여자에게 예쁘지 않다는 치명적인 말을 간접적으로 한 직원 덕분에 귀찮은 일은 없었지만

소녀들의 얼굴은 내 기억에서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는 내 자동차의 창문을 여인이 두드렸다.

자세히 보니 그 소녀의 어머니 같아 창문을 열었다. 돈을 주면 뒤에 차로 가 버릴까 봐 돈을

손에 쥐고 물어 보았다. 아까 무슨 일로 모였는지 그 소녀의 말대로 정말 소풍놀이 였는지를.

“ 아까 오전에 친구들과 모여 있던데 오늘 무슨 날인가요?”

“ 오늘 우리 계모임 하는 날이었어요. 오늘은 내 차례였기에 이곳으로 모였어요.”

“ 친구들은 어디에서 일(구걸)해요?”

“ 저기 백화점 앞, 공원 앞, 어느 대학 캠퍼스…”

“ 계모임은 매달 하나요?”

“ 아니오, 명절 있을 때 마다 해요.”

“ 명절 때 어디로 가요?”

하고 묻는데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어 버렸다.

 

그랬다.

다음 주면 이곳 인도네시아에도 러바란(Lebaran) 이슬람 인들의 큰 명절이다.

단식 기간이 십 일쯤 남았다. 사실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벌써 명절분위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보다는 다소 침체된 것은 보이지만 다음 주부터 벌서 귀향(Mudik)을 서두르는

이들이 많다. 교통이 불편하고 섬들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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