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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이승에서 부부는 저승에서도 부부로

이부김 2012. 11.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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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 부부는 저승에서도 부부로


 

지금 함께 사는 남편이나 아내와 저승에서도 부부로 살아가라고 한다면 많은 분들은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인도네시아는 종족과 언어가 많고 문화가 참으로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어서 지내는 장례식에도 여러 풍습이 있다. 발리의 화장식과 술라웨시 따나또라자족들의 장례 람부솔로 그리고 자와 인들의 장례식 숨바섬의 장례식이 있다. 더 다양한 것이 많겠지만 내가 참석해 본 숨바섬의 우마빠라 사람들의 장례식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umapara의 고인돌무덤


 

발리의 힌두 인들의 장례식은 고인의 시체를 꼭 화장해야만 저승으로 간다고 믿으며 자식들은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수년이 지났어도 흙(가매장)에서 시체를 꺼내서 화장을 하고 장례식을 거대하게 해 준다. 그렇게 하는 게 자식 된 도리라고 여긴다. 자와 이슬람교 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하루 24시간을 넘기지 않고 장례식을 지낸다. 멀리에서 자식이 와야 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밤을 넘기지 않는다. 알라신의 부르심을 받아서 가는 길이기에 빨리 가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술라웨시 섬 따나또라자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교와 가톨릭 사람들이다.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집에 보관하였다가 형편이 되는 날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수님이 태어나신 거룩한 달에 장례식을 많이 지낸다. 장례식에는 최소한 물소 24마리는 잡아야 하며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따우따우도 만든다. 따우따우는 고인의 모습을 나무로 조작하여 그이 옷을 입히고 머리카락을 붙이고 고인의 생전과 똑같이 만들어 비석처럼 무덤가에 놓아둔다. 또라자족들은 고인에게 저승 패물을 관속에 함께 넣어주는데 이를 훔쳐가는 도둑들이 있어 가능하면 관을 높은 절벽 속에 넣어둔다.

 


                                                                              우마빠라 사람들은 장례식에 갈 때 통역자와 함께 여자들이 앞서서 조문하러 온다.



발리에서 한참 비행기 타고 가는 숨바섬, 그곳에는 아직도 귀족과 평민 그리고 노예가로 신분이 구분되어 있었고 노예는 귀족의 노리갯감이나 다름없었다. 숨바 사람들은 장례식은 고인돌 속에 시신을 묻는 참으로 독특했다. 사람이 죽으면 금방 장례를 치르지 않고 집에 시신을 보관한다. 그것도 귀족이면 귀족일수록 시체를 오래 보관한다. 시체를 보관하는 동안 손님들이 찾아오면 늘 돼지를 잡아 대접하기 때문에 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들에게는 부의 상징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장례식이 있어 갔더니 4구의 귀족들 합동장례식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게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귀족들의 장례는 식을 하기 보름 전부터 노예들은 귀족의 시신 곁에서 숙식하고 있었다. 장례식 전날에는 하늘나라로 고인의 영혼을 데려가 주는 이승사자라며 금식을 시켰으며 당일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옷을 입혀 앞에서 말을 타고 시신을 무덤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장례를 치르다가 노예가 쓰러지면 귀족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여 그렇다고 했으나 내 보기엔 그들이 전날부터 금식하여 어지러워서 쓰러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돌로 무덤을 만드는데 보통 일 년 이상씩 걸리곤 했는데 요즘은 시대가 발전하다보니 돌을 사용하지 않고 시멘트로 고인돌모양의 무덤을 만들기도 한다.

 

30년만에 장례하는 우마빠라에 모여든 구경꾼/취재진들과 조문객들



시간이 있어 다른 마을을 가 보았다. 그런데 그 마을 어느 집에는 집안 거실에 관을 두 개씩이나 두고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런지 여쭤봤다.

할아버지 왜 죽은 사람과 함께 생활하세요?”

우리는 죽은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게 아니라 시신을 모셔두고 생활하는 것이지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무섭지 않으세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요. 우리는 움직이고 고인들은 편히 잠자는 것뿐인데

저기 저 할아버지(시신을 가리키며)는 언제 쯤 장례를 할 계획이세요?”

이제 3년 되었으니 내년까지 돈을 모으면 장례비용이 마련될 것 같아 내년에 장례를 치룰 계획하고 있어요.”

왜 시신을 돌 속에 묻게 되었나요?”

땅속에 묻어두면 짐승들이 파헤치기 때문에 땅속에 묻어놓고 돌을 덮어 두었지요.”


                                                                                                           죽인이의 몸은 누운상태가 아니라 앉은 상태로 염하였다.


 

더 신기한 건 아내 셋을 데리고 살다가 아내들이 죽으면 하나씩 무덤을 만들어 두었다가 남편이 죽으면 그제야 아내들의 시신을 남편의 무덤으로 옮겨 함께 합장해 준다. 갔을 때 죽은 남편은 아내가 셋 이였는데 그 셋과 함께 합장해 준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저승에서도 복에 겨운 일일까? 숨바 사람들은 부부가 남편이나 아내가 죽으면 합장을 해 주었다. 이승에서 부부로 살았으니 저승에서도 부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즐겁지(?) 않은 일인 것 같으나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숨바섬 와잉아뿌의 동상(waingapu)


                                                                                                                             와잉아뿌의 해변에는 모래알도 부드럽지만 바다물이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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