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트라 부낏라왕(Bukit lawang)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메단에서 부낏라왕을 한 달 사이에 세 번이나 왔다.
처음에는 ‘MBC 세상의 모든 여행’ 프로그램 촬영하기 위해 사전조사 하러 왔다. 그 다음은 조여정과 제작진들과 함께 촬영하러 왔었다.
인도네시아 전국을 다니다보면 특별히 풍광이 좋거나 그곳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곳은 시간되면 꼭 여행하러 오던지 아니면 원고 작업하러 와야지’ 하며 마음으로 찜해두던 여행지 몇 곳이 있다.
한해를 뒤돌아보는 연말이 되었다. 둘째 딸이 자신과 내면의 대화를 나누고 싶다기에 내가 여행지로 찜해 놓은 곳으로 데리고 왔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이 바로 그런 곳 부낏라왕의 에코로지호텔이다. 누구든 이곳에 오면 나무, 바람, 물, 태양, 곤충들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침 식사하러 레스토랑에 가면 원숭이가 나무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열매 따먹는 걸 볼 수가 있다. 지금 부낏라왕 이곳이 찜해 놓은 곳 중에 한곳이다.
아침을 먹은 후 정글트래킹을 하면 좋다. 높은 산새와 죽죽 뻗은 나무들 사이로 신선한 공기도 마음껏 들이 마시고 정글로 가면서 고무나무 수액 채취하는 것도 볼 수가 있다. 산속에 가서는 오랑우탄(Orang Utan)을 만나 바나나도 좀 건네주고 잠시 오랑우탄과 즐거움을 교제할 수 있다. 오랑우탄은 아이큐가 97이라고 정글 가이드가 말한다. 오랑우딴을 만나고 내려오다 보면 수백 년이 된 거목을 볼 수 있다. 거목의 줄기는 타잔이 타고 다녔던 것이다.
하산을 하여 점심을 먹고 냇가에서 튜브래프팅을 하면 신난다. 오후가 되면 호텔 방 앞 나무로 원숭이 들이 내려온다. 방 앞에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는데 과일이나 먹을 것을 내놓게 되면 원숭이에게 뺏길 수도 있다.
밤이 되면 조용하다.
아무리 강한 자동차의 경적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원하던 원하지 않던 밤새도록 개구리와 매미 귀뚜라미들의 합창을 들어야 하는 이런 곳이다. 가끔 모기도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걱정 없다. 호텔 방 침대에는 하얀색 드레스처럼 길게 늘어뜨려진 모기장이 쳐져 있다.
누구나 그 침대에 누우면 왕자와 공주님이 된 기분일 것이다. 게다가 욕실도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져있다. 욕조대신 항아리를 사용하고 욕실 바닥은 자갈돌이 잔뜩 깔려 있고 그 위에 층층이 화분이 놓여 있다. 목욕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 볼 수 있으며 목욕하는 장면 원숭이에게 들킬 수도 있다.
호텔 앞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 넓고 자갈들이 많이 앉아서 물놀이하게에 좋다. 많은 사람들이 강을 찾으며 강물에 튜브래프팅을 즐긴다. 한두 사람이 튜브를 타고 강물 따라 떠내려가기도 하지만 튜브 여러 개를 묶어서 강물 따라 7km정도 떠내려가는 튜브래프팅도 있다. 나는 튜브래프팅을 하고 싶었다. 안전을 위해 앞뒤에는 가이드가 타고 나는 중간에 탔다.
커다란 튜브여서 누워 하늘을 바라보아도 되고 튜브에 올라앉아서 발을 물에 적시며 강물에 떠내려가도 좋다. 튜브를 타고 강물로 떠내려가면 큰 돌에 부딪히는 물결들이 마치 내 앞으로 밀려오고 있는 것 같다. 떠내려가다 보면 시골 녀석들이 알몸으로 강물에 멱을 감는다. 강물을 한참 떠내려간 후에 그곳에서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오후가 되면 호텔로 람붓딴과 두리안을 팔러 과일장수들이 몰려온다. 나는 람붓딴과 두리안을 샀다. 방 앞에는 각각 의자와 탁자가 준비되어 있고 그곳에서 주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기도 한다. 나는 과일바구니 짊어진 할아버지가 너무 힘들어 보여 람붓딴과 두리안을 샀다.
자신과 내면의 대화를 나누고 싶어 여행하자던 딸아이는 어제부터 잠만 길게 자고 있다. 정말 자신과 내면의 대화를 나누려는 건지 아니면 꿈속에서 수면의 대화를 하려는 건지 나는 알 수가 없어 과일을 먹자고 깨웠다. 람붓딴을 까서 입에 넣어 깨물면 향긋한 단물이 입안에서 아삭아삭 씹힌다. 맛있어 몇 개씩 먹다가 다 먹었다.
이제 두리안을 먹을 차례다. 딸아이는 냄새가 싫다면 안 먹는다고 했다. 나는 혼자 반 정도 먹었다. 먹다가 딸아이에게 모든 건 경험이 중요하다며 두리안 맛이 어떤지 남의 이야기 듣고 상상하지 말고 직접 먹어봐야 어떤 맛이 어떤지 알기 때문에 꼭 먹어야한다며 권했다. 딸아이는 손가락으로 과육을 집어 먹었다. 얼굴을 찡그렸다. 정말 맛이 이상할까 나는 맛있는데 왜 저리지,
그때 옆의 방의 앞에서 책을 읽던 프랑스 여인이 나왔다. 자기는 두리안 냄새를 견딜 수 없으니 다 먹은 후 껍질은 가능한 멀리 버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네. 자바 수라바야 섬머셋호텔에 가면 두리안 입실금지 표지판이 있다. 그곳은 빌딩이니 금지였다.
여기 호텔은 야외나 다름없는 곳이라 확 트인 공간이니까 두리안을 마구 먹어도 되구나 그러나 프랑스 여인이 싫다니 얼른 손 닦고 버려야지, 나는 휴지 가지러 잠시 방에 들어왔다. 밖이 소란하여 나가보니 그 사이 내가 먹다 남은 두리안을 원숭이 녀석이 들고 가 버렸다. 코끼리가 두리안을 좋아한다더니 원숭이도 좋아 하.
수마트라 섬 에코로지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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