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을 가재로 알고 수족관에 넣었다.
별과달
이른 아침이다. 속눈썹으로 햇살을 한번 걸러도 눈부신 아침이었다.
밖에서 세차하던 운전기사가 바가지를 집안으로 가져오면서
“ 사모님, 여기 한솔이 키우는 가재가 밖으로 다니기에 잡아왔어요.” 손에 잡힌 가재가 꼬물거리는 것이 보였다.
“ 어디 봐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성경책에서 본 전갈그림과 같았다. ‘이거 전갈과 같은데 이상하게 생겼네. 색깔은 검은빛 나고 발은 가재발이고 못 보던 가재인데 아들이 또 새로 사다 넣었나보다. 아니면 인도네시아 가재는 이렇게 생겼나, 하긴 바퀴벌레가 참매미 크기만 해 훨훨 날아다니니까 가재도 내 어릴 적 도랑에서 잡던 그런 가재와 다를 수도 있겠지. 짧은 순간에 머리를 굴리면서 기사에게 물었다.
“ 이거 가재 맞아요?” 
“ 세차하고 있는데 앞으로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에 내가 억지로 잡았어요.”
하며 장한 일했다는 듯이 흐뭇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 그러면 저기 가재들이 있는 수족관에 넣어두세요.”
아들의 취미가 물고기를 키우는 것인지 미니 바다를 만드는 것인지 수족관이 4개나 된다. 열대어가 들어 있는 것, 천연색 가재들, 고등어만한 물고기와 꽁치만한 물고기인데 잡식성인지 먹이로는 귀뚜라미도 먹고 새끼물고기와 예쁜 금붕어를 먹고 산다.
그 물고기는 힘이 강해서 몸부림치면 회집 수족관만한데도 밖으로 튀어나와 항상 뚜껑을 덮어 놓기도 한다. 또 가재들도 수족관 안의 줄을 타고 밖으로 나와 기어 다니는 걸 여러 번 잡아 수족관으로 넣어 준적 있다. 거실에 둔 수족관에서 거실 장식장 아래도 기어 다니기도 했었고 안방 화장대 밑에까지, 그러다가 죽은 놈도 더러 있다. ↑ 수족관에 잡혀 들어간 전갈 크기가 핸폰^^
오후가 되었다. 학교에서 아들이 돌아왔고 운전기사가 아들에게 말했다.
“ 한솔, 아까 가재가 밖으로 나와서 내가 잡아넣었다.”
“ 그래 한솔아 엄마가 보니 꼭 전갈처럼 생겼더라. 그건 언제 샀니?”
아들은 나와 기사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 어디?” 하면서 수족관을 들여다보더니 그물로 된 채를 가져와서 끄집어냈다.
“ 엄마 이건 가재가 아니고 전갈이야 전갈!”
우리는 눈이 둥그레지면서 우스운 일이었는데 웃지도 못하고 서로 쳐다만 보았다. 나도 기사도 전갈을 처음 보았던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꼬리에 독을 품고 있는 전갈은 하루 종일 수족관 속에 있었던 탓으로 이미 죽어 있었다.
인도네시아 살면서 나는 골고루 보고 살아왔다. 방으로 들어온 이구아나, 비온후 마당으로 슬슬 기어 다니던 뱀, 날마다 내 컴퓨터 뒤 벽으로 기어 다니는 찌짝(도마뱀)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고향의 밤 소쩍새를 생각나게 하는 또께, 또께는 '또께 또께.....‘ 하면서 울어대고 도마뱀처럼 생겼다. 300g 정도의 무게가 되면 2.500$정도의 값이 나간다고 한다. 그러나 독이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사람들에게 또깨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또께가 우는 집에는 도둑이 들지 않아 안전하고 하나는 또깨가 내는 울음소리를 센다고 한다. 처음에 또께(부자) 두 번째 또깨(가난) 이렇게 해서 홀수로 끝나면 부자가 될 징조이고 짝수로 끝나면 가난해진다고 믿는다고 한다.
요즘은 우기라서 날마다 정오가 지나면 소낙비가 내린다. 비가 그치면 ‘라론’이라는 하루살이인데 귀뚜라미만하다. 사람들은 아침이면 그 하루살이(라론)를 잡는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볶아서 먹으면 맛은 아주 고소하지만 체질에 맞지 않으면 두드러기가 생긴다고 그들은 말했다.

↑ 찌짝 ↑ 또께
# 전갈은 몸이 길고 분절된 꼬리의 끝부분에는 독을 분비하는 찌름장치가 있다. 크기는 13~175㎜이고 6쌍의 부속지를 가진다.전갈의 독소에는 보통 2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효과가 국부적이고 사람에게 비교적 해가 없는 것이고 다른 것은 죽음을 유발할 수도 있는 위험한 신경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