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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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한인들

진정한 양보

이부김 2009. 2. 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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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양보

                                                            별과달

      핸드폰 벨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는  +000 이었다.

      이건 분명히 외국이다. 받으니 가느다란 남자 분의 음성인데 싱가포르라고 한다.

      " 한나 프레스 싱가포르입니다.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는데 시상식 때 오실 수 있습니까?"

      순간 최고가 아닌데 그곳까지 상 받으러 내가 아니면 대신 아이라도...... 예이....관두자.하는 생각이 번갈아 들었다.

      " 우선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상 받으러 싱가포르까지 갈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상대방은 준다는 상을 준다는데 감격은 못 할망정 시상식에 오지 않겠다니 기분이 나빠졌을지도 모른다.

      " 네 안 오신다구요?"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못 갑니다.' 라고 고쳐 말하려다가 결론은 똑같다는 생각에 '예" 하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메일을 보냈다. 상을 양보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 전화로 말씀드렸듯이 시상식 때 참석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그러나 죄송한 김에 한 번 더 죄송하고 싶습니다. 제가 받을 상을 시상식 때 참석 할 수 있는 다른 분에게 양보하겠습니다.'


      얼마 전 자카르타에 사는 사촌 오빠가 신문을 보았다면 전화를 했다.

      “ 동남아 한국인대상으로 신춘문예 공모가 있던데 네가 시간이 있으면 글을 한 번 보내지“

      내가  인도네시아로 오게 된 동기도 오빠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는 사실 글에 대하여 잘 모른다. 그러니까 시간 있으면 글을 한 번 보내라고 말한 것이다. 글이 무슨 문자 메시지도 아니고 아무리 작은 타이틀이라 해도 명색이 신춘문예인데.

      오빠가 알려 준 시기는 마감 3일 전이었다. 주최 측에서는 동남아에 살고 있는 한국인 대상으로 신춘문예작품을 공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건은 우편으로 송고하여야 본인임을 확인 할 수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보내자면 아무리 빨라도 3일은 걸린다. 나는 상황을 메일로 보냈더니 그냥 작품을 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어찌 보면 그 쪽에서는 늦은 걸 편법으로 받아 주었고 작품을 뽑아 상을 주니 이제는 그 상까지 양보하겠다니 아주 별난 인간이라며 괘씸해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글 적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때는 일기를 꼬박꼬박 적었다. 꿈 많은 시절에는 잡지책에 주소를 등록하여 여러 사람들과 펜팔 많이 주고받았다. 글자도 예쁘고 적고 편지지도 좀 좋은 것으로 고르고 낭만이 묻은 좋은 구절로 도배를 하였던 그 시절. 숙제하는 시간보다 편지 적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었던 젊은 시절들.


      요즘은 워낙 여러 분야에서 홍수처럼 문인들을 배출시키다 보니 너도나도 작가인 세상이다. 물론 부자와 빈자가 있듯이 작가들에게도 역량과 수준이 있겠지만. 나는 수필로 등단하였고 내 분야는 디카수필 여행수필 뭐 이런  쪽이지 사실 시는 아니다. 그러나 시 공부한다고 이름 있는 시인과 몇몇 문인들과 어울려서 여기저기 껄떡거리고 다닌 경험이 없잖아 있다.  그 때 시인은 말했다. '시는 돼지머리 눌러 놓은 것처럼 압축되어야 한다.'고. 나는 돼지머리 눌러 놓은 것을 썰어 내지는 못하지만 가끔 가슴속에 오래 묵어진 감정을 짜서 캡슐에 넣는 작업은 더러 해 본다.


      나는 오늘 마음이 즐겁다. 상을 받았으니 기분도 좋다. 상은 언제 받아도 즐거운 것인데 남에게 양보를 한 것이다. 오늘 내가 한 양보가 진정한 양보여야 하는데 아무래도 상이 내 마음에 안 들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겸손을 배워야 할 것이다. 진정한 양보가 어떤 것인가를.

                   
            

      징검다리/별과달 >

       

      우리 마을에서

      이웃 마을로 가려면

      징검다리가 놓인

      낯선 강을 건너야 한다.

       

      개울에서 내려 와 모인 징검다리

      새색시 꽃가마 상인들의 봇짐

      황소 몰고 농사꾼도 지나다닌다.

       

      얼마 전 이웃 마을 저수지 둑에

      구멍이 나서 물이 흐르는 지금은

      물살의 강약과 수심을 가늠 할 수가 없다.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많은 징검다리들이 깨끼발하고

      이웃 댐 소식에 귀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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