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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한인들

한의원에서 전신마사지를

이부김 2009. 2. 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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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원에서 전신마사지를

 

내 손바닥을 문질렀다 만지작거렸다가 혈압을 재어보더니 한의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 다큐멘터리 한편 만드시지요?"

" 무슨 다큐멘터리요? "

" 이렇게 낮은 혈압과 약한 맥박에도 끄떡없이 장거리도 잘 다니는 것 보면 믿어지지 않아서 그래요."

" 혈압이 얼만데요?"

" 80/60 "

" 60? 그러면 예전보다 수치가 올라갔네요. 원래(4년 전)에는 80/59였는데."

한의사가 신기하다는 듯이 날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가끔 기운이 없고 손바닥이나 발바닥이 후끈거리는 일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그런 증상은 전혀 없다는 대답에 공식이 잘 풀리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 혈압과 맥박이 이 정도면 가만히 있어도 나른해지며 머리도 아프고 기력이 다운 될 터인데…….”

“ 그래서요? 의학적으로 볼 때 쓰러지거나 이미 죽어야 되는데 아직 멀쩡해서 이상해요?”

“ 하하.....무슨 그런 말씀을…….그기 아이고 ....”

차를 8시간 이상씩 타면 에어컨 바람에 때문에 머리가 깨어질 듯이 아프고 그 느낌을 설명하자면 망치로 장독을 내리 칠 때 부서지는 그런 영상을 떠올리면 된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나는 오늘 한국 사람이 진료하는 한의원에 전신마사지 받으러 갔습니다. 피로가 많이 저축되었고 시간이 허락하면 이곳에서 가까운 곳(왕복 차타고 5시간) 한국인이 하는 한의원으로 가끔 마사지 받으러 갑니다. 처음에는 장거리 차를 타고 다니니까 허리가 아파 한의원에 침이라도 맞을까 해서 갔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혈액순환 잘되게 하는 전신마사지가 있다기에 난생 처음 해 보았습니다.


마사지를 받기 전에 항상 혈압이나 맥박 등을 먼저 체크하고 마사지를 했습니다. 맨 처음 마사지를 받고나니 얼었던 손이 녹는 것처럼 온 전신이 얼얼했습니다. 앞으로 뒤로 엎드리고 앞으로 눕혀 놓고 온 전신을 팔꿈치 부분의 뼈로 문지르는데 근육이 뭉쳐 있어 아픈지 문질러서 아픈지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자고 다음 날 일어 날 수가 없었습니다. 어깨며 등짝... 움직일 수가 없도록 얼마나 아픈지. 어릴 적 빨갛게 잘 익은 홍시 따먹으러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썩은 가지를 잘못 밟아 떨어졌는데 그 다음 날 온 몸이 아팠던 것처럼 아팠습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해 보니까 아픈 느낌은 없어지고 몸이 가뿐해진 기분이 들어서 가끔씩 받아보는 마사집니다.


이 한의사는 인도네시아 4년 째 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선선한 휴양지로 알려 진 이곳은 좋은 기후조건을 가진 환경이라며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이곳으로 옮겼더니 앓고 있던 아토피성피부염까지 나아서 즐겁다던 그 한국인 엄마가 생각납니다. 한의사는 계속 설명을 합니다. 이곳은 특히 나처럼 저혈압이나 고혈압인 사람이 살기가 좋고 고혈압 중에서도 콜레스테롤이 적은 고혈압은 쓰러질 염려가 없다며 말했습니다.

나의 체질은 한국에 살면 더군다나 요즘 같은 겨울에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매번 나에게 그런 증상을 물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추위를 엄청 타지요. 에어컨이 강한 은행 같은 곳에 오래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추워서 햇볕에 몸을 쪼이기도 한답니다.


내 혈압은 한국에 있을 때 이미 저혈압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의사가 혈압은 아주 낮고 젊은 사람이 맥박은 노인 맥박수라며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어떤 일에 무리하면 그 다음 날 아침 일어나 화장실에 갔을 때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지고 거울을 보면 얼굴이 창백했습니다. 가슴은 답답하게 조여 왔습니다. 한참 후 깨어나 보면 욕실 바닥에서 쓰러졌다가 깨어났기에 등허리 옷이 젖어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은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가슴위에 빨랫돌을 얹어 놓은 것처럼 숨을 들이쉴 수도 뱉을 수도 없어 몸부림을 쳤답니다. 온 가족이 매달려 응급처치를 하였지요. 5살 난 아들이 그 순간을 보고 상당히 걱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엄마의 안부를 묻는다는 것이 " 엄마 아직 안 죽었나?" 하고 내 손을 잡았습니다. 아들의 그 표정과 말투가 얼마나 우습던지 " 응. 엄마 아직 안 죽었어." 하면서 아들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곳에 살면서 그런 일은 후 횟수가 몇 년에 한 번씩 줄어 이젠 그런 증상이 없어졌습니다. 

 

의학 지식은 부족하고 염려는 되고 외출하는 아내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말 보다는 ‘우황청심환’ 챙겼는지를 먼저 묻던 남편, 몇 년째 내 혈압과 약한 맥박에 이론과 현실의 환자 증상이 달라 매번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한의사. 인위적인 방법으로 혈액순환을 위해 전신마사지를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혈압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일익을 담당해 준 이곳 자연적인 기후와 쾌적한 환경이 감사 할 따름입니다.

십오 년 전 맥박수가 약했지만 지금도 그렇게 약하고 몸무게 또한 한결같다면 그래도 건강을 잘 유지해 온 것입니다. 바쁘고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은데 약한 맥박과 혈압의 수치 그 따위들을 기억하기 싫어 무시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받는 마사지는 그래도 덜 아팠습니다. 한의원 창밖을 보니 비 그치고 맑게 갠 하늘에는 의 구름들이 여기저기 둥둥 떠 있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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