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시 해군부대 정문>
해군부대 성탄예배 풍경
글/별과달
내가 다니는 인도네시아 디아스뽀라교회는 올해 12월 초에 교회 건물에 대한 허가 서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교회당에서 예배 드리는 것 금지 당했다.
교회 안으로 무슨 정치적인 테러범이 숨어 든 것도 아닌데, 수십 명의 경찰들이 날마다 교회를 둘러싸고 지키자 사택에 사는 목사님은 너무 마음이 불편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복음 전도를 위한 교회 라디오 방송은 예전처럼 진행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인인 내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 건물을 짓고 예배드린지가 이미 3년이 지났고 교회에서는 분명히 허가를 청구했고 그들이 조금만 기다려라. 하며 차일피일 3년을 미루어 온 것이다. 그렇다며 왜 그때 허가를 받은 후 사용하라고 하지 않았는지.
확실한 것은 정부기관에서 허가를 질질 끌면서 기회를 노렸다는 것이다. 하긴 비단 교회뿐만 아니다 얼마 전에는 이곳 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 강당 무대위에서 설교하는 무하마드 수디다르마 목사님>
교회에서 예배를 금지시켜 버린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등교를 금지 시켜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방학도 아닌데 학생들에게 등교 금지 명령을 내리면 멋모르는 학생들은 어디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나?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예배를 앞둔 이천 여명 이상의 성도들이 어디로 가서 예배를 드려야 할까?
우리 속담에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는 말이 있고 인도네시아 속담에는 ‘등나무가 없으면 뿌리라도 사용한다(Tiadak rotan akarpun jadi).’ 는 말이 있다.
교회사용 금지 때문에 크리스마스 예배를 안 드릴 수는 없다. 누구나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한다. 교회에서는 말랑시에 있는 해군분대(Angkatan Laut) 강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렸다. 성도들이 많아 강당이 턱없이 좁았지만 강당 앞마당과 옆 통로에 천막을 치고 의자를 꽉꽉 채워 넣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군부대 강당에서 매주 마다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도 그렇고, 군복 입은 사람들이 우리가 예배를 드리는 동안 주차된 차들을 지켜주고 주차비 받는 것을 보면 나는 너무 신기하다.
< 강당 안의 모습 왼쪽에 성탄 장식 그림과 위 쪽에 해군 총장 사진>
낮에 성탄 예배를 드리고 나오면서 정문에 있는 빵집에서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축하 케이크 사는 동안 나는 정문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정문 지키는 여섯 명 군인들에게 과자와 빵을 사서 갖다 주면서 “ 아저씨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그들은 미소로 받았고 돌아서 나오는 내 뒤통수에다 대고 고맙다는 인사를 사람 숫자대로 했다.
이슬람교인들의 최대 명절 러바란이 되면 나는 비록 그들만이 즐기는 종교적인 명절일지라도 해마다 과일바구니와 축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었다. 어쩌면 남의 나라에 얹혀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보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올해 나는 성탄축하 문자 메시지를 10통 이상이나 받았다. 바라지도 않던 뜻밖의 일이다. 이슬람교 인들에게 ‘00 가족으로부터’ 라는 크리스마스 축하 메시지 받으니 가슴에서 무엇이라고 표현하지 못 할 것들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내가 살아 온 경험과 개인적 생각으로 보면 인도네시아 인들은 그래도 아직 순수한 면이 많은 것 같다.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신들도 저 사람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라의 아들 딸이 되고부터 조금 변했다는 걸 들을 때 아마도 가문 풍습에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예수님은 왜 하필 추울 때 태어나셨지?' 하던 아들 말이 떠오른다.
정말이지 이곳이 추운 겨울이 아니고 여름이라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해군부대에서 드린 2008년 크리스마스 예배는 나에게 그 어느해 보다 더 행복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였다.
< 천막이 친 강당 입구 잔디는 군부대 정원>
<찬막 속 강당 입구에 크리스마스 장식>
< 전통 의상입은 중창단>
< 강당 안의 꽉 찬 사람들>
<대형 스크린은 총 4개나 설치 되어 있었다>
< 천막 아래 강당 왼쪽 마당>
< 강당 앞 오른쪽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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