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저 밑바닥을 지나며>
일전 중국계 인도네시아 그리스도인의 안내를 받아 뜨레떼스 지역을
올라갔습니다. 그 곳 산 중에는 움막을 짓고 독거하고 있는 한 분의 동포를
만났습니다.
50세 중반을 넘기셨는데, 주변의 인도네시아 이웃들이 챙겨주는 쌀과 라면으로
생계를 잇고 계셨습니다.
그곳에서 뼈 아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잘 나가는 회사 그만두고 독립한다고 나가 동업을 했으나 곧 사기에 몰리고,
나중에는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경제가 거덜나
뜨레떼스(인도네시아 동부자바) 산속까지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남편 구실을 못하는 바람에 부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죄를 지은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작년인가, 독일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아들이 보낸, 잉크가 다 날아가 희미해서
보이지도 않는 팩스 용지를가보처럼 보관하고 계셨습니다.
그 나마 아들의 주소도 찾지 못해 다리 하나 잘려나간 돋보기를 열심히
고쳐 쓰며 가방 이쪽 저쪽을 뒤지는 모습에서 아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연민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그럼에도 혹시 나 자신 때문에 다른 이가 부담스러워 할까 짐스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그 분의 여권을 받아왔습니다.
다행히도 여권은 아직 살아 있었지만 비자는 죽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저는 인도네시아 그리스도 인들이 나서서 '내 핏줄’을 어떻게든 도우려는
모습을 보며 한편 그리스도 안에서 감사함과 더불어 부끄러움을 금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분의 노모님은 아들을 기다리다가 작년에 돌아 가셨고 87 세가 되신 아버님이
아직 고향에 남으셔서 아드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금껏 칩거하며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거부하며 살아 왔지만 이제 아버님 얼굴
한번 뵙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이분의 간절한 소망을 가슴에 고스란히 떠 안고 내려왔습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협력해 구십시오.
우리 가운데도 골짜기 아래 저 밑바닥을 지나가는 많은 가족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십자가 짐 같은’무게를 감내하며 용감히 현실을
맞서는 믿음의 가정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 가정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주께서 이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실 뿐만 아니라극복해 달라고 말입니다. 주께서 함께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이글을 쓴 목사님은 현재 한국에 계십니다.>
저는 인도네시아 교회에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만에 한 사람을 전도해서 한인교회로 나갔습니다.
중국 여자와 함께 사는 남자분인데 한국말이 하고 싶고, 그립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역시 한국말로 수다를 떨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해외동포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가까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