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소도 자식도 아내도 많았다.
글/별과달
32마리의 소들이 있는 마구간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소슬바람 한 자락이 불어 왔다. 내 온 몸에서 소똥 냄새가 나서 양쪽 어깨에 코를 대고 킁킁거려보기도 했다. 눈 앞에 보이는 소 때문인지 티셔츠에도 바지에도 소똥 냄새가 가득 베여 손으로 짜면 뚝뚝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망고나무 아래서 옥수수를 먹던 소 부자는 나를 불러 함께 먹자고 했다. 참으로 작은 옥수수, 그것도 불에 구운 것이었다. 옥수수라면 나는 한꺼번에 5개라도 먹기 때문에 야금야금 먹었다. 낭까 과일을 곁들여서 먹으니 맛이 더욱 좋았다.
나는 점심을 함께하러 가자고 했더니 소 부자는 밥을 안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면 뭘 먹어요?" 하고 물으니 이번 소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어 특별히 하는 비법이 있는데 올해는 두 달 전부터 밥을 안 먹고 야채 자무 과일만 먹는다고 했다.
<< 양쪽 담장 길이가 총 97미터 되는 소부자의 별장을 밖에서 찍은 모습 >>
나에게 옥수수와 낭까 과일을 권하던 사람은 인도네시아 마두라 섬에서 경주소를 제일 많이 가진 소 부자 하지 또히르(52세).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소경주장이었고 가진 소는 30마리라고 말했다. 한 마리에 1억 단위를 넘는 소가 절반 이상이 되며 2억에 가까운 소가 절반이라면 대단한 부자인 것이다.
왜?
경주 소를 키우는 것은 그의 사업이 아니고 단순한 취미생활인데 그런 숫자로 취미를 즐긴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에게 정말로 대단한 취미가 하나 더 있다.
오늘 그의 마구간에 가서 소를 세어보니 경주 소는 30마리이고 암소(씨받이)가 2마리였다. 그러니까 그가 가진 소는 모두 32마리인데 그는 나에게 30마리라고 했던 것인데 그것은 암소를 소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그 것이 중요한가?
경주 소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지극정성이었다. 아내보다도 자식보다도 더 소를 사랑하는 마두라 남자들 그 중에서도 중년 남자의 소부자의 이야길 나는 하고자 한다.
마두라의 경주 소는 조상 대대로 내려 온 전통이다. 그 경주소를 밀착취재하기 위해 나는 그를 선택하였고 그와 함께 3일 동안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거짓말 같지만 경주소를 하루에 세 번 이상 목욕시켰다. 밤에는 물을 따뜻하게 데워서 목욕시켰고 달밤에 운동을 시켰는데 그저 마당에 끈을 묶어 두는 것이 고작이었다. 먹이로는 피로회복제, 오리 알, 커피, 비타민, 자무, 야자 설탕.......등등 하루에 세 번 이상씩 먹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소에게 물을 먹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취재첫날이고 새벽 3시에 소들을 트럭에 실고 내일 모레 경기가 있는 먼 곳으로 출발한다. 자정이 가까웠는데도 모기도 있고 너무 더워서 잠이 오지 않아 마당을 서성거리는데 소 부자가 외출에서 돌아 오자마자 마구간으로 가서는 소 키우는 사람들과 소에 대한 안부를 묻곤 했다. 소 키우는 사람들은 새벽 3시가 될 때가지 카드놀이 하고 나는 도대체 할 일이 없어 소 부자와 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저 혹시 아내가 몇 명이세요?”
인터뷰를 하다가 중요한 것을 묻고 싶은데 결례가 될 것 같을 때는 일단 물어 놓고 본다. 그리고 실례인 것 같으면 ‘아· 우리와 다르군요.’하고 문화 차이로 얼버무리는 것이 내 치사한 주특기다.
“ 저는 아내가 한사람 이상입니다.”
“ 네, 5명? 그렇게 되려면 조강지처의 하락이 있어야 한다던데 쉽게 하락을 받을 수 있었나요?”
하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아내 5명으로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들먹거렸다. 그랬더니 그 남자는 너털웃음을 짓더니 “ 저는 아내가 11명입니다.”
“ 네 11명?” 나는 아직 정신도 차리기 전에 소 부자는 말을 이었다.
“ 11번째 아내는 나의 친구 딸이랍니다.”
“ 친구의 딸? 그럼 지금 제일 나이 어린 아내는 몇 살인가요?”
“ 19살이며 두 번째 부인인 37세이지요. 참 조강지처는 나보다 2살이 많은 54살이지요. 자식이 모두 23명이며..” 까지 이야기 하는 걸 듣고 나는 얼른 메모지를 꺼내 적었다. 놀라움도 있고 내 감정으로는 도저히 다 외울 수가 없었다. 소 부자는 계속 말을 했다.
“ 딸이 10명이고 아들이 13명이지요.”
“.......???....”
“ 결혼은 46번했다가 이혼을 35번 하여 지금 아내가 11명...”
이럴 때는 ‘훌륭하다’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
는지 몰라서 그 환한 달빛에 움직이는 마당의 소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이미 고개를 돌려버린 나의 한쪽 귀에
서 들리는 말은 방금 전 외출도 이곳에
있는 아내 집에 갔다가 오는 길이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순간 나 혼자 생각으로 소 부자는
여자나 암소를 아주 시시하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왜 암소를 가진 숫자에서
계산하지 않았을까, 하는 여자인 나는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마두라 섬의 암소는 풀만 먹고 새끼를 낳고 밭에서 일만 죽어라고 한다. 황소는 좋은 것을 먹고 늘 시원하게 목욕과 마사지를 받겠지만 경주 때는 못이 박힌 방망이로 엉덩이 찔려가면서 죽어라고 달려야 사랑을 받는다.
아내를 많이 데리고 있으려면 물질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더니 선박업과 철강 산업....등 주식회사 규모의 사업장을 11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무실 직원만 400명 현장 직원들까지 계산하면 4.600명 정도라고 말했다. 나는 언뜻 또 계산한다. 11개면 아내들에게 하나씩?
이럴 땐 칭찬을 해 주는 것이 대화의 윤활유이다. 그래서 이어진 이야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 곁을 떠나 시장 바닥에서 물건 파는 일을 하였다고 19세가 되었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있어 혼자 독학을 했으며 그 나름대로 원칙이 있었다.
“ 아무리 학력이 높더라도 해보지 않으면 별로 소용이 없고 무엇이든지 해 봐야 된다. 콩 한포기라도 심어 놓고 물을 주던지 해야지 심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서 심었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은 발전이 없다.”
그렇게 말하는데 나는 현대그룹 고정주영님 “해 봤어?“ 하는 말이 떠올랐다.
소부자의 인생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간이 새벽 3시가 되었고 소들을 트럭에 실었다. 새벽 3시에 출발하는 것이 자신만의 비법이라고 말했다. 먼거리를 밤새껏 가서 경기장에 도착하니 아침이 밝아 왔다.
나는 처음에 아내가 많다는 여자와 암소들을 너무 시시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성공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방면으로 성공을 이루었구나 하는 나만의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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