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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성적표는 천국과 지옥으로가는 티켓

이부김 2008. 6. 22.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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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는 천국과 지옥으로가는 티켓
 
 
낙제할 뻔했던 아들 (http://blog.daum.net/hansol0508/13147851 )
이어진 이야깁니다.
 
                                           글/김성월
오후 3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은 성적표에 관한 해명을 듣는 날이다. 약속 시간은 오후 5시다.
그런데 낮부터 아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하룻밤만 함께 자겠다고 한다.
알았으니 선생님이 오시기 전
얼른 친구들을 데리고 밖에서 놀다가 엄마가 연락하면 그 때 집으로 오너라. 하고 강제
외출 시켰다.
 
4시 30분이다. 시간이 참으로 길다.
부릉부릉... 딩동 딩동... 선생님 오토바이 소리와 벨 소리가 거의 연속적으로 울렸다.
“ 어세 오세요. 이번에 성적표 때문에 수고가 많으셨죠?”
“ 네...” 하고 미소를 지었다.
내 옆에 대학생 딸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학교의 큰 비밀이기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켜주고
 나와 둘이서만 이야길 하겠다고 한다. 딸이 함께 있어도 그리 낯설지 않을 텐데, 그건 딸아이 둘 다
지금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를 졸업하였고 지금 아들의 담임이 딸아이
중학생 때 교생 실습 나왔던 분이란다.
 
제 그 거대한 실수의 보따리를 풀어 들어 보자. 어디서 잘못이 되었던 것입니까? 하고
내가 먼저 말문을 던졌다.
“ 이번에 학교에서 아주 큰 실수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점수를 관리하는 프로그램 엑셀을
잘못 입력하여서.”
“ 그래서요?” 하자 선생님은 찬찬히 이야길 시작했다.
엊그제 제가 한솔이 시험지를 가지고 가서 나 혼자 성적표와 계산을 해보니 맞지 않았어요.
순간 몇 과목 선생님들이 왜 한솔이가 낙제지 이번에 점수가 좋았는데 라고 하던 생각이나더랍니다.
그래서 시험 점수관리 담당자에게 ‘한솔이 점수가 이렇게 낮을 리가 없는데 한번체크해 봅시다.’ 라고 했었지요.

마침 귀가하려던 담당자와 함께 컴퓨터를 열어 한솔이의 것만 확인을 해 보니 역시 틀렸어요.
순간 담당자는 얼굴이 창백해졌어요. 그래서 같은 학년 옆 반의 한 학생의 것을 확인해 보니역시 틀렸어요.
1학년 것도 확인해 보니 역시 틀렸어요. 우리는 빨리 교장선생님께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교감선생님께
보고하고 1.2학년 전 담임들에게 연락하고 학교에 모이게 되었지요.
그날 밤 우리 담임들은 새벽 4시까지 성적표를 다시 적었어요.“
 
그제야 나는  밤 1시 가까이에 메시지가 왔던 일이 떠올랐다. 그 상황을 눈에 보듯이 짐작 간다.
성적표를 내일 아침 당장 학부모들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잘못 기입되었으니 말이다.
      

                        <성적표 받고 담임과 면담중인 학부형과 학생>

     

    솔직히 나는 아들의 시험 점수가 정말로 그렇다면 유급해야한다는 마음을 이미 굳히고 있었다. 그러나 유급될 때

    되더라도 자세하게 점수 확인이라도 해보자고 할 참이었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성적이 좋은데 낙제

    받은 학생의 부모님도 반드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학교 측의 실수로 멀쩡한 학생이 낙제라는 마음의 상처와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면 과연 그 어떤 학부모가

    그냥 참고만 있을 것인가.

     

    인도네시아 학교 성적표는 일 년짜리가 아니라 초등학교는 1학년에서 6학년까지 한권으로 되어 있다.

    물론,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모두 한권씩 되어 있다. 게다가 이번 같은 경우에는 이미 1학기 성적표에 학부형들의 사

    인도 있는데 그것에 잘못 적혔으니 학부형들에게 다시 사인 받는 일의 그 뒷감당?

    더군다나 성적표는 나라의 문서이기에 잘못 기입이나 잃어버리면 경찰서에 분실신고하고 서류 받아서 학교에서

    다시 만들어야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다. 내 딸아이가 잃어버린 적이 있어 내가 경찰서에 분실신고하고 학교로부터

    새로 받았는데 그 성적표에는 원본이 아닌 ‘사본’ 이라고 도장이 찍혀 있다.


    이번에 아들이 낙제 될 뻔했던 사건 때문에 담임의 지혜로움으로 큰 위기에 빠질 학교에 아주 큰 공로를 세운 것이다.

    담임은 “이번 이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성적에 관련된 모든 선생님들은 입건되고 학교의 명예는 치명적으로 손상이

    되고....”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혼자만 알고 있어 달라고. 나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일기를 적는 것은

    괜찮다. 나는 내 자녀의 성장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해 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수 백여 명의 학부형들은 영문도 모르는 체 노트처럼 된 성적표를 받지 못하고 달랑 한 장으로 프린트 된

    임시 성적표를 받게 되었고 사건의 전후를 다 알고 있는 나는 해프닝이라기에는 너무 끔찍한 자녀 교육의 현장이다.



     


    < 성적표 차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과 고등학생들>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 있어 성적표는 천국과 지옥을 드나드는 티켓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성적표를 받을 때 담임이

    '너는 성적이 좋아 진급이다.'하고 말하면 학생은 천국의 티켓을 받은 기분일 것이고 담임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너는 '유급이다.'하고 말하면 그건 바로 지옥행 티켓이나 다름없다.

     

    성적표 받는 날의 풍경이다. 복도 구석구석에는 유급되어 고개를 떨어뜨리고 우는 학생도

     있었고 자식을 달래는 아버지도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지 않았다.

    그건 너무 잔인한 짓이라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카메라에는 담았다. 방송에 나가야만 시청자들이 보고 믿고

    한국의 교육 문화와 비교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럴 땐 직업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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