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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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엄마 나 붙었어.

이부김 2008. 6. 23.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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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나 붙었어


      밤 8시경에 전화가 왔는데 둘째 딸아이였다.

      “ 엄마 나 못했어.”

      “ 뭐? ”

      나는 간이 철렁거렸다. 아들의 성적표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난 후라서

      그런데 이번에는 딸이 또 뭘 못했다는 건가.

      예전에 칠남매 키우시면서 엄마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더니 꼭 그 모양이네.


      나는 잘 못 알아들어서

      “뭐가 못했는데 네가 하는 통번역일 오늘 마지막 미팅이라며 다 끝났잖아”

      “ 붙었다고.”

      “ 붙어?”

      “ 응 대학에 붙었다고”

      합격이란, 그 좋고 좋은 말 놔두고 하필 '붙었다'는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만 하여튼 너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번 딸아이 아파트에 갔을 때 딸아이가 하던 말이 떠오른다.

      “ 엄마 정말 공부가 제일 쉬웠다. 가장 오래 공부한 날은 하루에 12시간을 공부했다.”

      보름 전 인도네시아 대학 국제관계학과에 지원하여 시험을 쳤고 어제 합격 발표가 난 것이다.

       

         

       

      대학 등록금도 혼자 벌겠다며 일거리를 달라고 기도를 했었는데 시험이 끝난 다음 날부터는

      한국의 KT 회사의 IT 소프트웨어 팀의 통번역 일을 부탁 받아 열흘간 했다.

      그 액수는 상당히 큰 액수였고 딸아이는 자신이 스스로 했다고 매우 신나했다.

      열흘간 일한 대가를 받아 십일조내고 등록금 지불하면 딱 맞다. 하나님은 계산도 잘하시는가 보다.


      그런데 딸아이에게 이번에 있었던 일이 재미있어 이야기를 해 본다.

      KT팀으로부터 처음에 통역을 제의 받았을 때

      “ 민아씨 절대로 인도네시아 말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 영어로만 해 주세요. 인도네시아 말

      할 줄 아는 것처럼 해서도 안 됩니다.”

      다음 날부터 한국 팀과 인도네시아 팀이 만나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과 미팅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프로젝트를 인도네시아 측에 판매 하는 경우인데 미팅 중 서로간의 의견이 잘 안 맞을 때,

      그들은 한국 팀이 인도네시아 말을 전혀 못하는 것으로 알기에 마음 놓고 말을 했었던 것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무엇에 대하여 질문할 것인가를 인도네시아말로 의논하는데 딸아이는

      혼자서 미리 듣고 영어로 문장을 떠 올릴 수 있어 통번역 하는 일이 매우 재미도 있고 수월하였단다.


      일이 끝나는 마지막 날 인도네시아 측에서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해서 피자집으로 갔단다.

      그들이 피자를 시켰고 조금 먹고는 그들은 배부르다고 거의 먹지 않고 있더란다.

      한국 팀과 딸아이가 양껏 먹고 한국 팀장이 화장실가면서 피자 값을 지불했단다.

      그 후 피자 값을 한국 측에서 낸 것을 알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 피자 값은 우리가 내려고 했는데 왜 그랬습니까? " 하며 정중하고 고마움의 인사를 영어로 하더란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말로 수군거리길

      “아이고 아깝다. 그럴 줄 알았으면 우리가 많이 시킬 걸” 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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