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앞마당에서 목소리 높아져
“ 오늘은 우리 여기에 차 세우고 걸어 들어가자” 내가 말하니
“ 싫어, 엄마 교회 마당에 차 세우자 저기 자리 많이 비워 있잖아”
“ 너는 옷도 예쁘게 차려 입고 왜 걷기 싫어하니 나도 저 복잡한 마당 안에 후진으로 들어가서 주차하기 귀찮아”
“ 엄마, 그래도 그곳에 세우자 ”
오늘따라 싫은데 딸아이와 아들이 자꾸 그렇게 하길 원했다.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투덜거리며 차를 안으로 몰고 들어가는데 주차맨이 빈 공간에 주차하라고 알려주는 거리가 후진으로 50미터
정도 운전해 가야했다. 순간 신경질이 나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딸아이에게
한소리 했다.
딸아이와 나는 어른 예배에 참석하고 아들은 중등부로 갔다. 예배 마치고 셋이서 모여 집으로 오려고 차를 탔다.
차 시동을 걸기 전에 아들이 말했다.
“ 엄마, 아까는 엄마가 참 잘못했다. 큰누나가 그렇게 하자고 하면 엄마가 ‘이번에는 안에 세우고 다음 번에는
밖에 세우자.’ 하고 말해야지 교회 예배하러 오는 사람이 그렇게 큰소리로
화를 내고...”
가만히 듣고 보니 아들 녀석이 참으로 설득력 있게 말했다. 아니 녀석이 오늘 예배시간에 어떤 설교를 들었길래
저런 걸 다 깨우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들이었지만 많이 부끄러웠다.
나는 사과를 했다.
“ 그래 알겠다. 엄마가 미안해” 하고 그랬더니 아들 녀석이
“ 엄마 오늘은 내가 엄마 점심 사 줄게”
“ 너 어제 용돈 받은 걸로?”
“ 아니 내가 친구들에게 돈 벌었다.”
“ 네가 무슨 일로 돈 벌었는데?”
“ 친구들 타자 쳐주고 또 컴퓨터로 게임 점수 올려 주고 컴퓨터로 포스터 만들어 주고 받은 거야.
이걸로 우리 셋이 국수는 먹을 수 있어”
나는 하도 기가 막혀 말문도 막혀 버렸다.
내가
피시방을 4년 운영하면서 아들은 컴퓨터와 친하게 되었다. 영어 자판 두드리는 실력은 인정해 준다.
초등학교 때 시 대회 나가서 세
번이나 일등을 했다. 학교에서 조별로 숙제를 받으면 친구들이 타자치는 속도가
느려 내가 한다며 타자에서 프린트까지 집에서 녀석
혼자 다하더니 나름대로 속셈이 있었구나! 그런데 돈 받고
해주는 줄은 몰랐네.
국수집에서 국수를 먹으면서 자꾸만 아들을 쳐다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교육’ 이란 말을 몰라서
‘섹스 하는 거 배우러.. ’ 하던 녀석이 조금 전에 엄마가 틀렸다고 지적하는데
나는 놀랐고 할말을 잃었다.
국수를 먹으면서 그릇에 담긴 국수들의 길이만큼 많은 시간동안 나를 반성했다.
'인도네시아 일상 > 인니 학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나 붙었어. (0) | 2008.06.23 |
---|---|
성적표는 천국과 지옥으로가는 티켓 (0) | 2008.06.22 |
인도네시아에서 교사 직업은 어떨까? (0) | 2008.04.29 |
등록금 거의 공짜로 대학 다니는 내 아이 (0) | 2008.03.29 |
극성맞은 학교장 (0) | 2008.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