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고교 입학식
여러분의 자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입학식 하러 가는 날, 깔끔한 새 교복 위에 이상한 것을 치렁치렁 걸치고 등교하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세상에 무슨 그런 학교가 다 있느냐고 야단이 나시겠지요?
그러나 이곳 인도네시아 고등학교에서는 입학식을 모스/MOS (Masa Orientasi Siswa)라 하여, 특이한 모습을 지정하여 주며 그 차림으로 등교를 하라고 한답니다.
신입생들에게 입학 첫날부터 이상한 모양새로 꾸미고 찾기 힘든 과제를 내주는 선배들은, 그 들은 학생 간부인데 인도네시아 말로 오시스/OSIS(Organisasi Siswa Intra Sekolah)라고 합니다. 또 모스기간 3일 동안 모든 행사와 일정을 주관하며 학교의 교훈과 전통, 선배들에 대한 예의와 규율을 알려주는 역할을 맡은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진풍경을 혼자 보기에 아까워 KBS-TV 지구촌 뉴스로 보내기 위해
취재하러 입학식 하는 고등학교 운동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남학생이 짧은 머리를 여러 갈래로 묶은 모습에 나는 자꾸만 웃음이 나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에는 도깨비 뿔처럼 뾰족하게 묶여진 것과 이마에 리본 띠까지 두른 남학생에게
" 학생 집에서 이 머리 누가 묶어 줬어요?" 하고 웃으며 물었더니
" 우리 이모가 묶어주었어요."하며 웃어 보였습니다.
" 멋 있어 보인다고 생각 안 되요?" 하고 한번 더 물었더니 멋쩍은 듯이,
" 너무 부끄러워요. 난생처음 해 본 것이라서..."
남학생들 머리뿐만 아니라, 여학생들 머리에도 닭 깃털을 꽂아 다섯 갈래로 땋았으며 게다가 양말도 짝짝이고 신발도 짝짝이로 신고 있었습니다.
또 교복 위에는 노끈을 여러 갈래로 찢어 인디안 치마로 만들어 입고 있었습니다. 그 노끈 아래는 병 뚜껑을 주렁주렁 달아 놓아서 학생들이 걸을 때면 ‘딸랑 딸랑’ 병 뚜껑이 서로 부딪쳐 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책가방을 라면 박스로 바꿔 메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학생차림으로 멀쩡한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 다른 학교가 궁금했습니다.
그 학교는 대학부속 고등 학교인데, 수소 풍선들이 하나씩 머리위로 떠 있고 명찰은 자동차 번호 판 크기로 만들어 목걸이로 걸고 있었습니다. 모스도 유행을 따르는지 2년 전 우리 아이는 플라스틱 축구공을 반으로 잘라 양 옆을 끈으로 묶어 오토바이 헬멧처럼 쓰더니, 올해는 소쿠리를 색종이로 도배하여 고깔 모자로 만들어 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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