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터 성적 나쁘면 졸업 못하는 나라 글/별과달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리 해마다 6월에서 7월이 졸업, 입학 시즌이다. 오늘은 우리 둘째 딸아이 고등학교 졸업식이다. 아이 셋 전부가 인도네시아 현지학교에 다니다 보니 이젠 익숙해져서 졸업식장으로 가면서도 꽃다발 하나 준비하지 않았다. 졸업식장에서 꽃다발에 파묻혀 웃고 사진 세례가 퍼지는 것, 그건, 한국식이니까. 인도네시아식 졸업식에는 꽃다발 주고 받는 이가 없다. 많은 부모님들이 빈손으로 졸업식장에 간다는 일은 내가 보기에 결혼식장에 축의금 없이 가는 것 같아 멋적고 참으로 싱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이 싱거운 졸업식에도 성적이 나쁜 학생은 참석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강당에 들어서니 출석부를 펴 두고 학생 이름 뒤에 사인 하라고 한다. 사인을 하고 들어서니 포장된 스낵과 음료를 주기에 나는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웅성거리는 것은 시장을 비롯하여 어딜 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졸업식 하는 오늘 같은 날, 많은 학부형들을 모셔 놓고 학교 측은 예정 시각보다 30분이나 늦게 시작했다. 이런 것을 인도네시아에서는 고무시간(jam Karet)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고무는 참 탄력성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후, 사회자가 마이크로 말했다. 『 학생과 학부형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쳐 주시기 바랍니다.』 뒤를 돌아 보니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한 줄로 입장을 했다. 졸업식은 교장 선생님의 인사 말씀으로 시작해 순서에 따라 진행되고 고등학교에는 졸업식 노래도 없고, 송사 답사도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졸업식에는 송사 답사도 있었고 졸업식 노래도 있긴 있었다. 첫 마디가 일본말이어서 그렇지. " 사요 나라 사요 나라... " 졸업식에서 가장 하일라이트 가슴 졸이는 공포의 발표 시간이 되었다. 이 순간은 학생, 학부형, 선생님들 모두 숨죽이고 듣기만 한다. 3 학년 담임들은 강당에 올라서서 각자 반 학생들의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며 발표 한다. 『 1234 번 졸업』또는『 1258 번 유급 』담임의 중대한 발표가 끝나고『 졸업생 100% 』 이렇게 말하면, 그 반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환호와 박수는 강당 문을 밀치고 교문을 나간다. 그러나 한 명이라도 낙제자가 있어 졸업생 95% 』이렇게 말하면 아무래도 박수 소리는 작아지고 만다. 아이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성적이 낮아 졸업 못하는 학생에게는 학교측에서 전 날 밤 9시까지 연락을 해 졸업을 못하게 되었으니 졸업식장에 나오지 마라는 연락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졸업식이 다 마친 뒤에 따로 면담을 갖는 눈꼽만한 배려를 한다고 했다. 가슴 떨리는 순간이 지나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상을 준다. 오늘 사회를 맡은 선생님이 딸아이의 이름을 부르더니『 이 학생은 한국 사람이지만 성적이 이렇게 좋아... 』하면서 학부모님은 일어나라고 했다. 마이크 든 사람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얼마나 많은 얼굴들이 나를 바라보는지,,, 우등생들에게 주는 것은 상장과 상품은 없고 상금이 들어 있었다. 초,중,고 졸업생들은 졸업식 날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 
그건, 졸업자와 유급자를 졸업식 날 발표하기 때문이다. 졸업 다음 날 학교로 가서 성적표와 임시졸업장을 받는다. 진짜 졸업장은 보름 후에 받으러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졸업장을 받을 때는 세 개의 손가락으로 지문을 찍는데, 학교에 남길 서류에 한번 그리고 자신의 졸업장에 한 번 찍는다. 이 때 손가락은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제외한 가운데 세 개의 손가락을 나란히 편상태로 찍는다.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졸업을 하고 나면 정말 자유롭다는 생각에서 교복에 색칠을 하여 나름대로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교육 제도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성적이 낮으면 2학년으로 못 올라간다. 점수는 각 과목마다, 학교마다 다르게 정해져 있으나 거의 비슷하다. 보통 평균 60 ~70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그 많은 과목에서 어느 한 과목이라도 기준 점수에 미달이면 졸업을 못하거나 유급 된다. 그러다 보니, 이 중요한 성적표를 학생에게 직접 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항상 정해진 날에 학생과 학부형이 직접 학교로 가서 담임과 면담 후, 학부형이 사인하고 성적표를 받아 가도록 되어 있으며, 대신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친척이나 대학생인 형, 누나도 자격은 된다. 또 자취하는 학생들은 자취 집 주인이 대신 학부형으로 받아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세 명이다 보니 초, 중, 고를 뛰어 다니면서 성적표를 받았다. 성적표는 노트처럼 한 권으로 되어있으며 초등학교 입학 시 1학년에서 6학년 졸업 때까지 사용한다. 중간에 전학을 가게되 면 전 학교 성적표는 새 학교에서 보관하고 새 학교의 성적표로 시작한다. 부주의로 만약, 학년 도중 2학년 1학기 성적표를 잃어버렸다면, 학교에 먼저 신고를 해야 하며 학부형이나 학생이 신분증을 가지고 경찰서에 가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사유를 신고하고 학교로부터 다시 받는다. 우리 집 이사를 하다가 아이의 성적표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내가 이런 절차를 밟았었다. 동부 자와에 있는 교육도시 말랑 교육청에 따르면 2007년 고등학교 예정 졸업자가 총13,772여 명인데, 이 중에서 성적이 낮아 졸업 못하는 학생이 1,097명이나 된다고 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족자카르타 모 고등학교 3학년 전교생 전부가 낙제 점수라 유급이 된 기가막힌 사실도 있었다. 그 때 교장 선생님은 고민을 하다가 학부형들과 함께 의논하여 결과는 전부 유급 시켰다고 신문에 난 적 있었다.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한국처럼 보충수업이나 야간 자율 학습이 없다. 졸업식이 끝나면 선생님과 졸업생들은 한 줄로 서서 악수를 나누고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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