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여행은 일이고 일은 여행이다

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이색적인 고교 입학식

이부김 2007. 7. 19. 23:45
728x90
반응형

이색적인 고교 입학식

 

 

여러분의 자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입학식 하러 가는 날, 깔끔한 새 교복 위에 이상한 것을 치렁치렁 걸치고 등교하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세상에 무슨 그런 학교가 다 있느냐고 야단이 나시겠지요?

그러나 이곳 인도네시아 고등학교에서는 입학식을 모스/MOS (Masa Orientasi Siswa)라 하여, 특이한 모습을 지정하여 주며 그 차림으로 등교를 하라고 한답니다.

 

신입생들에게 입학 첫날부터 이상한 모양새로 꾸미고 찾기 힘든 과제를 내주는 선배들은, 그 들은 학생 간부인데 인도네시아 말로 오시스/OSIS(Organisasi Siswa Intra Sekolah)라고 합니다. 또 모스기간 3일 동안 모든 행사와 일정을 주관하며 학교의 교훈과 전통, 선배들에 대한 예의와 규율을 알려주는 역할을 맡은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진풍경을 혼자 보기에 아까워 KBS-TV 지구촌 뉴스로 보내기 위해

취재하러 입학식 하는 고등학교 운동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어머머~ 세상에,  저것 봐라.”

남학생이 짧은 머리를 여러 갈래로 묶은 모습에 나는 자꾸만 웃음이 나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에는 도깨비 뿔처럼 뾰족하게 묶여진 것과 이마에 리본 띠까지 두른 남학생에게

  " 학생 집에서 이 머리 누가 묶어 줬어요?" 하고 웃으며 물었더니

  " 우리 이모가 묶어주었어요."하며 웃어 보였습니다.

  " 멋 있어 보인다고 생각 안 되요?" 하고 한번 더 물었더니 멋쩍은 듯이,

 " 너무 부끄러워요. 난생처음 해 본 것이라서..."

 

남학생들 머리뿐만 아니라, 여학생들 머리에도 닭 깃털을 꽂아 다섯 갈래로 땋았으며 게다가 양말도 짝짝이고 신발도 짝짝이로 신고 있었습니다

교복 위에는 노끈을 여러 갈래로 찢어 인디안 치마로 만들어 입고 있었습니다. 그 노끈 아래는 병 뚜껑을 주렁주렁 달아 놓아서 학생들이 걸을 때면  ‘딸랑 딸랑’  병 뚜껑이 서로 부딪쳐 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책가방을 라면 박스로 바꿔 메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학생차림으로 멀쩡한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 다른 학교가 궁금했습니다.

그 학교는 대학부속 고등 학교인데, 수소 풍선들이 하나씩 머리위로 떠 있고 명찰은 자동차 번호 판 크기로 만들어 목걸이로 걸고 있었습니다. 모스도 유행을 따르는지 2년 전 우리 아이는 플라스틱 축구공을 반으로 잘라 양 옆을 끈으로 묶어 오토바이 헬멧처럼 쓰더니, 올해는 소쿠리를 색종이로 도배하여 고깔 모자로 만들어 쓰고 있었습니다.

 

 

보는 즐거움은 웃음을 동반 할 뿐 아니라, 발걸음도 가볍게 했습니다. 일년에 딱 한 번 입학식 날 하는 두발 검사에 장발로 걸려 교문 입구에서 머리털을 깎이고 있는 남학생을 보았는데, 그냥

지나 갈 수가 없었습니다.

~ 아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학교 청소며 경비를 하는 아저씨를 붙잡고 물었더니,

" 보면 모르세요? 나 지금 학생 머리 깎아 주고 있잖아요.”

이 봐 학생 지금 기분이 어때요?

하고 농담처럼 물었지만 대답이 없기에

" 아까 보다 멋있어 보이는데? " 했더니 학생은

~ 지금 나는 슬퍼요. 하지만 괜찮아요. 더 정결한 모습이…”

 

오시스들은 일부러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을 과제로 내어 준다. 이를테면 낱개로 포장된 사탕 포장지에 < I LOVE YOU >라고 적힌 사탕을 준비해 와야 한다든지, 물병에 두 가지

색종이로 예쁘게 포장해 오기도 있었답니다. 그 외에도 7cm 바나나 가져오기 볶음밥을 5가지

색깔로 만들어서 오는 조별 숙제도 등등 있지요.

이 때 준비물 숙제는 아이들만의 숙제가 아니라, 학부모님도 함께 만들어 줘야 할 지경이랍니다. 나는 아이들 준비물 챙겨주면서

' 웬 놈의 학교가 입학식 날부터 별 희한한 것까지 다 해오라 한다' 며 구시렁거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아이를 등교시켜주러 교문까지 갔다가 학생들의 행색을 보면 어제의

구시렁거림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한참을 웃다가 돌아서곤 했습니다.

신입생들에게 호랑이 같은 존재의 이 오시스들은, 해마다 학생들에 의해 선거로 뽑힙니다. 그들은 신입생들에게 줄 벌칙과 노래 말에 율동을 만들어 부르게 하는데 그걸 오시스가 라고 합니다. 이 오시스가는 주로 수업 마칠 무렵에 부르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아침 일찍 우리는 학교에 간다.

선배 오시스 모두 잘생겼고 예쁘다. 으랏차차~

우리는 10 학년의 새로운 학생들.

우 우 우 ~ 사마리 사마리(학교 이름) 만족 만족!'

모스 마지막 날에는 편지 쓰기가 있습니다. 모스 기간 중에 가장 무서웠거나 좋아했던 선배에게 미움이나 사랑을 툭, 터놓고 허물없이 마음의 표현을 하는 것이지요. 또 가장 많은 편지를 받은 사람은 오시스 왕이 된답니다.

모스를 동해서 새로운 친구들과는 우정을, 선후배 사이는 내리사랑으로 더욱더 돈독하게 한다는 이 모스! 인도네시아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의례적으로 치뤄야 할 홍역 같은 관문.

 

꿈 많은 고교시절에서 황금의 추억이라는 이 모스를 나는 한국의 고등 학생들에게 한 번 권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