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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김 일상/SNS 취재 활동

발리에서 본 석양과 소들의 삶

이부김 2014. 7. 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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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본 석양과 소들의 삶

 

발리는 유명한 휴양지이자 힌두교인들이 많아 소들이 성스럽게 대우받는 곳이다. 소는 힌두교의 신(데와 시와)가 타고 다니는 운송수단이라 하여 신이 타고 다니는 신성한 가축을 사람이 먹을 수 없다 하여 소고기를 먹지 않는 교리가 생겨나게 되었다.

 

덴빠사르(Denpasar)에서 동쪽으로 두 시간쯤 해안도로를 타면 그 성스러운 소를 일 년에 한 번, 또는 특별한 의식이 있을 때만 그 성스러운 소를 잡아먹는 발리 원주민들이 있다. 힌두의식을 드린 후 소를 잡았다. 신성한 쇠고기를 먹음으로 정기를 받고 영혼과 육체가 강건해져 진심으로 신을 섬길 수 있다던 뻐망꾸(Pemangku)의 그 말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또렷하게 기억한다. 힌두 녀삐 의식 때 돼지는 수십 마리 잡고, 성스러운 소는 한우처럼 생긴 송아지 한 마리만 잡았다. 소한마리 잡아 골고루 나눴다. 고기 몇 점 들고 행복해하면서 집으로 가던 동네 주민들의 발걸음과 그날의 장면들 역시 또렷하게 그려진다.


                                                 발리 느가라해변에서 본 노을


그 마을을 다녀 온 이듬해, 한국의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획기적인 아이템을 찾는다기에 때마침 녀삐 때인지라 힌두교인들이 소 잡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내 말이 믿기지 않았는지 아니면 힌두교에 대한 자신들의 상식이 믿기지 않았는지 서울대학교 모 교수에게 질문했더니 힌두교 사람들은 쇠고기를 절대 먹지 않는다했다며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 이래서 가 본 사람보다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구나.

 

이번에는 덴빠사르에서 서쪽으로 네 시간쯤 가보자, 느가라지역도 힌두교인들이지만 해마다 물소 수백 마리들이 경주를 한다. 코스는 꼬불꼬불하고 좁은 논둑옆길을 1km 달린다. 물소 두 마리가 앙증맞은 리어카에 기수를 태우고 달리는 그 장면은 벤허(Ben-Hur)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커다란 몸집의 다리 짧은 소 두 마리가 점프하듯이 앞발을 내뻗으며 달릴 때는 소가 아닌 말이었다. 말도 못하는 소 두 마리가 얼마나 반복 훈련하였으면 저렇게 호흡이 척척 맞을까,

 

들판에서 풀 뜯던 황소를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끌고 와 며칠 동안 두들겨 패준다. 황소를 기수가 입안의 혀처럼 움직이도록 하려면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황소에게 바나나 잎줄기로 때리면 소리만 펑펑 나고 그리 아프지는 않지만 소리에 놀라서 황소는 기가 죽는다고 한다. 매질이라기보다는 소에게 겁주는 일이며 여러 날 반복하면 황소는 고집을 내려놓고 주인을 따른다. 그날부터 황소는 바닷가모래사장에서 마차 끌고 달리는 훈련을 하게 되는 게 일부 발리 소들의 삶이기도 하다.

 

느가라해변에서 내가 느낀 발리의 매력은 바다위로 떨어지는 석양빛과 저 멀리서 파도에 출렁거리며 떠밀려오는 불빛들이다. 가만히 손을 내밀고 부서지는 불빛 한 조각을 움켜잡을 때 나는 숨이 막히도록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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