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생님, 고등학교 남학생 어리지 않아요.
별과달
지역마다 조금 다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거의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자바에서는 발리로 발리에서는 자바로 오간다.
고등학교 3학년은 졸업시험 쳐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수학여행 다녀와서 졸업한다.
때문에 교내프로그램 운영은 1, 2학년 간부들이 한다.
그래서 2학년인 아들이 수학여행을 떠났다.
아뽀깟주스를 아들이 좋아한다.
마실 때 고소하고 걸쭉해서 마시고나면 속이 든든해지기에 먼 길 떠나는 아들에게 한잔 만들어 줬다.
게다가 연녹색이라 마시기만해도 봄을 갈아 마시는 기분이다.
“ 한솔아 3학년 수학여행 따라가면 재미있겠네? “
“ 엄마, ‘전교회장’인 내가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을 인솔하러 가는 것이다.
“ 그래 알았다. 따라 가는 것이 아니고 인솔하러 간다.”
둘러치나 매치나 같다고 말했더니 아들은 회장은 인솔자라면서 펄쩍 뛰며 정정했다.
아들이 ‘전교회장‘에 대하여 특별히 펄쩍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몇 달 전 아들이 전교회장 선거에 후보자로 나서 몰표로 당선되고 기뻐서 각 교실마다 인사하러 다닐 때였다.
그때는 봄날에 벚꽃 흩날리듯 얼굴에 온통 웃음꽃으로 활짝 펴 있었고 사나이 기백이 가득했다.
그런데 며칠 후 2등으로 낙선된 학생의 담임(수학)이 아들 반에서 수업할 때 아들을 불러서 세우더니
“ 넌 한국 사람이 전교회장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 제가 한국 사람으로 회장 되었나요. 학생들이 판단하고 저를 투표로 뽑아 준 것이죠.”
“ 너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축구 경기하면 어느 나라를 응원하니?”
“ 한국 사람이 당연히 한국을 응원하죠.”
" 여러 분 들었죠, 한솔이는 하는 말........"
회장 되어서 기쁜데 2등 낙선자 담임선생님(수학)의 유치한 말이 마음에 걸려 기분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회장되었다는 것도 알려주지 않아 일주일 후 누나로 통해서 알았다.
2등 낙선자 담임의 유치한 언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수학수업 들어가는 반마다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한국학생이 우리학교 회장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
이렇게 잔잔한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여 선거를 다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도록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말을 친구들이 아들 귀에 넣어 주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화가 날 수밖에,
이야기를 들으니 어불성설이라서 처음에는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 한참 웃다가 보니 화가 나려 했다.
그런데 아들이 워낙 씩씩거리는 바람에 나는 참았다.
아들은 세면대에 세수를 하더니 내일은 등교하자마다 수학선생님을 만나서 담판을 지워야지 했다.
나는 아들을 17년 키웠지만 늘 싱글벙글 웃고 자주 삐치기는 하지만 그렇게 화내고 분노하는 일은 생전처음 봤다.
순간 인터넷 뉴스에서 고등학교 남학생 여선생님께 대들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아들을 달랬다.
교장선생님께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제의를 했더니 “엄마 나에게 작전이 떠올랐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선생님 일일이 찾아뵙고
“수학선생님이 저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제가 혹시라도 그 수학선생님께 나쁜 소리를 하거나
좋지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이해해주세요”
그렇게 이틀에 걸쳐 십여 명의 선생님을 만나고 나니 소문이 수학선생님 귀에 들어갔던지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더라고 했다.
선거는 공정한 것인데 대통령, 국회의원, 동장이나 학생회장이든 지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말아야지.
남의 나라에서 자식을 학교 보내다가 참 별 희한한 일도 다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글 쓴이의 심정으로 글 읽고 또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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