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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엄마 한국에서는 고3이 특권이래,

이부김 2011. 5.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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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한국에서는 고3이 특권이래,

 

                                                         별과달

아들은 하교 때 친구들을 곧잘 데리고 온다.

친구들 데리고 올 땐 항상 현관에 들어서면서 큰 소리로 말한다.

“ 엄마, 친구 왔는데 옷차림 괜찮아? ” 

아니면 아들이 먼저 들어와서 내 옷차림을 훑어보기도 한다.


이런 습관이 생기게 된 초등학교 때 일이다.

방안에서 편한 차림으로 거실로 가면 아들 친구들이 소복하게 앉아 있었다.

깜짝 놀라서  아들에게 말했다.

" 친구들은 집에 오면  엄마아빠나 누나들에게 꼭 인사시켜야 한다. 한국의 인사문화가 그렇고 너도 친구 집에

가면 꼭 그렇게 해야 한다. 또 어른들은 인사 잘하는 아이를 좋아한다."고 가르쳤다.

 

어릴 적 습관이 무섭긴 무섭다는 걸 느낀다.

중학교 때는 하루에도 여러 명이 여러 번 들락날락거릴 때마다 " 엄마 친구들이 인사하려고 해" 하는 통에 솔직히

귀찮을 때도 없잖아 있었다. 그렇다고 인사하라고 시켜놓고 "그냥 가라" 할 수도 없으니. 요즘은 친구들이 왔다고

해도 내가 대답만하고 나가보지 않으면 아예 친구들이 스스로 내 컴퓨터방까지 와서 인사를 고한다.


어제는 다른 날보다 일찍 하교한 아들이 친구 둘과 함께 왔었다.

점심을 식탁에 차려주면서 아들의 밥은 공기에 담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아주고, 친구들 밥은 접시에 담아주고

숟가락과 포크를 내주었다. 물론 반찬도 한국 것과 인도네시아 것 두 종류로 담아냈다.


예전에는 친구들이 더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시원한 음료를 내주면 다 마셔도 땀이 식지 않을 것 같은데

숭깐(체면)한다고 반만 마시고 남겼다. 인도네시아 체면문화 때문이다.

나는 아들에게 우리 집에서 숭깐보다 음료든 음식이든 다 먹는 것이 예의라고 알려주라고 했더니

요즘은 음료수뿐만 아니라 밥도 잘 먹는다.

  

                                      인도네시아 고등학생 쉬는시간


밤 9시 반이 넘어갔을 무렵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요즘 학년말 시험기간이다. 시험공부 하도록 놔두고 방에 가서 자려고 하는데 

“ 엄마..........”

" 뭐라고 했니 잘 안 들렸어? "

“ 엄마, 10분후에 선생님과 친구가 우리 집으로 와서 공부하기로 했어."

" 지금 이 시간에? "

" 응, 요즘 시험기간이잖아, 엄마 먹을것 좀 준비해 줘, 화학선생님은 간식을 좋아해"

" ............. "


이 늦은 시간에 공부하러 온다는데 못 오게 할 수도 없고 잠은 확 달아나 버렸고 입었던 잠옷을 다시 갈아입었다.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부엌으로 들어가 감자맛탕 한 접시와 잡채를 담아들고 나왔다, 화학선생님 덩치와 무서운 듯 점잖아 보이는 얼굴 모습이 대하드라마 대조영의 '연개소문' 같았다.

두 접시를 다 비우고 잡채가 하도 맛있다기에 선생님께는 잡채를 통에 담아드렸다.


대문을 잠그고 돌아서서 시계를 밤 11시 반이었다.

" 한솔아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으면 미리 말해, 지난번에도 갑자기 친구 30명 데리고 와서 밥해 달라고 하더니.

  엄마가 손님이 싫은 것이 아니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잖아"

" 알았어. 그런데 엄마 한국에서는 고3이 특권이래, 엄마들이 재미있게 이야기하다가도  " 저 고 3인데요" 하면

갑자기 조용해거나 자리를 피해준다고 하던데"

" 누가 그래 ?"

" 인터넷에서ㅡ 나도 한달만 있으면 고 3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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