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산의 먼지비를 맞고 하교하는 브로모산의 학생들
황사비보다 훨씬 더 무서운 브로모화산 먼지비
그때 사실은 내가 “ 엄마야~ ” 하고 소리쳤다.
나도 사람이니까!
분화구 밑에서 사진 찍는다고 서 있는데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 들으니 무서웠을 수밖에.
그런데 나란 사람은 미련과에 속하는 철부지인지 호기심이 발동하면 위험하던지 그렇지 않던지 그리고
똥인지 된장인지 콕, 찍어서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못된 버릇까지 나는 가지고 있다.
▲ 우르르쾅 소리가 들린 지점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브로모화산 활화산이다. 예전에도 폭발했고 2003년에도 폭발한 적 있지만 관광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족자카르타 머라삐화산이 폭발하자 덩달아 작년 12월에 폭발했다. 그때 용암이 흘러내려 평지였던 모래사막에 골이 패이고 온 천지가 회색빛으로 덧칠해졌다. 그 이후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시로 작은 검은 연기와 작은 폭발음까지 내고 있다.
황폐해진 모래사막을 보면 폭발 이전에는 모습이 선하게 보였다.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을 태우고 다녔던 지프가 모래먼지 흩날리며 달리던 모래사막이었다. 또 마부들이 이끌어주 말을 타고 분화구로 올라가면서 말이 힘들이 입에서 거품을 토하기까지 했었다. 그렇게 분주하던 이곳, 그런데 지금 사막에는 아무도 없다. 나와 나를 데려다 주려는 오토바이 한 대 뿐이다.
▲ 화산 먼지비를 맞고 하교하는 학생들.
화산활동에서 나오는 연기는 매우 위험하다. 나무숲을 지나가게 되면 나무는 말라 비틀어지고 잎은 누렇게 뜬다. 또 사람들이 그 연기를 쐬게 되면 옷가지들이 피부에 달라붙어 버린다. 멋모르고 옷을 벗게 되면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게 된다. 족자카르타 머라피화산에서 그런 화상을 입은 사람들을 나는 많이 만나 보았다.
▲ 먼지와 비가 섞여서 내린다.
일행이 길을 잃었는지 한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더 기다릴 수 없어 브로모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올라 갈 데는 마음이 급해서 못 보았는데 내려오면서 보니 토란잎에도 풀잎에도 가로등위에도 먼지가 쌓여 있었다. 분화구에서 약 15km 떨어진 마을 도로변에는 검은 먼지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눈 내린 한국의 겨울의 풍경처럼 말이다.
▲ 화산 먼지와 비가 섞여서 닦아도 닦아지지 않는 창문
그런데 비가 내린다. 날아다니던 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비를 맞으니 진눈깨비처럼 되었다. 자동차 앞 유리창에 젖은 먼지가 쌓였다. 함박눈이 펑펑 내린 것이 아니라 검은 눈이 후드득 내려앉고 있는 것이다. 산허리에 나 있는 도로에서 한뺌반 헛디뎌도 절벽인데 앞이 안 보인다. 윈도우브러시가 최고로 빨리 움직여도 감당하지 못해서 창문이 뿌옇게 되고 있었다. 밖을 내다보기 위해 잠시 창문을 열었더니 검은 진눈깨비들이 창문 틈에 앉아버렸다. 창문을 닫으려고 하니 먼지들이 창문에 끼여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 비가 오지 않았던 오전 생필품을 받기위해 동사무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브로모산 떵거르족들의 모습
세상에는 나같은 심리를 가진 사람이 많은가 보다. 화산이 폭발하고 있지만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소리듣고 일부러 브로모로 온 관광객들. 내부가 아름답게 꾸며진 호텔, 그곳은 괜찮은 숙소다. 그 앞에 서 있는 서양인 남자는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린 모양이다. 우리 차를 보더니 가방을 메고 다가와서 좀 태워달라고 했다. 나는 태워주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다리는 아랫마을로 가서 가져 온 생필품 나눠주러 가는 길이기에 태워 줄 수가 없어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어깨에 둘러 멨던 가방을 다시 내리는 그 심정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더욱 미안했다.
▲ 트럭도 마찬가지로 비상틍을 켜서 다닌다.
조심조심 산 중턱에 내려까지 왔다. 학교수업마치고 돌아오는 중학생들을 만났다. 저마다 먼지 묻은 비 맞지 않으려고 비옷을 입고 있었다. 미처 준비되지 못한 학생은 비옷을 함께 덮어쓰고 있었다. 먼 길이라도 배우기 위해 학교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찍으려고 차에서 내렸다. 학생들이 입은 비옷에 검은 재가루들이 쌓이고 있었다.
▲ 화산의 먼지비를 맞고 있는 하교길 학생들
산 아래서 산꼭대기까지 걸어서 등하교하는 것도 힘들 터인데 저런 먼지비까지 맞아가면서도 미소를 짓는 학생들이 나는 좋다. 화산의 먼지가 날아와서 지금은 많이 불편하지만 브로모가 아름답다며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좋다는 학생, 유명한 브로모에 살아서 좋다는 학생, 그들의 그 긍정적인 사고는 반드시 희망을 꽃피울 것이다. 먼 훗날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다. 나는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모자를 벗어 털면서 학생들에게 박수를 쳐 주었다.
잠시 비를 맞아도 옷에 검은 점들이 가득 박혀 옷이 엉망이 돼 버렸다.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보니 검은 모래가 가득했다. 황사비도 무섭겠지만 화산 먼지는 더 심한 것 같다.
먼지비를 피하면서 미소짓는 학생들
차 모양이 이렇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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