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명절, 집들이 가장 큰일은?
* 베나 - 2
별과달
혼인, 명절, 집들이 중 가장 큰일은 어느 날일까?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글을 읽는 분이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분명히 ‘결혼’이라고 말할 것이다.
결혼은 내가 주인공이 되는 날이고 또 자주(?)해도 상관없지만
기왕 한 것 마음에 덜 들더라도 웬만하면 끝(?)까지 살아주려고 서로가 노력한다.
또 명절은 해마다 돌아오고 그리고 집들이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수시로 할 수도 있다.
나와 달리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의 베나(Bena)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잔치는 집들이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집들이는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가문의 거대한 잔치라고 했다.
집들이 할 때는 결혼한 자녀들은 물론이고 친척들과 사돈의 팔촌까지,
아무리 먼 거리임에도 와서 축하해 줘야한다. 그것이 그들만의 원칙이자 규칙이며 보이지 않는 법이다.
집들이에 축의금은 없다.
대신 돼지나 소, 쌀, 설탕 같은 것 음식 장만에 필요한 물건으로 가져온다.
이건 잊어버리면 절대로 안 되는 품앗이다.
내가 필요했을 때 내가 선물받은 만큼 상대가 필요할 때 꼭 돌려주는 것이다.
그들은 집들이 때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인관계를 잘한 것이며 손님이 적으면 가문의 수치라고 여긴다.
베나 사람들의 집들이 행사를 보려면 외부손님, 관광객들도 예의상 선물을 들고 가야한다.
우리는 집들이에 갈 때 살아있는 닭 한 마리와 쌀 10kg를 집주인에게 건넸다.
그들에게 가축을 줄 때는 꼭 살아있는 건강한 놈으로 건네줘야 한다.
구제역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그들이 건강한 짐슴을 직접 잡아 조상들께 바쳐야 축복을 받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집들이 한 지붕에 짐승의 피를 바른다.
성경에 보면 유월절에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듯이.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집들이 하는 집으로
집들이 하는 집으로 음식을 들고가는 모습
죽음 직전에 간절하게 기도하는 돼지
별과달
메카로 성지순례 떠나려는 이슬람교 신자들을 취재한 적 있다.
부자가 아닌 빈자들은 알뜰살뜰 돈 모아 그곳에 다녀오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베나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람들 초청하여 집들이 하는 것이 꿈이자 소원이다.
그들이 집들이에 사용되는 비용이 루피아로 약 3억에 가깝다.
베나 마을은 산속에 숨어 있는 듯 위치하고 있어 농사만 짓는다던 그들의 수입이 궁금했다.
마찬가지로 이웃마을 구르시나(Guru Sina), 루바(Ruba)도 집들이 풍습은 똑같다고 한다.
나는 언뜻 손꼽아 계산해 봤다. 그곳의 시가로 돼지 큰놈 한 마리가 4백 만루피아 정도 가격이란다. 그러면 돼지 30 마리와 배로 비싼 물소 6 마리 염소와 닭, 술, 쌀이 몇 가마니며칠 묵을 손님이 천여 명 정도니까.
돼지 잡는 모습이 아주 잔인, 악랄했다.
바자와의 칼, 그들이 늘 허리 춤에 타고 다니는 다목적 칼,
나무도 하고 풀도 베고 짐슴도 잡고 하는 그 칼로 돼지머리를 장작 패듯이 내리쳤다.
돼지는 한마디 변명도 반항도 하지 못하고 꽥,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는 둘로 갈라졌다.
그렇게 단칼에 죽으면 돼지는 덜 고통스러워 다행이고
돼지를 내리친 칼잡이는 구경꾼들로부터 돼지 잘 잡는다고 칭찬의 박수를 받았다.
어설픈 사람을 만나서 돼지의 머리가 두 번 세 번 찍히는 걸 볼 때
나는 누가 짐승이고 누가 사람인지 분간이 안 되었다.
돼지들은 정말 돼지였다.
사람들이 죽이려고 마당에 묶어 놓은 틈을 타서 마당에 먹을 것이 떨어져 있으니 주워 먹었다.
사람들은 30마리의 돼지들을 다섯 마리씩 조별로 꿇어 앉혔다.
돼지들은 사람들이 주는 부스러기 음식을 먹은 죄도 죽어야만 했다. 앞발을 묶어 놓았다.
그 중에 어떤 돼지는 죽음 앞에서 간절히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구제역으로 먼저 간 한국의 돼지들을 위해 기도한 것일까.
한쪽이 즐거우려면 다른 한 쪽은 반드시 희생해야한다.
한마음 한 뜻으로 응원하던 월드컵 축구의 승리를 봐도 그렇게
나라를 위해 강하게 하던 혁명을 봐도 그러했다.
돼지들이 저렇게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해 준다고 생각하니 고맙다.
돼지들아 잘 가라.......
집들이 집 문턱에서 돼지를 잡아 피를 받는 모습
곳곳에 잡은 돼지를 불로 굽는 장면
당신(블로거님)이 남긴 따뜻한 마음(댓글)을 보고 제가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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