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여행은 일이고 일은 여행이다

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한인들

가족대신 인형을 소파에 놓게 된 사연

이부김 2010. 5. 1. 01:11
728x90
반응형

 

      가족대신 인형을 소파에 놓게 된 사연

 

                                                                        별과달

우리 가족은 다섯 손가락에 비유하면 딱 맞다. 아빠, 엄마, 딸 둘, 아들 하나. 아이들 초등학교 때 인도네시아로 와서 중 고등학생 때까지는 함께 모여 살았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는 가족이 흩어져 살아간다. 아니다, 흩어졌다는 표현보다는 국내와 국제로 활동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아빠는 사람들이 말하는 기러기아빠가 되어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나와 아이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다. 이런 우리가족을 나는 벙어리장갑가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벙어리장갑이 아니라 이건 고무장갑이다. 각자가 따로 떨어져 생활하고 있으니 말이다. 첫째는 직장 때문에 자카르타 시내 있고 둘째는 대학생이라 캠퍼스 앞에서 혼자 하숙한다. 그리고 막내와 나는 말랑에서 살고 있다.


떨어져 살아가면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이렇게 힘이 든다는 걸 살아가면서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명절이 소중하구나 하는 걸 생각해 본다. 거실에 놓은 소파, 예전에는 소파에 앉으면 숫자가 딱 맞았는데 이젠 세 자리가 텅 빈다. 작년부터 나는 빈자리에 가족을 대신하여 인형들을 놓아둔다. 텅 비어 있는 자리보다는 인형이라도 놓아두면 가족들이 북적거린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인형을 소파에 놔 둔건 피천득님의 ‘인연’ 수필을 읽은 영향이 크다. 인형과 함께 생활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글 쓰는 양반들은 너무 감성적이라서 그런가,  이상한 양반이네 했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이 참 좋은 방법 같아서 나도 인형을 식구로 여겨서 소파에 앉혀둔다. 그러나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나는 얼른 인형을 치우고 그 자리를 손님에게 내준다.


가정의 달 5월 1일은 나에게 소중한 날이다. 텅 비었던 소파에 인형대신에 가족들로 꽉 채워지는 날이 며칠 있을 것같다. 며칠만이라도 나는 기분이 상당히 좋다. 천암함 사고로 인해 눈물이 가득했던 잔인한 달 4월을 떠밀어 보냈다. 이젠 사랑이 가득한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웃음꽃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달이 되었으면 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