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인에게 행복이 원지 물어봤어요.
아침밥을 먹는데 밥이 먹기 싫어 한 공기를 다 비우지 못했다. 가정부가 나를 자세히 보더니 입 안이 헐었냐고 물었다. 입맛이 없다고 하려다가 그렇다고 말했더니 자기는 입안이 헐었을 때도 밥이 맛있다고 말하는데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갑자기 취재 다니면서 인터뷰했던 질문들이 생각나서 가정부에게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 아이들과 건강하게 학교 졸업 후 취직하고 나도 건강하면 행복이지요.”
“ 그러면 돈은 ?”
“ 많으면 좋지만 그래도 건강하니까 행복해요.”
“ 그럼 부자들은 모두 행복하겠네요?”
“ 그렇지 않아요. 부자라고 다 행복하진 않고 너무 많이 가져 오히려 불안해 보였어요.”
그러면서 우리 집에 오기 전에 중국인 집에 있었는데 병에 걸려서 늘 해외로 부부가 치료받으러 다녔고 집안에 CCTV까지 설치해 놨고, 누가 훔치려 들어 올까봐 집에서 모니터만 바라보더라고 했다. 게다가 주인이 멀리 외출하면서 대문을 잠가버리고 열쇠를 가져가기 때문에 돌아올 때까지 부엌과 자기 방안에서 갇혀 지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랫동안 산골과 도시로 취재 다니면서 사람들과 인터뷰했던 내용들 정리해 봤다.
1 가장 슬펐거나 울고 싶었을 때?
- 이혼했을 때(이십대 후반여성)
- 결혼 약속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귀는 걸 알았을 때( 중년 남성)
- 엄마가 동생에게 더 큰 초콜릿을 주었을 때(초등 1학년)
- 선생님이 숙제 하지 않았다고 복도에 나가 벌쓰라고 했을 때 그때 쉬는 시간에 짝꿍이 와서 ‘너 괜찮니? “ 라고 물어왔을 때(초등 4학년)
2 당신이 만약에 십억 루피아가 생긴다면?
- (눈이 휘둥그레지면서)설마, 나에게 그런 돈이 생기기 않아요.(믿을 수 없다는 듯해서 내가 다시 물어봤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집을 사겠어요. 엄마 병원비와 동생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가게도 하나 차리고 자동차도 사고( 중년 운전기사)
- 아들 오토바이 새로 사 주고 나머지는 은행통장에 넣어 놓겠다.(주부)
- 세탁소와 식당 하숙집을 차리겠어요.(하숙하는 대학생)
- 하지(이슬람성지 순례)를 다녀오고 동네 사람들과 잔치를 하겠다.(시골 아저씨)
- 자동차 쇼룸을 차리겠다.(자동차 매매 업소 직원)
- 선거 비용으로 사용 하겠다.(정치인)
- 집 사고 아이스크림 팔러 다닐 때 타는 오토바이 사고 자동차 사고 아이들 용돈 줄 겁니다.(아이스크림 장수)
- 나한데 그런 불가능한 것 묻지 말고 그냥 지금 인터뷰했으니 돈이나 좀 줘요(시골 아주머니)
* 돈에 관한 질문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하면 혹시나 나에게 몇 푼이라도 받으려는 생각으로 끙끙 앓는 대답을 많이 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과 취재 할 때는 담배 값으로 늘 손에 쥐어 주었다.
3 한국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 성격과 말이 거칠고 술 잘 마시고 취해서 다니길 좋아해요. 가끔 소리도 지르고 여기에 와서 싸우기도 하고…….
(자카르타 시내 노점상 )
- 술 잘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가요.(운전기사)
- 남자들은 골프치고 돈을 잘 써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잘 쓰지 않아요. 고함만 지르고(운전기사)
- 한국 사람들은 다 예뻐요.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피부도 곱고......( 주부)
- 일을 열심히 해요. 일 할 때는 일만해요. 그래서 배울 점이 있어요. (한국 기업 직원)
- 성격이 급해서 우리 대답도 듣지 않고 화를 잘 내요.(한국 기업 직원)
- 언어가 서툰 분들이 많아요.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아요.(미용실 주인)
4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열심히 번 돈을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겠어요. (노점상 노인)
- 지금부터라도 덕을 쌓아서 천국에 가고 싶어요.( 인력거 노인)
- 돈을 왕창 벌어 보는 것(노동자)
- 아직 죽는 다는 생각 해 보지 않았어요( 청년)
5 가보고 싶은 나라?
- 한국 / 한국 정부는 자국민을 상당히 보호해 주고 아끼는 나라라는 걸 알고 있다.(판사)
- 일본/ 돈을 잘 쓰고 친절하기 때문에 (여자 가수)
- 미국/ 사람들이 잘 산다고 들었는데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서 인도네시아 말로 대화를 해 보고 싶다.
만약 그가 바빠서 나를 만나주지 않으면 그냥 나라 구경만 하고 오겠다.(인도네시아어과 대학생)
- 아랍 사우디/ 메카에 가 보고 싶다. 그것에 가면 천국에 가는 것과도 같다고 옆집 사람이 말해서.( 시골 아저씨)
- 한국/ 우리 사장님이 한국 분인데 한국 것은 뭐든지 좋아 보여서(한국 기업 노동자)
- 한국/ 부산 신발 공장에서 3년 살았는데, 다시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나라다.(구멍가게 주인)
- 한국/ 덕수궁하고 설악산 가 봤는데 너무 좋았다. 비빔밥도 맛있었다. 꼭 가보고 싶다.(대학교수)
6 남편과 자주 싸우는가?
- 고혈압이라서 자주 성질을 낸다. 참다가 싸운다.( 슈퍼 주인)
- 돈을 달라고 해서 자주 싸운다( 직장 중년 여성).
- 일을 하지 않고 놀기만 해서 자주 싸운다.( 시장 야채상인)
- 내 핸드폰을 남편이 자꾸 열어보고 의심해서 ( 직장 주부)
- 남편이 다른 남자와 사귄다는 걸 알았을 때 싸우다가 지쳤다.(사십대 주부)
- 코를 심하게 골아서( 신혼주부)
- 퇴근이 늦어서( 신혼주부)
7 다시 태어나면 지금 남편과 결혼을 하겠는가?
- 남편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난다는 보장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금 남편과 하겠다.
( 포장마차 주부)
- 절대로 하지 않겠다. 대충 만나도 지금 남편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것이다.( 이혼 중인 중년)
- 지금 남편과 결혼은 하지 않겠다. 바람둥이라서 하지만 연애는 해 볼 생각이다. ( 중년 주부)
8 지금 기분이 어떤가?
- (홍수가 나서 집 안에 물이 찬 피해주민에게 마이크를 갖다 대자 얼굴이 환해지면서 )
우리는 해마다 잦은 물난리를 겪는다.
(그런데 왜 웃어요?)
내가 텔레비전에 나올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 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 웃는다.( 자카르타 홍수 때)
- (소 경주에서 1등한 선수와 주인에게)
너무 기분이 좋아요. 작년에 이등해서 올해 걱정했는데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소 주인이 보너스도 줄 것 같아요
(조끼 선수)
- 올해도 챔피언 됐으니, 부인을 또 한명 더 데려와야 될 것 같아요.(경기 소, 주인 아내 11명)
9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브루나이에서 만나서 데이트했던 그 한국 여성을 꼭 한 번 더 만나고 싶다.(아디 빙 슬라멋. 탤런트)
- 내 돈 사기 쳐서 내 이렇게 쇼크 먹도록 해 놓고 자기 회사차려 사장되었다는 놈 한번 만나봤으면 어떻게 사는지
(중풍환자 중년 전 사업가)
- 예전에 나에게 잘해 주셨단 초등학교 수녀교장 선생님(대학생)
- 첫사랑(결혼 앞둔 신랑)
-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실로 밤방( 어떤 시민)
10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
- 이번 학년 때 성적이 좋아 작년처럼 유급되지 않았으면( 고2 남학생)
- 아들이 회사 이력서를 냈는데 채용되었으면 좋겠다.( 주부)
- 손녀들이 좀 안 아팠으면 좋겠다.( 병원에서 만난 노인)
- 잔치 집에 갈 새 옷 한 벌만 있었으면 좋겠다.( 21명 출산한 엄마)
- 예전에 시장 출마하기 위해 후보자 등록에서 사람들이 남성, 여성, 중성 이렇게 놀리면서 접수시간 늦었다고
출마 못하게 만들었는데 다시 한 번 제대로 시장 출마하여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싶다( 커밍아웃 메를린)
- 유명한 연기자가 되어 한국 TV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TV에서도 나를 촬영했으면 좋겠다. (미니 아이 디끼)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
- 이 글을 읽고 남의 생각을 알았듯이 자신의 생각도 댓글을 달아
서로 마음이 공유하는 많은 분들의 '별과달의 이미지' 블로그가 되었으면 좋겠다.(별과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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