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달
KBS가 방송하는‘아침마당’을 시청하고 조금 있으면 드라마 3편이 연속으로 방송된다. ‘그 시절의 풍경’ ‘ 아줌마가 간다,’ 그리고 ‘다 줄 거야’는 앞 두 편은 전에 봤던 것이고 마지막드라마는 처음 보는 거라서 열심히 시청한다. 우리 주부를 위한 드라마인데 그걸 주부인 내가 안 봐주면 프로그램 제작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론 시청자가 아닌 주인공이 되어, 그것도 꼭 불륜의 주인공이 되어 삐딱한 역할까지 대리만족에 쾌감을 느끼며 해낸다.
그런데 오늘처럼 오전에 수업 받으러 가는 날은 좀 바쁘다. 그런 날은 얼굴에 로션 찍어 바르면서 화면 쳐다보고 입술에 립스틱 그으면서 텔레비전 화면을 거울삼아 바라본다. 그래도 지금까지 한 번도 립스틱 볼에 줄그은 적 없고 로션을 잘못 발라 눈으로 들어가서 안과에 가 본적 없다. 역시 경험은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그러나 처녀 적에 바쁘면 택시 안에서 다리 쭉 내밀고 스타킹 신던 그 버릇을 아직 완전히 버리지 못한 나, 이곳에서 스타킹 신을 필요는 거의 없으니 가끔 차 안에서 팔뚝에 선크림을 바르곤 한다.
교수님과 단독으로 공부한 것이 벌써 두 단계를 마쳤다. 단계마다 교수님이 바뀌었다. 한 단계를 마칠 때마다 내가 교수님에게 책거리 비슷하게 식사대접을 했다. 우리 음식은 고급스럽고 맛있는 불고기가 있지만 그들에겐 닭고기가 제일 맛있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메뉴다. 그러다보니 닭 튀김집으로 가게 되고 토종영계 두 마리와 밥, 주스 샐러드까지 시켜도 이곳 한국식당의 비빔밥 두 그릇 값보다 더 싸다.
오늘은 3단계 첫 수업이다. 이번에는 어떤 교수님일까 궁금하다. 처음 만난 교수는 남자였고 지금 박사과정 밟고 있으며, 두 번째는 여교수는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이다. 교수님으로 보이는 나보다 젊은 남자가 둘이가 강의실로 들어섰다. 평범한 인상의 남자와 인물이 잘 생겼지만 왠지 짝사랑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남자가 뒤따라 들어왔다. 우리는 서로 자신에 대하여 인사하며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내 옆에 나란하게 앉는 것이었다. 더 재미있는 일은 친구를 한명 데리고 왔었다. 나는 참으로 복도 많다. 학생 한명에 교수가 둘.
교재를 안 가져 왔으니 사랑의 추억을 토론하기로 했다. 함께 따라온 교수가 비오는 날 애인과 헤어졌다고 한다. 결혼하려고 했는데 종교가 달라서 결혼을 할 수 없어 개종을 하려고해도 이슬람이 강한 집안의 환경을 견디지 못해 모기약을 물에 타마셨는데 죽지 않았고 결국 헤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비만 오면 그녀가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밖에는 소나기가 쏟아 붓고 교수는 눈시울을 적시고 분위기가 묘했다.
친구교수는 그녀만 보면 부끄러워서 말도 못 붙여 보았고 짝사랑만 십년 째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받아 “나도 짝사랑을 수십 년 째 해오고 있지만 대상이 수시로 바뀝니다.“ 그렇게 말했더니 그의 얼굴빛이 환해졌다.
도대체 그 놈의 사랑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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