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로 금방 왔을 무렵 10년 전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엄마가 이곳에 다녀가시고 제가 한국에 가서 아버지께 졸라서 약속했던 것이 있습니다.
" 아버지,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아무도 모르게 제일 먼저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 일주일 전에는 꼭 연락을 받아야 출국
허가도 받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겁니다."
" 내가 죽는 것을 언제인지 어찌 안다 말이고?"
" 아버지는 매사에 아주 정확한 분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분명히 아실 겁니다."
" 그래, 우리 월이가 그렇게 하자면 내가 그래야지"
어른이 되었지만, 아이들처럼 아버지와 난 처음으로 손가락 걸고 약속했습니다.
마당에 있는 엄마도 모르게 방안에서 한 비밀약속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 년이 지났습니다.
" 여기 일도 좀 있고 팔월 중순쯤에나 가 볼 계획하고 있어요.“
“ 니는 맨날 온다고 계획만 세우고 오지는 않고.”
그 대화를 나누는데 잘 안 들린다고 하시기에 내용을 아주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보름 전, 제가 섬으로 촬영 다녀 온 후 이사 때문에 바빴습니다. 반둥으로 바람개비 뉴스 취재
다녀오고 딸아이가 재외동포 모국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으로 출국 준비시켜
다음 날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아버지가 산소 호흡기 사용하신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무 의식이 없이 병원에서 지낸다는 소식, 어느 할머니의 안락사를 위해 산소 호흡기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숨을 거두지 않고 계신다는 것은 아버지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내딸과 한 약속을 지키시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딸아이는
연수프로그램이 끝나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그 다음날 남편과 딸아이가 병문안을 갔습니다.
[민아야, 아빠하고 함께 할아버지께 문병가야 한다.
" 엄마가 금방 못 오게 되면 할아버지 엄마 기다리지 말고 할머니 곁으로 편히 가세요."라고.
예전에 할아버지와 엄마가 약속해 놓은 것이 있단다.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엄마를
만나고 하늘나라로 가기로 약속했단다. 혼수상채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시려고 엄마를 기다리시는 것 같다. 알았제 민아야. 이건 유언만큼이나 중요하다. ]
" 민아야 할아버지가 어떻더니? 엄마 말 전했니?"
" 언제? 왜 나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지?,"
" 그저께 내가 엄마 메시지 할아버지 귀에 대고 전해드렸고 몇 시간 후에 돌아가셨어, " " ..........."
"엄마, 할아버지는 엄마의 약속을 기다리셨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엄마 대신 나와 아빠를 만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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