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내 나라 대통령 놀리지 마!
별과달
비록 몸은 외국에서 살아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가뜩이나 슬픔으로 잠긴 채 어수선한데 비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인도네시아 중, 고, 대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라고는 모두 인도네시아인들 뿐입니다. 딸아이는 올해 인도네시아 법과대학에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지금 다니는 학교에는 한국인이 혼자입니다.
오늘은 딸아이가 졸업논문에 대하여 재미있게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었고 며칠 후에 있을 대학교내 모의재판 이야기로 화기애애했다고 합니다. 그 재판에서 딸아이가 재판장을 맡게 되었는데 그 대학에서 최초로 여자재판장이 탄생한다고 합니다. 딸아이는 이에 책임감을 느끼고 이십여 명의 친구들과 연습을 잘 마쳐서 즐겁고 만족스런 분위기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남자 대학생이 딸아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더니 “ 네 나라 대통령은 낙하산도 없이 높은데서 떨어져 죽었으니 불쌍하다.”고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인도네시아 수리아신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절벽에서 자유낙하’라고 표현했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딸아이는 정색을 하면서 남학생에게
“ 그 분은 이미 고인 되셨고 내 나라 대통령을 지내신 분인데 어디 감히 네 그 따위 그런 말로 내 나라 대통령을 욕되게 하고 있어!” 라고 한마디 강하게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웃던 학생들마저 모두 조용해졌다고 했습니다. 떠들면서 그렇게 말한 남자 학생은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많은 친구들 앞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참 잘했다. 네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우리나라를 욕하는 건 너를 무시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한인대사관에도 26일부터 28일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자카르타에서 대학교 다니는 둘째 딸이 오늘 한국대사관으로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꽃 한송이를 헌화하면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이곳은 비행기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너무 멀어서 갈 수가 없습니다. 꼭 봉하마을이나 분향소에 다녀와야만 그 분을 따뜻하게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라도 깊은 마음속으로 그분의 명복을 빌어 드리고 또 유가족을 위해 기도 드리는 것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