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달 일요일 아침, 중학생 아들과 둘이서 교회 예배드리러 갔다. 돌아오는 길은 시내 중심가 이젠(jln.Ijen) 지나야 한다. 이젠 거리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 손꼽힌다. 거리 위쪽에는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에게 지배당할 때 지어진 성당이 아직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이젠 거리 분리대는 꽃과 꽃나무로 양쪽에는 시립도서관 전쟁박물관이 있다. 꽤 긴 거리로 아름답지만 차들이 유턴하는 곳만 있고 횡단보도는 없다. 그렇다고 육교가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건너야 할 사람들은 그냥 차들의 흐름을 보고 재주껏 건너가면 된다.
저 앞에는 성당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온 하얀 옷의 수녀들이 삼삼오오로 걸어갔다. 그 중 어느 한 무리가 길을 건너려는 것처럼 차도로 들어오고 있었고 나는 속도를 줄이다가 멈췄다. 그들이 건너려고 하는데 아들이 “ 어~ ” 하며 창문을 내렸다. " Halo Suster( 수녀님 안녕하세요?) " “ My Son" 하며 아주 반가워하며 친구로 보이는 동행자 세 명의 수녀들에게 자랑하듯이 " 우리 학교 학생인데 한국 학생이에요. 인사를 참 예의 바르게 해요." “ 수녀님 집(수도원)까지 태워 드리겠습니다. “ 며 운전은 내가 하는데 녀석은 엄마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마치 제가 어른인양 말했다. 그러자 수녀님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와 손을 내 저으며 “ 아니다, 이 도로만 건너면 된다.” 백미러로 보이는데 불과 잠깐이었지만, 내 차 뒤에는 서너 대의 차들이 밀렸고 계속 차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 한솔아 얼른 인사해라 우리 출발해야겠다." 더 이상은 미안해서 정지 해 있을 수가 없었다. 하긴 차도 중간에서 차를 세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운전자의 예의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순식간에 차들이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뒤에 주욱 밀린 그 차들, 그 운전자들은 크락션을 한 번도 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로 인해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뭐 저런 사람들이 다 있나.' 했던 기억이 났다. 운전 매너가 좋지 못한 나에게 인도네시아 운전자들은 아주 훌륭한 인내심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차 안에서 아들에게 물었다. " 언제부터 교장수녀님(Sr.Myriam Juniati SPM) 이 너에게 내 아들이라고 말했는데?" " 3개월 쯤 됐다. 아침 조회 때 수녀님이 ' 어제 저녁 때 수녀들과 함께 한국 드라마 보면서 우리 학교도 한국학생이 있는데 아주 공손하게 인사한다며 다른 수녀님들에게 자랑했었다고 했어' 그 다음부터 수녀님이 나에게 'my son' 이라고 했어. 이젠 전교생이 다 알아." " 너 그럼 수녀님께만 고개 숙여 인사하나 아니면 다른 선생님들께도?" " 선생님들께는 똑같이." " 세상에 어쩌면 네가 그렇게 착하노......." " 엄마가 어른들은 인사 잘하는 아이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인사 할 때도 우리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고 그냥 악수만 한다. 늘 그런 인사만 받다가 고개 숙여 하는 인사를 받으니 수녀님의 마음은 상당히 존경받는 것 같아 기뻤던가 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아들이 착한 것이 아니고 어른들 공경에 대한 우리 한국의 전통문화가 훌륭한 것이며 또한 외국인들 보기에도 상당히 좋은 것이다.
<성당 앞 이젠거리> |
'인도네시아 일상 > 인니 학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발 모양의 생일 케익. (0) | 2009.05.11 |
---|---|
변호사와 볼펜 한 자루 (0) | 2009.04.11 |
김치는 지금 어디 쯤 가고 있을까? (0) | 2009.03.14 |
대학생들에게,1억 생긴다면? (0) | 2009.03.05 |
[스크랩] 똑같습니다. (0) | 2009.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