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를 떠나보면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요즘에는 외국나들이가 자유롭고 그 빈번함이 국내여행 못지않습니다. 그런데도 일단 내 집, 내 나라를 떠나고 보면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기후, 먹을 것, 생활하는 것, 어느 것 한 가지도 내 나라 내 집에서 지내는 것만 같지는 않습니다.
싱가폴과 인도네시아 바탐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싱가폴에서 배편으로 한 시간여의 거리, 그러나 싱가폴과는 너무나도 모든 게
차이가 나는 나라였습니다. 의식주 모두가 비참할 만큼 열악해 보였습니다.
우리 입맛에 맞춘 고급 음식이라지만 우리 것에 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원주민 마을과 거리를 돌아보며 그들의 사는 모습에서
내가 한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했습니다.
▲ 인도네시아인들의 낙천적인 휴식
우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별로 갖지 않습니다.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 귀한 줄을 모릅니다. 한 순간이라도 그것이 끊기거나 멈춰졌을 때에나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내 것, 내가
하는 것을 하찮게 생각하는 마음은 겸손이 아닙니다.
요즘 나라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화도 나고 욕도 나오지만 그래도 내 나라를 떠나보면 내 나라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금방
알게 됩니다.
1년 내내 여름인 나라에서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나는 정말 살기 힘들 것입니다. 눈(雪)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한다는
그들에게서 이처럼 우리에게 사계절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부끄러운 것은 그곳 가이드가 우리보다 우리의 역사와
사회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내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광고판이 여기 저기 붙어있는 외국에서
애국이란 내심으로라도 내 나라 내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