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경쟁력
최원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들 말한다. 늙기 때문이요, 늙는다는 것은 남은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늙지 않으려 하고, 늙어 보이지 않게 해서라도 젊음을 지키려 한다.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도 남여가 다를 바 없겠지만 그래도 예쁘다 하면 여성을 생각했고, 그래서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도 여성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미용성형=여성’ 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러웠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런 등식이 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남성 세계에서도 외모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남성다움이란 여성적 아름다움과는 다른 남성만의 특별한 미(美)의 추구였는데 그것도 많이 바뀌고 있다. 남성도 여성과 같은 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 동기도 다양하다. 삶에 불편을 느끼는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미용성형이 생존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깊게 패인 주름살, 탈모, 검버섯 등 세월의 흔적까지도 자연스런 현상 이상의 젊음을 방해하는 요소쯤으로 인식되고 이들을 극복코자 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외모가 경쟁력’ 이란 말을 공공연히 한다. 중년 남성들도 ‘젊은 외모가 생존경쟁의 무기’ 라고 한다. 그래서 남에게 자신이 없어 하던 부분을 수술로 교정함으로서 ‘외모의 변화 뿐 아니라 자신감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사람들일 수록 다투어 수술을 한다. 그렇고 보면 ‘외모가 생존의 무기’란 말이 맞는 것 같다. 모든 계약의 성립도 상대에 대한 호감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호감은 곧 신뢰가 되고 그 신뢰가 판단의 결정적 역할을 하고 말기 때문이다.
어떤 신문을 보니 중년 남성(40-60대)의 성형수술 비용이 나와 있었다.
이마 주름 수술비 300만-600만원, 눈가 수술 한쪽만 150만-600만원, 눈가 실주름 제거술 200만-600만원, 입가 주름제거 주사요법 60만-150만원, 모발이식 수술 400만-600만원, 점과 검버섯 레이저 치료 개당 1만-5만원이라는 것이다.
근자엔 대통령까지 상안검 이완증으로 수술을 하여 쌍커풀이 멋지게 생겼다 하니 바야흐로 남성의 성형수술 시대인가 보다.
심지어 젊은이들의 취직준비금 속에 당연 성형수술비가 포함될 정도라니 오직 하늘이 준 모습 그대로 살아야만 했던 옛날과는 가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요즘 성형외과 환자의 약 30%가 40-50대 남성이라고 한다.
사실 대인관계에서 외모는 대단히 중요하다. 첫 인상은 상대의 마음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그러니 수술을 해서라도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것이 지나치다 보면 또한 문제가 될 것 같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니?’ 하는 백설공주의 동화가 아니라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지겠다는 욕심은 수많은 수술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나중엔 아이러니컬하게도 전혀 자신의 모습이 아닌 타자의 모습을 자기 모습으로 하여 살아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부모로부터 받은 머리카락 하나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우리의 조상들을 생각하면 하늘이 놀라고 땅이 놀랄 일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도 조화를 이룰 때 참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예쁜 꽃인데도 역겨운 냄새를 풍겨낸다면 아무도 그 꽃 가까이 가질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아름다움 또한 외모의 아름다움에 내면의 아름다움이 받쳐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사실 외모는 은은하게 비쳐지는 내면의 빛 같은 것이어야 할 것 같다.
평균 수명은 80세에 이르렀음에도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여 직장에서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사는 현대 남성들에게 외모는 특히 큰 영향을 주는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훈련을 통해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처럼 성형수술을 통해 외모로 인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 또한 자연스런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각기 은혜대로 주신 모습들인데 내면의 아름다움은 무시되고 외모에만 치중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된다. 외모경쟁력은 하나님의 잣대가 아닌 사람의 잣대가 아닌가. 사람은 외모보다도 내면의 아름다움이 나타날 때 그의 진가가 나타나는 것인데 외모가 경쟁력이란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이 시대의 한 사람이면서도 마음이 개운치 못함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