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떼에~~~~ 사떼에~~~~"
어스름한 저녁녘 매일 오후 5시면 어김없이 우리 집 앞으로 이 소리가 지나간다.
특유의 창법으로 한국의 ' 메밀 무욱~~ 메밀 무욱~~' 비슷한 것을 연상케 하는 이
목소리는 우리 집을 지나서 옆집 담으로 넘어 갈 때까지 끊어지지 않는다.
꼬치구이 장수는 자전거 끌고 다니며 뒤에 작은 통을 만들어 실고 다니는데 그 통 안에는
화롯불처럼 숯불이 타 오르고 있다. 그 불 위에는 젓가락 길이 정도의 가는 막대기에
끼워진 닭고기들이 숯불 위에서 돌아누울 때마다 모양새가 꼬질꼬질하게 변해간다.
이 사떼장수는 건기 철에는 닭고기만 팔다가 우기 철이 되면 달팽이 꼬치구이도 함께
팔고 있다.
구성지며 애절한 가락 같은 외침의 사떼(꼬치구이) 장수가 어느 날 꼬치구이 장수가 된
사연을 이야기 했다.
꼬치구이 팔기 전에는 도요다자동차 정비 서비스센터에서 기술자로 일을 하였는데
비오는 날 정전 된 후 전기가 들어 왔는데도 아들 방에는 불이 켜지지 않아 새 전구로
갈아 넣다가 잘못하여 전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감전이 되었다.
감전 당시 전신 마비가 온 것처럼 걷기가 힘이 들었고 머리에도 이상이 있는지 기억력과
희미해지고 발음도 조금 어눌하여 생활을 많은 불편함을 겪었다고 한다.
다리가 절룩거리자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시장에서 닭 잡는 일을 하였는데 자정부터
새벽까지 하는 일은 너무 고단하여 도저히 견디질 못해 그만 두고 지금의 꼬치구이
판매를 시작하였다고 했다.
내가 보아도 불편하고 힘들어 보이는 그 걸음으로 하루에 꼬치구이 팔기 위해 하루에
10km가 넘는 거리를 다닌다고 한다.
부인은 초등학교 교사이지만 혼자 벌이로 아이들 생활비와 오토바이 할부금으로 여유가
없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시작하였고 꼬치 한개당 값이 1500루피아(약 170원)이기
때문에 많은 수입은 안 되지만, 그래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고 구리빛 얼굴로
말했다.
그의 생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후만 되면 아저씨가 기다려지는 날이 많아졌다.
그 장수가 지나 갈 때마다 남편은 "우리 사떼 좀 팔아주자" 하며 아들과 여러 번 사
먹기도 하였다.
우기 철이 되면 어디서 기어 나왔는지 아가 주먹크기만한 달팽이들이 여기저기 기어
다닌다. 달팽이는 서늘하고 풀들이 잘 자라는 곳에 많이 있다던데 우리 집 정원에는
강아지가 때문인지 그리 많지가 않다. 어쩌다 한마리가 있으면 강아지가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아버린다.
우리 집 옆에는 공터가 있다. 그 공터에 달팽이들이 많이 서식하는지 비가 비오는
오후만 되면 동네 아이들은 우산도 안 쓰고 달팽이 잡는다고 아주 소란스럽다.
달팽이 고기는 맛이 어떨까?
쫄깃쫄깃하다. 처음에 양념을 하고 굽다가 또 양념을 한다. 인도네시아 특유의
달콤하며 끈적거리는 단간장(Kecap Manis)에 여러 가지 양념을 버물려서 굽는다.
요즘은 우기 철이라서 거의 매일 비가 온다. 정원 담벼락에 달팽이 한마리가 기어
다니고 있다. 비가 와서 촉촉해진 돌담을 잘도 기어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