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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출산을 모래 위에서?

이부김 2008. 3. 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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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출산을 모래 위에서?

     

     

                                                            글/별과달

     

    바다가 하늘 보다 더 맑고 푸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마두라 섬이었다. 마두라 섬사람들의 특징이라면 우선 성격이 난폭하다는 것과 낫을 떠올린다. 그 낫은 뒷짐에 차고 다니는 것인데 마두라에서는 쩔루릿(Celurit)이라 한다.

    특히 여자 문제로 자존심 상하면 마두라 사람들은  자존심 상하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낫다 (Potemata lebih baik daripada Potetolong)하며 싸울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이 쩔루릿이다.

                                                    

     

     

    며칠 전 나는 마두라 섬에 가면 모래 위에 잠을 잔다는 사람들이 있다기에 빵깔란 (Pangkalan)을 지나고 빠머까산(Pamekasan)도 지나고 수머넙(Sumenep)으로 떠났다.

    한국에서 돈이 많고 건강을 위해 일부러 돌침대나 옥으로 만든 침대에서 잔다고 하는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돌도 옥도 아닌 모래 위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인도네시아에는 옥이 얼마나 많은데 오히려 수출을 하는데 그러면 모래가 많아서 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 빨리 가는 운전기사에게 더 빨리 가자고 재촉을 했다.

     

    바땅바땅(Batangbatang) 마을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는데 게다가 모래 위에서 잠을 잔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입을 헤~ 벌리고 침흘리며 자던 사람이 얼굴이 베개에서 떨어져 모래에

    닿으면 모래가 입 주변에 잔뜩 묻어 있겠지. 아이들이 오줌을 싸면 어떻게 할까? 수박 만한 내 머리 속에서 상상력이 커지고 커져 머리가 애드벌룬 만한 느낌이 들어 무겁다.  

    마을 어귀에서 일단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상을 살펴보니 떠도는 소문에 비해 그리 험상궂지는 않았고

    (쩔루릿)을 집에다 두었는지 등에는 차고 있지도 않았다. 나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좁은 골목길을 들어섰다. 골목길은 미닫이문 한 짝 정도 넓이도 정말 좁았다. 오후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마당에 둘러앉아 있는데 어~ 마당이 전부 모래네 그러고 보니 걸어 온 골목길도 전부 모래였다.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수다떨기를 좋아해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집에 모래 침대가 있는지 물어 보았더니 아주머니는 대답도 하지 않고 내 손목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이끌려 들어갔다.

    정말이네! 

    매트리스 크기의 공간에 모래들이 가득 차 있었다. 아기 앉은 아주머니도 따라 들어오기에 나는 아기가

    오줌을 싸면 어떻게 하는지 물어 보았다. 아주머니는 오줌을 싸면 젖은 부분만 떠서 햇빛에 말리든지

    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모래를 뜨는 흉내까지 냈다.

     

       

     

    가난한 집만 모래 침대가 있는가 싶어 좋은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멀쩡하고 좋은 침대 옆에 모래가 놓여 있었다. 왜 그런지 또 물어 보았더니 모래 위에서 자면 시원하단다. 몸에 묻으면 털어 버리면 되고 알레르기에 가려우면 이렇게 발라주면 된다며 부끄럽지도 않은지 긴치마를 확 걷어올리고 허벅지에 모래를 얹고 쓱쓱 문질러 댔다.

    외국인들이 갔으니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구경하러 모여들었다. 내가 오지로 가서 구경거리가 된 적이

    어디 한 두번이던가,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취재거리가 많겠다 싶어 나름대로 신났다. 두리번 거리며 고개를 돌리는데 거의 만삭인 임산부가 보였다.

     

    내 경험에 의하면 만삭일 때는 커다랗고 무거운 배 때문에 누워도 앉아도 기대도 불편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임산부에게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옆으로 누우면 모래가 배를 받쳐주기에 편하고 좋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모래가 사람의 체형을 그대로 받아 주기에 침대보다 더 편하다는 아주 과학적인 임산부의

    그 말에 나는 칭찬과 동감의 표시로 고개를 두 번이나 끄덕끄덕 거리자 옆에 있던 구릿빛 얼굴의 중년

    부인이 자신은 아이를 모래 위에서 출산했다말했다.

    ? 아기 출산을 모래 위에서? 그럼 신생아 몸에 모래가 묻을 터인데..” 하고 내가 묻자

    아이가 엎어지면 뒤로 돌리고 그때 모래가 온 몸에 가득 묻지만 물에 씻으면 괜찮다고 했다.

     

     

    마당에서 노인이 손자를 무릎에 앉혀 놓고 소쿠리 같은데서 모래를 채치고 있었다. 나는 모래를 만져 보았다. 그리고 노인을 쳐다보며 왜 모래에 자는지 물어 보았다. 다리가 저리고 무릎이 아플 때 모래에 담그면 금방 시원해짐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노인은 마두라 사투리밖에 하지 못하여서 옆의 며느리가

    대신 물어주고 대답을 전해 주었다. 저 모래가 그렇게 좋을까?

    그러나 노인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어딜 가나 허리 구부정한 노인들은 진실만을 말하기 때문이다.

     

    모래들은 어디에서 가지고 올까? 나는 주민들이 가져온다는 모래밭으로 따라 갔다. 수백 년 전부터 바람에 부드러운 모래가 날려 산을 이루었던 곳 일명 모래산으로 갔다. 바다에서  살살 바람이 불자 해변의

    모래들이 속삭이듯 한다. 나는 모래 한줌을 쥐고 만져 보았다. 색깔은 연한 아이보리색이고 입자고 곱고 부드러웠다.

    바땅바땅 마을은 공기가 맑아서인지 야자수 이파리 사이로 걸려지는 햇살이 얼마나 뜨거운지 걸을 때마다 땀방울이 등골을 타고 줄줄 흘러 내렸다.

    바다로 시선을 돌리자 파란 물이 시원해 보였고 모래를 보자 색깔이 미숫가루와 같아 바닷물에 모래라도 한잔 타 마실 수 있다면 그렇게 라도 하고 싶었다. 너무 더워서!

     

    마을로 오는데 조금 전과는 다른 골목길로 들어왔다. 마당에 무덤들이 있었다. 그 묘 옆에서는 할머니가 불을 지피며 밥을 짓고 있었다. 무섭지 않느냐는 내 물음에 함께 있으면 친구 같아 좋다고 말했다.

    왜 그런지 무덤이 친구 같다는 할머니의 말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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