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아이
.빨간색 파란색이 줄무늬로 된 한 통의 편지를 손에 들고 책가방 정리하던 5학년 아들녀석이 물었다. “ 엄마! 그 아이는 잘 있을까? ” “ 누구 말이니? “ “ 한국 외할머니집에 갔을 때, 외삼촌이랑 함께 왔는데 자꾸만 나 보고 외삼촌이라고 불렀던 아이 ” “ 아~ 지혜. 아마 잘 있을 거야, 지금쯤 학교에 입학했을지도 모르겠구나 ” “ 엄마 난 갑자기 그 아이가 보고 싶어, 그런데 나 보고 ‘외삼촌’이라고만 안 불렀으면 좋겠어.” 5살짜리 지혜가 2학년인 한솔이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었다.
“ 너 자꾸 ‘삼촌’이라고 부르면 한대 때려준다. 야! 삼촌은 어른들보고 부르는 거야 내가 이 요플레
줄 테니까 ‘오빠’라고 불러 ” 윽박지르듯이 말하며 딸기 요플레를 내민다.
넙적 받아 든 지혜가 “ 오빠 우리 로봇 놀이하자 ” 하고 말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그 아이의 엄마가 “ 지혜야! 너 왜? ‘삼촌’보고 ‘오빠’라고 부르니 ” 하고 야단을 쳤다. 엄마, 아버지, 올케언니, 오빠, 나, 조카와 함께 그날 모인 우리들은그날 한바탕 웃은 기억이 어제처럼 살아있다.
지혜는 나의 큰 조카의 맏딸이다. 오빠는 둘째이고 나는 일곱번째 막내이다. 게다가 오빠는 외동아들이라고 장가를 일찍 들었는 탓에 나는 촌수가 높다. 옛 생각이 떠 올라서 그런지, 한솔이는 히죽거리며 한번 더 웃으며 말한다. “ 지혜는 엄마가 이렇게 젊은데 ‘할머니’라고 부르고 나 보고 ‘삼촌’이라고 부르고….^^….”
내일은 한솔이네 학교에서 친척들에게 쓴 편지를 우체국 가서 직접 편지를 보내는 행사가 있다고 한다. 선생님이 외국으로 보내도 된다고 했다며 한국에 있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보낸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혼내면 얼른 가서 숨을 어른들의 품이 그리운 타국, 한글을 모르면 한국에 가서 식당에도 화장실에도 못 간다고 했더니 숟가락, 포크, 여자, 남자 그림 보고 찾아 가면 된다고 둘러대던 녀석. 한국 말은 그래도 할 줄 안다. 비록 엄마와 아빠가 쓰는 사투리에 억양까지도 닮은 말투일지라도.
그런데 제대로 쓰는 것은 많이 어려워 한다. 옆에서 잠자코 듣건 누나가 말한다 “ 한솔아 네가 부르면 내가 컴퓨터로 적어 줄게 컴퓨터는 틀린 글자 다 고쳐주니까 괜찮아 ” 하고 말해주니 “ 누나는 그러면 할머니에게 내 마음이 안 보이쟎아~ ” 하고 대꾸하더니 결국 누나가 대필해 주고 ‘ ….. 할머니 한솔이에게 외삼촌이라고 부르던 그 아이 많이 컸어요?’ 라는 내용의 편지는 내일 한국으로 보내지려고 한솔이 책가방으로 쏘옥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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