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자유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아이들과 함께 교회로 가는 날입니다. 중학생 아들 녀석은 부지런하여 혼자 06:00시면 처음 예배에 가는데 난 아침 잠이 많아 그렇게 하질 못합니다. 하지만 아들을 교회까지 데려다 주는 일을 더러 맡기도 하지요.
어느 날이었던가, 기다렸다가 09:00 예배도 있으니 그때 함께 가자고 했더니 “ 엄마! 신선한 아침 예배를 하나님께 먼저 드려야지 어떻게 두번째 예배를 하나님께 드려요? ”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교회를 빠져 본적이 없는 녀석, 초등학교때는 나중에 목사가 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란 나는 "그 힘든 길을 네가.... 목사가 되려면, 하나님의 소명도 있어야 하고 남들 보다 더 융통성이 좋고, 성도들에게 인기 많은 설교를 해야하는데 하나 설교는 짧게 둘 뜻은 정확히 전달 그리고 셋째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용을 유머와 섞어 재미있게....." 예배 시간을 한번 늦추자고 하는데 안된다는 녀석에게 엄마의 귀찮음을 정당화시키려고 희한한 이야길 갖다대면서 미리 아이를 말린적도 있었지요.
오늘은 미국에서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 하였습니다. 영어 설교를 인도네시아어로 한 사람이 동시 통역을 해주면 인도네시아인들은 금방 알아듣고 재미있지만 나는 나름대로 다시 한국어로 해석을 하여 머리와 가슴에 입력합니다. 그런 날은 설교 시간이 평상시보다 두배로 길어지지요. 하지만 생활적인 설교를 쉽게하기 때문에 참 재미있었습니다.
오늘 설교의 내용은 <애굽 사람들의 선택>이었지요. 그들의 선택이 지금 곧 나의 선택이기도 하였기에 난 머리가 어지럽도록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구약 성경 출애굽기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따라 애굽 땅을 나와 광야를 지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으로 가는데 홍해에 다다랐습니다. 뒤에는 애굽 군대들이 잡으로 따라오고 앞에는 홍해가 막혀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미국 목사님의 말씀이 방법은 세가지라고 하셨습니다.
하나, 애굽 군대를 향하여 싸우던지 둘, 어떻하던지 자신이 해결을 하던지(바다를 건너든지) 셋, 하나님께 믿고 맡기든지
나 같은 경우에는 항상 두번째를 선택하여 노력을 해 보고 안되면 세번째처럼 하나님께 맡기는 타입이었는데. 그날 목사님이 그러시더군요. "어떤 방법을 택하든 그것은 당신의 선택입니다."
미국인이든, 인도네시아인이든, 한국인인 나든 함께 웃을때면 신기함을 느끼지요. 이렇게 다른 언어속에서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난주간이라, 십자가를 지신 주님의 고통을 함께한다고 그런지 어찌 거울 앞에선 나의 표정이 찌그러진 은박지 같네요. 근본이 은박지라면, 찌그러진들 어떠리 햇살만 비춰지면 빛나게 될 것을. 한발만 뒤로 물러서면 세상이 달라보이고 믿고 맡기면 해결이 되는데 그걸 모르고 나는 오늘도 홍해바다를 내 힘으로 건너려고 발버둥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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