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여행은 일이고 일은 여행이다

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설거지가 하기 싫어서

이부김 2004. 5. 1. 19:03
728x90
반응형

 

                나는 주부이면서도 , 이렇게 설거지가 하기 싫을까?

어제 저녁은 간신히 넘어갔다. 나의 번뜩이는 재치 남편과 바둑을 두어 지는 사람이 설거지 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겼다~ 그것도 두점 차로

오늘은 아침부터 바둑을 두자 할 수도 없고 가정부 사람은 아파서 집에 갔고 사람은 낮에 돌아올 것이니 바로 아침이 문제다.

숟가락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식사시간은 끝나 가는데.

             ‘띵똥띵똥…’ 벨 소리가 나면 제일 먼저 뛰어나가는 것은 우리집 강아지가 아니라 개 띠 아들이다. 막내 녀석은 열쇠를 가지고 가더니,

엄마! 데위가 왔어요.”하는 것이였다.

가슴 깊숙이 들었던 안도의 한숨을 휴~ 하며 끄집어 내었다. 그런데 예전처럼 씩씩하지 않고 다소곳하게 들어온다.


                데위는 우리집 가정부이다인상을 말하자면 고집스러운 눈매를 가졌지만 꽁해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좋다.

아침에 도착한 데위는 평상시라면 가방을 풀고 일을 시작할텐데... 오늘은 조심스럽게 나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밖에 언니가 있어요. 하는 것이다. 가족이 따라 왔다는 것은 분명히 지금 일을 못한다는 사정을 말할게 틀림없다.

어중간한 생머리의 여자가 들어서더니 데위가 결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더 이상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혼의 풍습이 아직 남은 시골의 풍습이다.

부모님들이 먼저 신랑감(22)을 정해 놓고 지난 금요일에 데위(16)를 시골로 불렀던 것이였다. 데위는 11 남매의 8번째이다.

위로 7번까지는 모두 결혼을 했고 이번이 데위 차례였다그의 결혼에 대해 나는 이해를 한다그리 놀라지도 않는다.

전에 17세의 여자 아이가 벌써 이혼녀였다는 소리도 들었고 그 나이에 과부도 많이 보았으니 여기서는 흔한 일이다.

                다음 달 중순으로 결혼식 날이 잡힌 데위를 난 더 이상 붙잡지 못했다결혼식때 내가 가겠으니 초대장을 보내라고 했더니 수줍은 듯이 웃는다. 골목 어귀에 천막을 치고 하는 인도네시아 전통적인 혼례에 참석을 하고 싶었다.

 

                데위네 집은 엄청 시골이다. 대문은 당연히 없거니와 집 앞 도랑에는 토란잎이 우산 만하다.

그때가 우기철이라 갑자기 비가 와서 우산 대용으로 써 본 적이있다. 아주 동심으로 돌아 간 기분이였다.

비기 오거나 말거나 머리위에서는 매미들이 징징 물어대고 마을 사람들은 무슨 구경거리나 있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시골 구경을 하러 갔는데 시골 사람들에게 나를 구경시켜 주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재미있었다.

 

                집 안에는 대나무로 엮어진 벽이 칸막이로 되어 있었고. 방안에는 흙바닥 위에 옆구리 터진 매트리스가 하나 놓여 있었다.

천장으로 밤에는 별빚이 새어들것만 같았다.

두어 개의 옷가지와 학교 운동회 때 본부석에 쳐진 텐트 같은 이불, 그게 전부였다.

부엌에는 곤로와 양은 냄비 두 개 프라이팬 하나가 고작이였다. 마당에는 토종닭이 나를 실굼실굼 피해 다녔다.

그들은 내가 귀한 손님이라며 유리컵에 찰랑찰랑 넘치도록 달달한 녹차를 가져왔었다.

 

          데위는 결혼한다고 싱글벙글이다.

나도 저랬을까? 시골에서 자랐다가 도회지라고는 우리 집이 처음이었던 그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보랏빛 인생을 꾸미려고.

 

데위에게 잘 가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내 손에는 땀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왜냐면, 설거지가 하기 싫어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