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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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김 일상/SNS 취재 활동

[전남]목포항구에서 흑산도 째밤

이부김 2015. 11. 2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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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여행은 즐거웠다. - 마지막편


저녁은 목포에서 보내기로 하고 목포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

목포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맛있는 저녁을 대접받았는데 지금 메뉴는 생각나지 않고 식탁 위로 싱긋이 웃어주던 그 친구 얼굴만 생각난다. 아무렴 어떤가, 이다음에 목포에 가서 그 친구를 만나 그 식당으로 가면 될 테니까.

 


어둠이 깔아주는 밤은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다가도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도록 만드는 게 밤이다. 커피 향기가 머릿결에 스며들 무렵 목포 춤추는 바다분수를 감상했다. 형형색색으로 펴지듯 그려지는 음악분수의 춤사위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너절했던 내 마음을 예쁘게 다듬어 주었다.


어둠 가운데 불빛 타고 솟아오르는 분수는 나를 몽환적인 상태로 만들었다. 마지막 즈음 인순이 거위의 꿈이 흘러나왔고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분수처럼 춤추고 있었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오래 지속되었더라면 그날 난 춤추다가 목포 바다에 빠졌던지 아니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첫사랑을 기억하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분수가 오랜 시간 춤추지 않았다는 게 나에게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차후 목포에 갈 때는 분수가 뿜어져 나올 때 레이저문구에 넣을 사연과 신청곡을 미리 목포 친구에게 부탁해야겠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셋째 되는 날 홍도를 가기 위해 배를 탔다. 대부분 승객들은 승선하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이 멀미약을 마셨다. 목포친구가 꼭 멀미약 먹으라는 당부가 생각나서 나와 친구도 먹었다. 목포발 흑산도행 뱃길은 바람불고 파도치고 멀미하기에 딱 좋은 그런 날씨였다.

 

흑산도 전망대에서 전경


흑산도 칠형제바위


흑산도 낚시터

 

파도에 출렁거리는 배가 나는 스릴 있고 즐거운 항해였지만 다른 승객들은 배가 높았다가 낮아질 때마다 웃거나 괴성을 질렀고 내 친구는 멀미가 심해서 흑산도까지 거의 혼수상태로 누워갔다. 이제 홍도로 가야 하는데 혼수상태인 친구와 배를 더 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냥 흑산도에서 유람선이 아닌 육로 여행하기로 했다.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은 흑산도! 상라산 전망대에서는 흑산도 아가씨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흑산도에서 1004기념비를 보았는데 흑산도가 속해 있는 신안군에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의 섬이라 붙여졌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                                                             흑산도 째밤

  .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돌아온 지 이틀째, 한가한 오후다.

전남 보성에서 가져온 녹차를 마시면서 흑산도 째밤을 먹고 있다. 도토리보다 작은 째밤! 껍질이 갈라진 모양새가 마치 째려보는 눈매 같아서 째밤이라 하는 건 아닐까. 하나를 까서 씹어보니 밤처럼 달콤한 과즙은 없고 도토리처럼 떫은맛도 아니다. 째밤을 먹으면서도 왜? 째밤인지가 궁금해 견딜 수가 없다.

목포 친구에게 문자 보냈더니 바쁜지 대답이 없다. 흑산도로 직접 물어봐야겠다. 흑산도 관광택시 홈페이지의 번호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관광택시 아저씨가 말하길 째밤은 흑산도 방언이고 표준어로는 너도밤나무열매라고 설명했다. 감사의 인사를 마치자 목포 친구로부터 구실잣밤나무멸매라고 문자가 왔다.

 

전남새뜸을 구독하다가 전남으로 여행하게 되었지만 전남여행지에서 만난 것들은 자유로운 내 영혼과 내 삶의 몇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처럼 이렇게. -

                                                            전라도 기행에 관한 모든 글은 전남새뜸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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