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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들이 한 달 동안 부르는 새벽송

이부김 2011. 9. 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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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들이 한 달 동안 부르는 새벽송

 

                                                        김성월                                                             

우리 조상들의 모닝콜은 수탉이었다.

그러나 문명에 잘 길들여진 우리들은 모닝콜로 알람시계를 사용하다가 지금은 핸드폰을 많이 이용한다.

금속성음만 울리는 알람시계보다 핸드폰이 모닝콜로 더 좋은 이유는 노래를 입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신입사원이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잠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혼자 일어나 정시에 출근하는 것 보면 신기하다.

그 비결이 바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사가(회사노래)를 모닝콜로 해 두었던 것이다.

아무리 잠이 쏟아져도 사가만 들으면 정신이 바짝 차려지고 긴장되어 잠에서 벌떡 깨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동이 트기 전, 새벽에 일어나서 식사해야 하는데 잠에 취해 못 일어나면 온종일 굶어야 하는 기간이 있다.

바로 라마단이다. 한 달이라는 길지도 않지만 그리 짧지도 않는 금식기간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모닝콜을 해 주는 그 무엇이 있다. 수탉도 핸드폰 알람도 아닌 바로 한십(HSNSIP)이다.

한십들은 라마단 금식기간에는 마을을 돌면서 새벽마다 주민들을 깨워 식사시간을 알려준다.

사이렌을 울리거나 나팔을 불어대며 주민들을 깨우러 다니는 게 아니다. 굵직한 대나무 한마디를 잘라

홈을 파고 작은 막대기로 통통 치면 청음이 난다. 이 도구를 끈똥안(kentongan)이라고 한다.

 

 

한십들은 마을의 민방위와 비슷하지만 약간의 보수를 받기 때문에 직업이며

특히 라마단 기단에는 스스로 한십이 되어 마을을 순찰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새벽이 더 활기차다.

 “ 사후르~ 사후르~ 사후르~ 사후르~ 사후르~"

까만 밤을 하얗게 지세우던 날은 노래와 둔탁하면서도 멀리 퍼져나가는 끈똥안의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새벽을 뒤흔들었다. 자카르타 같은 대도시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니지만 나처럼 말랑시내에서도 시원한 뿐짝에 살면

이슬람사원(Mesjid)이 가까워 저절로 듣는다. 

한 번 흔들린 새벽이 잠잠해지려고 하면 아단 수부(Adan subu)가 뒤따라 울린다.

그렇게 한 달 동안의 새벽은 그 여느 때보다 노래로 분주하고 요란하다.

 

 

한십들이 사용하는 이 끈똥안은 오래 전부터 마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전 봉화대를 사용했던 것처럼, 끈똥안은 마을 사람들과의 약속이었다.

마을의 긴급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끈똥안을 여러 번 계속 친다든가 화재가 나거나 사람이 죽었을 때

또 마을의 공동작업이나 회의가 있을 때 끈똥안의 소리를 듣고 주민들은 알 수 있었다.

평상시 야간에는 마을의 안녕을 유지하고 주민들이 포근히 잘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해

시간마다 괘종시계처럼 끈똥안을 울려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소리가 너무 요란하여 인도네시아 처음 왔을 때 나는 밤마다 그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 경기할 뻔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청각이 둔해졌는지 이젠 그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모양과 맵시라고는 전혀 없는 끈똥안이지만 자바지역 특히 말랑과 바뚜지역 사람들에게 아주 사랑받는다.

그리하여 말랑과 바뚜에서는 라마단 금식기간이 끝나기 이틀 전 밤에 사후르경연대회도 열린다.

이 경연대회는 참가하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다.

참가팀들은 반드시 끈똥안을 가지고 무대 위에 올라가서 끈똥안을 치며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회가 바뚜에서 시작하여 말랑으로까지 확산되었다. 대회 규모 역시 커지면서 화려해지고 있다.

특이한 것은 오프닝 때 시장과 유지들이 끈똥안을 하나씩 들고 통통통 치면서 대회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길에서 대회를 하였고 여러 팀들이 나와서 끈똥만하면 소리가 부족하기에 빈 생수통과 북을 들고 나와 외쳤다.

 

그러다가 요즘은 한 팀에서 트럭에 벤조르와 용까지 거대하게 장식하였고 게다가 복장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또 참가팀원들이 어른들에서 아이들까지 함께 참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순찰부대가 현대적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요즘은 경찰들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순찰한다.

사이렌 소리가나는 불빛과 끈똥안을 두드리면서 마을을 순찰한다.

재미있는 표현은 경찰들이 순찰하는 건 빠뜨롤리(Patroli)라고 말하며

한십들이 순찰하는 건 머론다(Meronda)라고 인도네시아 말로 표현한다.

사후르(Sahur)는 아랍어이며 알라신이 축복으로 주는 음식이니 일어서나 먹으라는 뜻이다.

사후르 때 식사하고 종일 금식 한 후 부까뿌아사(Buka Puasa)를 할 때

주로 속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부드러운 걸 먹기도 하는데 딱질(Takjil)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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