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며칠 전 고인이 된 오빠께 명복을 빌면서 적습니다.
에 이이진 글입니다.
앞 뒷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나의 고향 경북 의성 사곡에서,
산이 너무 높아 해가 산에서 뜨고 산으로 지는 것만 보고 자랐던 산골소녀였지만 바다 건너 인도네시아까지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와 나무가 되어 뿌리 내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들과 함께 살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떠나시고 언니오빠들도 도회지로 떠나가고 그 다음 내가 떠나왔습니다. 한국보다 못한 나라 인도네시아, 많은 여운을 남겨 둔 채 나 스스로가 아닌 그야말로 억지로 운명에 떠밀려 인도네시아로 왔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어머니와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떠나갔습니다.
아주 예전, 내가 어릴 땐 마을에서 대궐 같은 집이라고 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햇살과 바람이 대궐 같은 집을 갉아먹으면서 언제부턴가 지붕이 약간 기울어져 보였습니다. 그러나 귀농을 목적으로 50년의 도회지 생활을 청산하고 오빠가 대를 이어 그 집을 지켰습니다.
외국에 살면 고국과 유일한 대화의 통로가 인터넷입니다.
얼마 전 블로그에서 그저 이웃 블로거로 왕래 했던 김철수님이 시간을 내서 일부러 경북 의성 사곡 제 고향집까지 가서 사진 찍어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물론 고향에 가서 저와 아는 사이라며 오빠와 함께 담소도 나누었다고 했습니다. 뜻하지 않았던 고향집 사진을 외국에서 받고 감회가 새롭고 기뻤고 고마워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 사진에는 나의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지요.
월요일 사진을 받고 오빠와 통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좋았던 기분과 감동을 핸드폰 배터리로 치자면 한 달은 완충상태로 지낼 것만 같았습니다. 블로그에서 많은 분들이 댓글로 김철수님을 칭찬해 주시고 저도 고맙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화, 수 목, 금요일이 지나고 5일째 되던 토요일 오전 이번에는 오빠의 사망소식을 들었습니다. 지인들이 오빠를 만나기 위해 찾아가 대문에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더랍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이웃분과 함께 들어가 봤더니 오빠는 못 들었는지 TV를 켜 놓은 채 방바닥에 누워서 TV를 시청하더랍니다. 그래서 흔들어 깨웠더니 그 모습 그대로 이미 하늘나라 어머니 아버지 곁으로 떠나 가버린 것이었습니다. 옆에 놓은 핸드폰을 열어보니 목요일까지는 수신이었고 금요일 새벽부터 부재중 통화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TV 뉴스에서 독거노인들의 죽음이 이웃 분들에 의해 발견되고 여류작가의 죽음이 이웃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마음만 아파했고 그저, 뉴스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빠가 그렇게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으니 제 국어 실력으로는 무어라 표현할 말이 부족합니다. 며칠 전 받은 오빠 사진을 보면서 그 모습이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었고 이제는 영정사진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진을 찍어다 준 그 마음씨가 더욱 더 고마워서
“김철수님! 당신이 저에게 아주 큰일을 해 주셨습니다." 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월요일 장지까지 가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사진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블랙박스에 내장된 파일까지 보내주셔서 그 파일을 보니 정말 제가 차를 타고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그저 이름과 닉네임밖에 모르는데 이렇게 고마운 분이 계실까 생각하다가 오늘은 조카에게 김철수님이 하도 궁금해서 인상착의까지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메일로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해서 전화로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만남에서 죽음까지의 인연도 연결해 주는 블로그가 나는 고맙고 마음이 따뜻한 김철수님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오빠, 안녕히 가세요"
블랙박스에는 지동차가 가는 길과 운전자들의 대화가 전부 녹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동차가 마을로 들어서면서 나눈 대화를 들어보니 " 우와~ 이 골짜기에서 인도네시아까지 가서 산다면 정말 출세했다." 그 대화를 듣고 제가 한참 킬킬킬 웃었습니다.
어떻게 연결이 되었던 인연은 정말 소중합니다. 인터넷에서 만나 짧은 댓글로 나누지만 인연은 정말 소중합니다. 특히 저처럼 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삶과 인생의 인적네트워크입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댓글에 따뜻하고 반갑게 답글도(환경과 여러 가지 요인) 제때에 달아드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 분 한 분 소중한 분들이기에 성함이나 닉네임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 긴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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