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령 15년 된 택시 탔다가
별과달
택시의 차령은 일반적으로 4년인데 수명이 다하기 전에
안전검사를 통과하면 1년씩 최대 2년간 더 운행할 수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자동차의 기계들이 마모되는 기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택시기사에게 물어봤더니 택시차령은 5년까지라고 했다.
▲ 차령이 15년된 말랑의 택시
십삼 년 전 내가 단골이었던 택시가 지금도
인도네시아에서 택시 기본요금을 “따립 부까 삔뚜(Tarif buka pintu)”라고 하는데
'택시 문을 여는 순간부터 요금이 계산된다는 뜻이다.
집에서 공항으로 가려고 모처럼만에 택시를 탔다.
택시 요금은 원래 5천 루피아부터 시작되지만 우리도시 말랑은 택시 기본요금이 2만루피아이다.
3개 택시회사에서 그렇게 정해놓았기 때문에 손님은 거리에 상관없이 승차하면 무조건 2만 루피아씩 지불해야 한다.
▲ 차령이 15년인 택시
택시 문을 열고 탔다.
좌석의 껍질이 벗겨저 너절너절한 것하며 의자에 앉으려는데 의자가 꺼지듯이 내려간 것하며
이런 고물차가 어떻게 택시로 운행되고 있는지 폐차가 되어도 벌써 되었을 그런 차였다.
나는 택시기사에게
“ 아저씨 이 택시 몇 년 됐죠?”
“ 15년.”
그랬다. 십삼 년 전 나는 이 택시회사의 단골손님이었다.
택시회사 아가씨가 우리 집에 놀러왔었고 몇몇 단골로 탔던 기사들이 우리 집에 강아지도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그때 탔던 그 차들이 아직도 굴러가고 있으니 내 추억을 일깨워준 택시,
‘ 반갑다 택시야!’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 그럼 택시가 운행할 수 있는 기간은 몇 년이죠?”
“ 5년”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고물차로 손님을 태우는지 묻자 택시기사는 70%는 새 차로 다 바꾸었고
30%만 남았는데 다음 달이면 모두 새 차로 바꾼다며 기대에 부풀은 어감으로 말했다.
자카르타에서 탄 택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교통체증의 샘플도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여기서 저기까지 가는데 대충 어느 정도 걸리는지 물으면 열이면 열 택시기사들이
첫마디가 “깔라우 띠닥 마쩟(Kalau tidak macet.......)” 이 말은 ‘만약에 안 막히면.......’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해 준다.
얼마 전 자카르타 이웃도시 데뽁(Depok)에서 자카르타공항으로 가기위해 일반택시를 탔다.
몇 년 전에 ‘내가 이래도 인도네시아서 수년은 살았는데’ 하면서 일반택시를 탔다가 식겁했던 경험이
있지만 국민택시로 불리는 ‘불루버드’가 없고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비행기시간도 넉넉지 않아
할 수없이 탔다.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놓칠 수기 때문이었다.
▲ 공항으로 속력내서 달리던 자카르타 택시
타고 보니 택시는 내가 봐도 정말 너무 낡았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에어컨도 고장이 나서 창문을 빠끔히 열어 둔 채 달렸다.
운전대는 몸체가 다 보였고 경적 울리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였다.
게다가 백미러도 조정하는 손잡이가 부러졌는지 볼펜이 대신 꽂혀있었다.
택시기사는 손님을 태우고 공항으로 가는데 길이 막히든 어찌하던
시간이 늦어 손님이 비행기를 놓치면 예의가 아니라면서 그 낡은 택시로 속력을 내며 달렸다.
나는 자꾸만 소달구지가 빨리 달리다 바퀴가 빠져버리는 그런 상상이 들면서 택시가
갑자기 픽,하고 멈추다가 도로변으로 내동댕이쳐질 것만 같아 무서웠다.
시간이 충분하니까 천천히 가자고 나는 사정하듯이 말했다.
왜?
비행기는 놓쳐도 내 목숨은 놓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택시에 타고 있는 동안은 하나님만 찾았다.
택시기사들의 운전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안전하게 공항에 도착했고 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볼펜으로 동료들과 대화하고 있는 택시기사, 현대자동차 엑센트
볼펜을 이렇게 멋지게 송출기로 사용하는 말랑 공항택시
자카르타에 돌아와 집으로 올 때 공항택시를 탔다.
그래도 공항택시는 15년 되지도 않았고 덜컹거리지도 않아서 조금 좋은 것 같았다.
그런데 아주 얄궂은 걸 하나 발견했다.
택시 기사들이 연락하는 송출기가 마이크처럼 생긴 것이 아나라 플라스틱으로 된 볼펜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 만져보았다.
택시 기사의 말은 동료중 한 사람이 발명하였고 지금은 실험하는 기간이라서 이렇게 놔두고 사용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볼펜을 운전석 오른쪽에 부착시켜서 정식 송출기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의 택시를 타면서 나는 아주 귀한(?) 걸 느꼈고 배웠다.
볼펜이 택시에서
볼펜이 택시에서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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